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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가치..일본 라이온의 경우

고전의 가치..일본 라이온의 경우

기사승인 2013. 09. 2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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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의 클래식산책](95)
일본 시부야에 위치한 고전음악 감상실 라이온 전경.

아시아투데이 김문관 기자 = 지난달 말 방문했던 일본 도쿄 시부야 소재 고전음악 감상실 '라이온'을 소개합니다. 

이 곳은 대한민국, 적어도 현재 서울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오래된 클래식 음악 전문 감상실입니다. 

이 가게는 십여년이 더 지나면 설립 100년이라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지난 1926년 설립후 초대 주인장은 작고하셨고 현재는 일흔가량의 노부부가 운영중이라고 합니다. 

이 가게의 특징은 건물은 물론, 내부도 의자·테이블·찻잔 등이 적어도 수십년은 됐을 법한 오래된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층 홀의 전경입니다. 커피숍임에도 극장처럼 앞쪽을 향한 오래된 의자들이 흥미롭습니다.

오래된 쇼파 쿠션의 솜이 모두 빠져나간 듯한 느낌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편안한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5000여장 가량의 오래된 클래식 레코드판(LP) 중 엄선한 음악을 하루종일 틀어주는데요,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자체 제작한 월간 음악 연주프로그램을 나눠줍니다. 

곡 한곡이 끝나면 직원이 나와 마이크를 잡고 간략히 곡 설명을 해주는 방식으로 음악감상이 진행됩니다.

의자의 배치도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 쪽으로 몰려있어 마치 작은 극장을 연상케 합니다.

제가 갔던 때에는 바인가르트너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과 스타인버그가 지휘한 슈만 교향곡 3번 라인 및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연주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등 1930~50년대 녹음된 오래된 음악들을 주로 들려줬는데, 그 열악한 음질을 떠나서 실연에 못지 않은 상당한 감흥이 전해졌습니다.

찾은 손님들의 모습도 매우 다양했는데요, 노트북을 펴놓고 글짓기에 여념이 없는 10~20대 젊은이들의 모습이 가장 많았고, 쇼핑백을 둘러맨 아주머니들, 홀로 지긋이 눈을 감고 담배를 태우며 음악에 집중하던 할아버지, 젊은 연인 등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대형 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오디오시스템입니다.

기자는 여행중 일부러 이곳을 2번 찾아 몇 시간을 보냈는데요, 문을 나서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아쉬움이 깊었습니다. 

과거 선배들과 책들로부터 서울 명동, 대학로 등의 음악 감상실 얘기를 적지 않게 접했었었는데, 현재는 찾아볼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강남 등지에 클래식 음악 감상실이 문을 열고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있지만, 이처럼 역사가 오래된 곳은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라고 라고 생각됩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다양한 취미거리가 늘어나면서 음악감상에 대한 수요가 적어져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일 듯 한데요.

몇 해 전 방문한 광주광역시 소재 '베토벤 고전음악감상실'의 경우 주인 아주머니로부터 근방의 문인 등이 돈을 모아서 가게세에 도움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옳타구나 했는데, 아마 서울에서는 그런 풍경을 찾아보기는 힘든게 현실이었나 봅니다.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모든 고전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것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합니다.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일단 부숴버리는 서울의 오늘이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너무 회고적 취향의 과대망상으로 비춰질까요.

모쪼록 국내에도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문을 닫지 않을 멋진 고전음악이 가득한 공간이 탄생하기를 바라봅니다. 

명절 연휴의 밤 고전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서 글을 닫습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나눠주는 월간 음악연주시간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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