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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일몰-일출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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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원 기자

승인 : 2013. 12. 31. 12:31

* 윤광원의 이야기가 있는 걷기(제97회) - 백련산
 서울시는 1월 1일 갑오년 첫 날에 각 자치구들이 서울시내 19곳의 일출 명소에서 해맞이 행사를 갖는다고 최근 밝혔다.

이 일출명소들 중에 백련산은 빠져 있다. 이웃 안산, 인왕산, 봉산에 가려 가운데 있는 백련산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백련산(白蓮山)은 서울특별시 은평구와 서대문구에 있는 나지막한 산이다. 높이는 216m다. 쳔년 고찰인 백련사가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백련산은 이웃 산들과 함께 할 때 더욱 빛나는 산이다. 안산이나 인왕산과 이어 걷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수도권 최고 명산인 북한산이 그렇다.

숲 속에 들어앉아 있으면 숲 전체를 바라볼 수 없다. 같은 이치로 북한산 전체를 한 눈에 보려면 백련산에 올라야 한다. 백련산은 북한산의 4분의 1 높이지만 조금만 오르면 북한산의 장대함을 한 눈에 담아낼 수 있다.

백련산 능선은 홍은동 뒤편의 북한산 둘레길 ‘옛 성길’ 구간의 출발점인 장미공원 뒤쪽과 연결된다. 반대편 탕춘대성과도 가깝다.

은평구도 백련산과 북한산을 잇는 생태연결로를 조성중이다. 산골고개 생태통로를 통해 41년간 단절된 북한산과 백련산을 연결, 생물의 이동이 가능하게 하는 ‘그린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백련산은 서울 도심에서 일몰과 일출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힐튼호텔과 아파트단지를 품에 안고 말굽처럼 돌아가는 형세라 낮고 작은 산임에도 조망명소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4곳 있어 자치구들이 추천하는 인왕산이나 안산보다 더 좋을 수 있다.

계사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 12월 31일 백련산을 오른다.

백련산에서 본 인왕산

지하철 3호선 홍제역 4번 출입구로 나와 직진하면 사거리가 나온다. 맞은 편으로 길을 건너 왼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손동현내과'와 주택가 사이로 등산로 입구가 있다.

눈 쌓인 산길을 겨우 10여분 올랐는데 시야가 확 트이면서 왼쪽으로 인왕산, 오른쪽에는 안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니 사각형 나무 정자 옆에 태극기가 펄럭인다. 여기가 첫 번째 조망명소다. 인왕산과 안산이 발아래로 굽어보일 정도다.

눈과 낙엽이 쌓인 유순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소나무 숲 사이로 드디어 북한산 연봉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곧 북한산 조망점 바위가 나타났다. 

백련산에서 본 북한산

바위 위에서 마주보는 북한산의 위용은 장대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수도 안에 이토록 아름답고 당당한 산을 갖지 못했다. 세계 으뜸 산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백련산은 가 볼만한 산이다.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일품 산책로는 아파트단지를 둘러싸고 타원형으로 돌아간다.

운동기구와 벤치들이 모여 있는 곳 정자 옆에는 녹신약수터가 있다. 약수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팔각정 방향으로 길을 따라간다. 눈길 옆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정상에는 2층 팔각정이 있다. ‘은평정’이다.

백련산 정상에 있는 '은평정'

은평정에 오르면 여의도에서부터 한강을 따라 당산철교, 양화대교, 선유도, 성산대교, 월드컵경기장, 하늘공원, 노을공원, 가양대교, 방화대교, 봉산, 행주산성, 김포대교는 물론 멀리 계양산까지 조망된다.

은평정 옆으로 태극기가 휘날리고 그 아래엔 ‘매바위’가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때 왕실 전용의 매사냥터 중 하나였다. ‘매바위제’ 행사는 서울정도 600년 기념 캡슐에 보관됐을 정도로 지역의 대표 문화행사로 매년 음력 10월 상달에 거행된다.

다시 능선길을 따라 간다.

운동기구가 모여 있는 정자를 지나 조금 더 가니 KBS 송신탑들이 우뚝 솟아 있다. 원뿔 모양의 돌탑이 눈을 이고 있는 모습도 정겹다.

이윽고 네 번째 조망명소가 나타났다.

여기선 정상과 반대로 여의도부터 인왕산까지가 파노라마처럼 조망된다. 청계산, 관악산, 삼성산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이젠 본격 하산길이다.

백련산길 출구엔 근린공원 안내판이 있다. 여기서 오른쪽 차도를 따라간다. 백련산에 와서 백련사를 보지 않고 가면 섭섭하기 때문이다.

입구에 늘어선 부도탑과 석비들이 백련사의 내력이 만만찮음을 대변하고 있다. 

천년 고찰인 정토 도량 '백련사'

일주문에는 ‘삼각산(三角山) 정토(淨土) 백련사(白蓮寺)’란 현판이 걸려있다. 옛 사람들은 백련산도 북한산(삼각산)의 일부로 여겼던 것이다.

백련사는 신라 경덕왕 6년(서기 747년) 진표율사(眞表律師)가 부처님의 정토사상을 널리 펴기 위해 창건한 국내 최초, 최대의 정토 도량이다. 원래 절 이름도 부처님이 계시는 청청한 도량이란 의미에서 정토사(淨土寺)라 붙였다. 

그러다 조선 세조의 장녀인 의숙공주의 원찰로 지정되면서 백련사로 개명했다고 한다.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보전이 이 절의 본당이다. 절집 지붕 너머로 석양이 지고 있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일몰이다.

절 입구에서 마을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좀 더 걷기 위해 홍제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서대문문화체육회관과 홍제초등학교 앞으로 지나면 큰 도로가 나온다. 왼쪽으로 길을 따라가다가 사거리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우측으로 홍제천이 있다.

홍제천변 산책로

이제 홍제천을 따라간다.

왼쪽 길 건너에 있는 힐튼호텔의 불빛이 휘황하다. 아직 연말이라 그런지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밝게 빛난다.

홍제천을 계속 따라가면 오른쪽으로 인왕산, 왼쪽으로는 상명대가 나온다. 상명대 캠퍼스를 지나 탕춘대성을 따라가면 북한산 둘레길 중 옛 성길 구간과 만날 수 있다.



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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