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설립 이래 사실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한국광해관리공단(이하 공단)의 광해방지사업이 총체적 비리로 얼룩져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비리 연루자 13명을 무더기로 기소하고 유사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관련 제도 마련을 건의했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금조2부(이원곤 부장검사)는 광해방지사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경가법상 뇌물)로 전직 공단 광해사업본부장 권 모씨(56)를 구속기소하는 등 비리 연루자 6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사업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은 공단 관계자와 광해방지사업체 관계자 등 4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벼운 비리 연루자 3명은 약식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권씨는 광해방지사업체 A사 전 대표인 조 모씨(71·구속기소) 등으로부터 수익금 명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총 1억3000만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권씨는 A사가 설립되던 시점인 2005년 12월~2006년 1월에 조씨에게 회사 설립자본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건네고 지분을 취득한 후 수익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얹어 총 1억원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뇌물을 수수했다.
권씨는 A사 설립 당시 광해방지사업 자격증이나 경험이 전무한 자신의 매제를 취직시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사는 2008년 4월 권씨 매제가 퇴직한 후에도 다른 업체에 채용상태로 이름만 올려두고 2010년 10월까지 급여 명목으로 총 8000만원을 지급했다.
A사를 비롯한 하청업체들은 권씨의 형이 운영하는 사과농장에서 명절마다 대량으로 수천만원어치의 사과를 구입하기도 했다. 사과를 구입한 하청업체 중 일부에는 권씨의 조카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처럼 직·간접적 뇌물을 공여한 대가로 A사는 광해방지사업 중 오염분석사업 수십 건을 싹쓸이하다시피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2012년 진행된 토양오염복원 관련 사업들은 A사와 유착관계에 있는 특정 업체들이 모두 수주했다. 당시 사업들은 계약금만 73억~153억원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였다.
검찰은 A사가 2012년에만 광해방지사업 예산 중 총 150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권씨는 광해방지사업체들이 모여 구성된 한국광해협회에 자신의 딸을 취업시키는 등 사실상 광해방지사업 전반에 걸쳐 전권을 행사했다.
권씨가 이처럼 전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총액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던 사업자 선정 방식이 제안서 평가에 따른 협상계약 방식으로 변경된 점이 주효했다. 사업자 선정 방식 변경 역시 광해방지사업을 총괄한 권씨가 주도했다.
검찰은 한편 공단이 발주한 용역사업과 관련해 용역연구비 18억원을 가로챈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으로 지방 소재 모 국립대학 교수 김 모씨(45) 등 대학교수 2명도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대학 내 ‘학내 창업제도’를 악용, 대학 연구용역 수행 과정에 자신의 개인사업체를 몰래 끌어들여 연구수익 등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학교의 장비와 인력을 이용해 공단이 발주한 오염분석 용역을 수행하고 용역대금 18억원을 가로챘다.
김씨는 이 과정을 묵인하고 장비·인력 사용을 도와준 상위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네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교육과 연구라는 비영리 목적의 업무를 수행하는 대학에서 돈을 벌기 위한 제도인 학내 창업제도 운영은 이질적”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보다 철저하고 강도 높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광해방지사업을 하다가 A사와 공단의 유착으로 인해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고 하청업체로 전락한 사업자의 제보로 검찰 수사 물망에 올랐다.
검찰은 이 사건 비리가 권씨의 광해방지사업체 지분 취득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판단, 대검찰청에 공단·공기업 임직원의 직무 관련 업체에 대한 지분 소유 실태를 조사하고 향후 지분 소유를 금지·처벌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건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공단이나 공기업이 직무와 관련된 업체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비리로 연결되게 돼 있다”며 “지분소유를 통한 비리는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지분 소유 자체를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