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퍼블리시티권을 둘러싼 법적분쟁이 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법령에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근거가 없어 판사마다 인정 여부가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의 얼굴이나 이름, 음성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용어는 1953년 미국 제2연방항소법원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미국은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이 아직 법률상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초상권은 인격권으로 다른 사람에게 권리를 양도할 수 없는 반면, 퍼블리시티권은 재산권에 해당돼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정일연 부장판사)는 배우 장동건씨과 송혜교씨 등 유명 연예인 35명이 서울 강남 소재 모 성형외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도 최근 유명인의 이름이나 사진 등을 광고에 이용하면서 적지 않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고, 이를 규율하기 위해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인정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실정법, 확립된 관습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필요성만으로 독점·배타적인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퍼블리시티권의 성립요건이나 보호대상, 존속기간, 침해가 있는 경우 구제수단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법률적인 근거가 마련돼야만 비로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에는 배우들뿐 아니라 소녀시대, 원더걸스, 슈퍼주니어, 2AM, 2PM 등 유명 아이돌그룹도 참여했다.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변호사는 “최근 연예인들이 퍼블리시티권 관련 소송제기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 법령에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근거가 없어서 판사마다 인정 여부가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수 백지영씨가 자신의 비키니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성형외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지난해 7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 “4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