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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또 하나의 약속’ 박철민 “속물근성 강한 나, 출연료 기부 이유는…”

[인터뷰]‘또 하나의 약속’ 박철민 “속물근성 강한 나, 출연료 기부 이유는…”

기사승인 2014. 02. 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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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작 '또 하나의 약속'서 부성애 열연, "주연 위한 작품 아닌 모두를 위한 작품"
/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시아투데이 우남희 기자 = 스크린에서 ‘웃음’을 담당했던 배우 박철민이 이번에는 ‘감동’을 안고 관객들을 찾았다. 바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통해서다. 
 
‘또 하나의 약속’은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스무 살 딸을 가슴에 묻은 속초의 평범한 택시운전 기사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생을 건 재판을 벌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 2011년 서울행정법원 제14부가 백혈병에 걸리게 된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故) 황유미에 대해 산재 인정 판정을 내린 실화를 소재로 했다.

박철민은 극중 한상구 역을 맡아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기업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웃음기 뺀 열연으로 ‘연기변신’에 성공해 호평 받고 있다. 

-제작부터 개봉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기자시사회 때 감격스러웠다. 어느 시사회보다 떨리고 두렵고 부담스러웠다. 처음에는 ‘제작비가 모일까’, ‘촬영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배급사를 만날 수 있을까’, ‘많은 극장수를 확보할 수 있을까’ 등의 걱정을 했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준덕에 개봉까지 하게 됐다. 정말 감격스럽다.” 

-‘또 하나의 약속’ 국내 최초 100% 크라우드 펀딩(제작두레+굿펀딩)으로 제작됐다. 그 과정을 보면서 느꼈던 바는. 또한 노개런티로 출연했는데.  
“거짓말로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힘든 일이 개미 똥구멍만큼도 없었다. 환경이 어려웠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해준 탓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출연료는 없지만 제작자가 ‘영화가 잘되면 제작지분을 주겠다’고 했다. 만약 그 돈을 받게 된다면 기부를 할 생각이다. 아내에게 이 말을 했더니 ‘철들었다’고 하더라. 하하. 사실 난 속물근성이 강하다. 상업영화에서는 돈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또 하나의 약속’은 이익을 보고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소중한 피땀들이 모여 만들어진 영화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결정하게 됐다.

-고 황유미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작품에서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은 처음인데, 황상기 씨의 어떤 점을 표현해내고 싶었나.
“황상기 씨는 ‘바위에 계란치기’와 같은 싸움을 해왔는데 지치지 않았더라. 예쁜 길을 걸어온 것처럼 편안해보였다. ‘그런 낙천적인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많이 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버지가 딸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과 강하게 맞서는 모습이 캐릭터적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딸과의 약속을 지킨 아버지의 진심을 그려내고 싶었다.”

-박철민하면 ‘애드리브’ 아닌가. 앞선 작품들에서는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재미를 느꼈나.
“재미있는 애드리브 대신 가슴 아픈 애드리브를 했다. 아내가 ‘당신은 미친 사람이다. 이 일은 미친 사람이 아니면 못할 것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때 ‘당신 참 예뻐’라는 대사를 나도 모르게 했다. 코미디 대사를 할 때는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감독, 상대배우와 감정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내 딸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보면서 감정을 끄집어냈다.”

-자신이 실제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떨 것 같나. 주인공은 회사에서 내민 위로금 10억 원을 거절할 정도로 강한 부성애를 보여줬다.
“많은 사람들이 흔들릴 것이다. 실화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작위적이다’라는 반응이 나왔을 것 같다. 황성기 씨는 딸의 명예를 지키는 게 가장 아름다운 가치로 여겼다. 이건 자신의 딸만이 아니라 발병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분들까지 대신한 싸움이었다. 사실 나와는 반대인 캐릭터다.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나만 따르라’라는 식의 자신감을 가졌지만 어떤 시련이 오면 바로 꺾인다.(웃음)”

-그동안 작품에서 감초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이번 역할을 통해 연기변신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나.
“익살부리고 능청스러운 연기는 쉽게 나오는 것 같다. 내 성격이 그러니까. 이건 내가 많이 만나보지 못했던 캐릭터라 어려움이 있었다. 사투리를 시작했을 때 생소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갈수록 감정에 집중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한상구를 따라가게 되더라. 특히 마지막 재판신과 울산바위신을 찍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몰입했던 것 같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지난해만 해도 영화 ‘열한시’, ‘노브레싱’, ‘히어로’, ‘몽타주’ 등에서 활약했는데.
“이미지가 소모돼 한계도 있고 지치기도 한다. 관객들에게 비슷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죄송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일을 쉴 수는 없다. 또 다른 웃음과 감동을 드리려고 많이 고민하고 있다. 나는 천재 배우는 아닌 것 같다. 앞으로도 ‘최고의 배우’라는 말은 못들을 것 같다. 그래도 나만의 색깔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봐주는 거 아닐까. ‘박철민만의 페이소스가 있다’가 내게는 최고의 칭송이다.”

-연기 외에 즐거움을 주는 일은 무엇인가.
“야구다. 야구가 90%, 가족이 10%다.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냐면 ‘야구 구장 관리 하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한다. 그라운드를 누릴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웃음) 연기는 일이고 돈을 받기 때문에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야구는 못해도 스트레스는 없다. 잘하면 더 즐거운 것이고. 직업 외에 즐거움을 주는 일을 찾는 게 장수의 비결 같다. 하하.”

-앞으로의 계획은.
“영화 ‘해적’ 촬영은 끝났고 임수정 유연석 주연의 영화 ‘은밀한 유혹’ 촬영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들어오는 작품 마다 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다. 무명 때 기다림이 길어 지치고 힘들었다. 날 찾아주면 눈물을 흘렸을 정도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작품해서 야구장 가는 게 목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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