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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서울 인천 경기 수도권 빅3 공약 이행률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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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기자

승인 : 2014. 03. 14. 11:14

"공약 삭제·축소, 추상적 공약…도덕 불감증도 심각"..."공약 무색한 지방선거, 이제 변해야 할 때"
“국회의원은 공약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지방자치단체 공약 조사는 처음 한 건데 깜짝 놀랐습니다. 거의 100% 공약을 다 바꾼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1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도 이젠 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최근 1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약 이행률을 조사해 발표했다. 홍 실장은 조사과정에서 2번 놀랐다고 했다. ‘공약 이행률이 낮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선거 당시 공약을 ‘슬그머니 바꾸어서’ 놀랐고, ‘죄책감도 없이 당당하다’는 데 놀랐다고 했다.

법률소비자연맹의 발표에 대해 경기도는 11일 해명자료를 내고 “김문수 지사의 공약 이행률은 74.69%가 아닌 90%”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공약 이행률은 80.30%였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반박은 하지 않고 10일 “박원순 시장의 공약 이행률은 85.6%”라고만 했다.

모두 한국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평가 점수의 차이는 선거 당시 공약과 당선 이후 공약 간 일치율, 그리고 평가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서울시·경기도, 그리고 인천시는 ‘수도권 빅3’로 불리는 지방선거의 승부처다. 상징성이 큰 만큼 지방선거문화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아시아투데이가 3곳의 공약 이행률 문제점을 되짚어보고자 하는 이유다.

법률소비자연맹 조사결과, 경기도는 공약 일치율이 80%로 평균(75.71%)과 가까웠고, 서울시는 유일하게 공약 일치율이 100%였다. 반대로 인천시는 43%로 가장 낮았다. 이 같은 수치상 특징도 하나의 이유가 됐다.

◇ 공약의 ‘삭제’와 ‘축소’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5대 공약 및 관련된 세부 추진과제를 의무적으로 제출한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이를 지자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과 비교하는 방법으로 공약 일치율을 조사했다. 드러난 첫 번째 문제점은 공약의 ‘삭제’와 ‘축소’였다.

경기도는 ‘부모안심 기숙학교’ 공약 중 ‘개인독서실 설치 지원’ 약속과 ‘외부유명강사 교사 2부제 수업 지원’ 약속이 사라졌다. ‘경기도내 31개 시·군에 각각 3곳씩 기존 고등학교에 기숙학교를 짓는다’는 약속은 총 9개의 기숙학교를 짓는 것에 그쳤다.

평택에 차세대 자동차부품 연구개발단지를 조성한다는 약속, 패션복합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약속, 연천에 LCD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약속, 해양레저산업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고렴요트허브를 조성하겠다는 약속도 사라졌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3개 노선 동시 착공’ 공약은 삼성~동탄 노선 착공만으로 축소됐다. 다른 2개 노선은 예비타당성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을 개발하겠다는 공약도 하남시 반환구역에 대해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인천시는 5대 공약 총 42개의 세부약속 중에서 25개의 약속이 사라졌다. 특히 5대 공약 중 ‘육아지원 10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활기찬 건강도시’ 공약은 세부약속 대부분이 사라졌다. 이 공약은 ‘교육예산지원 1조원 시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 공약과 함께 대표적인 복지 공약이었다. 교육 관련 공약 역시 절반 가까이 세부약속이 사라졌다.

◇ ‘두루뭉술’ 공약

공약이 바뀌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는 공약이 바뀌지 않은 유일한 광역단체였지만 ‘두루뭉술’한 내용으로 이행 정도를 평가하는 자체가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 문제점이다.

공직선거법은 66조 2항에서 “선거공약서에는 선거공약 및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서울시의 5대 공약은 세부약속이 66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확대·추진·지원’ 등 추상적으로 설정됐다. 공약 이행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없다보니 평가도 ‘엿가락’ 형태다. 자체 평가 점수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청렴계약제 내실화’나 ‘도시개발 시작 단계에서부터 재해로부터 안전을 확보한다’는 약속도 있다. ‘내실화’나 ‘안전 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미 자체가 난해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5대 공약은 △집 걱정 없는 서울, 희망둥지 프로젝트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 희망일터 프로젝트 △밥·돈·집 걱정 없는 희망배움터 프로젝트 △투명시정, 재정혁신 ‘꼼꼼 원순’ 프로젝트 △인재 없는 예방점검, 안전도시 프로젝트 등이다. 추상적인 공약을 세부약속을 통해 구체화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홍 실장은 “서울시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로 인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너무나 추상적인 약속이라 시민들이 시정을 평가하기에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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