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수장이 갖는 예산권과 인사권을 감안하면 중앙정치보다 기초단체장이 오히려 더 낫다는 설명이지만 하향지원의 실제 이면에는 중앙정치 재기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6일 이 같은 ‘몸 낮추기’로 주목받는 인물은 경남 창원시장에 출마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다. 표심이 급변하는 수도권에서 내리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여당 대표를 역임하는 등 정치적 중량감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는 평이다.
당초 그는 경남지사 출마를 생각하다가 고향인 창원시장 출마로 급선회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적 ‘맞수’인 홍준표 현 경남지사의 재선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 전 대표가 경남지사에 출마한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지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안 전 대표가 박 전 시장을 도와 홍 지사를 낙마시키고 자신은 창원시장이지만 사실상 지역실권을 쥐는 정치적 역할 분담론이 제기돼 왔다. 또 새누리당 차기 대권주자 중 한명인 홍 지사를 막는 것은 안 전 대표의 향후 중앙정치 복귀에도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창원시장 예비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안 전 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의 하향지원이 선거전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퇴물 정치인’이라고 거세게 비판했고, 새누리당 후보들도 ‘반(反) 안상수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광진구청장 선거도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까지 지낸 권택기 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혜숙 전 의원이 각각 출사표를 내 총선 못지않게 분위기가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권 전 의원은 광진갑 지역구에서 18대 의원을 했고, 전 전 의원은 비례대표였지만 민주통합당 광진구갑 지역위원장을 지내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새누리당에서는 임동규 전 의원이 강동구청장, 김충현 전 의원은 마포구청장, 오경훈 전 의원은 양천구청장에 각각 도전했다.
관악구청장에는 민선 2기 관악구청장을 지낸 김희철 전 의원이 다시 출마했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서울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을 당시 민주당으로 출마해 당선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신영수 전 의원이 성남시장에, 김황식 전 의원은 하남시장에, 백성운 전 의원은 고양시장에, 박승웅 전 의원은 용인시장에 지원했다. 17대 국회 열린우리당에서 활동한 제종길 전 의원은 안산시장에 출마했다.
출마후보들은 중앙정치의 경험을 살려 지역발전을 이뤄내겠다고 앞 다퉈 말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총선 또는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려고 기초단체장을 중앙정치를 향해 한번 쉬어가는 징검다리쯤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일각에서는 골목상권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와 같이 지방선거의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