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세종조에 평안도 철산에 거주하던 배무룡이라는 좌수와 딸 장화와 홍련, 그리고 부인이 죽자 후사를 얻고자 맞아들인 두번째 부인 허씨와 그 밑으로 난 아들 장쇠.
정혼자가 있는 장화가 부정을 저질러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남편을 속인 허씨는 장쇠에게 장화를 데리고 멀리 나가 죽이라고 시키는데 공연은 죽으러 가는 장화의 여정을 보여주는 영상에서 시작된다.
누명을 쓰고 죽음을 맞은 장화는 옥황상제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아비와의 세상 인연이 미진하다며 다시 세상에서 부녀로 만나 한을 풀라는 옥황상제의 뜻을 따라 장화 가족은 환생한다.
‘김나이 무브먼트 콜렉티브’는 그렇게 현세에서 다시 만난 장화 가정의 모습을 춤으로 그려낸다.
환생은 했지만 물과 기름처럼 한데 어우러질 수 없는 이질적인 가족 관계는 여전하고, 각각 ‘장화홍련전’의 등장인물로 분한 무용수들은 유일하게 식사 시간에만 한자리에 모인다.
어색한 식사 시간이 끝나면 저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공연장 구석구석으로 흩어져 각 인물의 관점에서 몸짓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관객은 한자리에 모였다가 무용수들이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질 때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연기하는 무용수를 따라다니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 로열발레고교와 더럼대, 뉴욕대 예술무용 대학원을 나와 현대무용가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해온 김나이는 한국인 최초로 바리시니코프 댄스 파운데이션에 입단해 활동한 바 있다.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2009년 귀국해 서울대에서 안무 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안무가로 첫선을 보인다.
김나이는 “관객과 무용수, 객석과 무대를 분리한 전통적 무용공연 형식에서 벗어나 특정 장소가 지닌 조건을 그대로 수용해 관객과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나이 무브먼트 콜렉티브’는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무용과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람료 없음. (02)3675-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