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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메모부터 시까지, 우리가 그들을 추모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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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기자

승인 : 2014. 05. 13. 18:21

세월호 참사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추모방식도 다양해져
추모메모부터 추모시, 편지, 롤링페이퍼 등 국민들 다양한 방법으로 희생자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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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기 안산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한 추모객이 게시된 추모시 여러 편을 읽고 있다. / 사진=김종길
사막보다 더 삭막한 바다 / 아름다운 목숨들이 꽃처럼 스러져갔구나 / 기울어져가던 뱃속 / 차가운 물속에서 / 간절하던 소원이 신기루처럼 사라져갔구나… (권순자 시인의 ‘너를 보낸다’ 중에서…)

세월호 참사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을 애도하고 위로하는 국민들의 추모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13일 경기 안산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 주변 추모 게시판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내용을 담은 추모메모 외에도 여러 편의 추모시가 게시돼 조문을 마친 추모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김종순 시인이 쓴 ‘이 몸 한 개 별이 되어’는 이번 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화자로 설정해 그들이 세상과 작별하기 전 마지막으로 부모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담아내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김 시인의 시를 조용히 읽어 내려가던 강모씨(46·여)는 “‘엄마 아빠 이제 그만 우세요’로 시작하는 첫 시구부터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라며 “어떤 말로도 그들을 온전히 애도하고 위로할 수 없겠지만 이런 국민들의 메시지가 조금이라도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산시 총무과 관계자에 따르면 추모메모뿐만 아니라 추모시, 편지 등은 전부 추모객들이 자발적으로 게시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날까지 게시된 추모 글은 9만여장으로 추정된다.

정부 합동분향소 주변에는 20여m 길이의 추모 게시판이 3곳에 나눠 설치돼 있으며 이곳에는 조문을 마친 추모객들이 남긴 추모메모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보내 온 편지와 롤링페이퍼, 추모시 등이 게시돼 있다.

분향소 입구 쪽 게시판에는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남긴 ‘촛불편지’가 추모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조수현양(10)은 촛불편지에 “언니, 오빠 배가 침몰할 때 두렵고 무서웠지?”라고 적어 희생자들을 위로했고, 이지호군(10)은 “형, 누나 힘내서 돌아와”라고 적어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넷에도 다양한 추모 글이 누리꾼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다. 권순자 시인(56·여)은 자신의 블로그에 ‘진혼가’와 ‘너를 보낸다’란 제목의 추모시 두 편을 발표했다.

권 시인은 “현재 서울 소재의 한 중학교 교사로 근무 중이며 막내딸이 이번에 사고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과 또래라는 점 때문인지 이번 사고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져 추모시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을 살리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를 보는 내내 가장 안타까운 점이라며 다음에 발표할 시에는 그런 내용을 담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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