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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월호 ‘숨은선행’ 윤명희 의원…“저도 두 아이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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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승인 : 2014. 05. 22. 16:20

아들 결혼식비 줄여 2000만원 성금, BBQ·하림 후원 이끌어내 유가족·구조대 건강 챙겨
현장등록 자원봉사 "정치인이라고 절대 밝히지 말아 달라" 신신당부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
세월호 참사에서 유가족들을 위해 ‘남몰래’ 선행에 앞장섰던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이 22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태범 기자 bum@
지난달 전남 진도에서 전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안타까운 여객선 침몰 사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한 성금으로 2000만원을 국회사무처에 기탁해 화제를 모았던 국회의원이 있다.

정치인의 특성상 ‘돈을 얼마 냈다’는 것은 단순히 홍보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사고현장에 내려가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유가족은 물론 구조대의 건강까지 남몰래 챙기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그의 진심어린 슬픔을 느끼게 했다.

사고가 났을 때 너도나도 내려가 얼굴 알리기에 바빴던 정치인들과 달리 뒤늦게 ‘숨은 선행’이 알려지며 유가족들에게 작지만 큰 도움을 줬던 정치인,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이다.

윤 의원은 2000만원의 기탁금 외에도 유가족을 돕기 위한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현장에 등록해 자원봉사에 나섰고, 직접 BBQ와 하림에 닭고기 지원을 요청해 이를 성사시키며 유가족은 물론 구조대의 영양과 건강을 챙겼다.

윤 의원은 22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두 아이의 엄마다. 엄마의 아픔을 생각하니 참사 이후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며고 말문을 열었다.

윤 의원은 “제 아들이 25일 결혼을 한다. 우리 아이가 잘 커서 무사히 결혼하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다”며 “한쪽 가슴이 잘려져 나가는 아픔이 부모님들 마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움에 대한 윤 의원의 모습은 보통의 어머니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대책을 말하는 그의 모습은 직능 비례대표 출신의 ‘전문성’이 느껴졌다.

- 장남 결혼식 혼수비용을 줄여 성금 2000만원을 냈다. 특별한 동기가 있다면.

“저도 두 아이의 엄마다.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우는 게 정말 힘들었다. 세월호 참사 때 저처럼 워킹맘의 마음으로 아이를 키운 부모님들도 있을 것이다. 제 아들은 결혼을 하지만 한쪽 가슴이 잘려져 나가는 아픔이 세월호 유가족 부모님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견딜수 없을 것 같았다.

참사 이후 눈물이 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19일 현장에 내려가 밤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우리 아이는 잘 커서 무사히 이렇게 결혼하는 것이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언론에 알려진 것은 성금이었는데 실제로는 더 많은 선행을 했다고 들었다.

“내려가서 보니 실종자 가족분들이 밥도 그렇고 잘 못 드셨다. 영양이 좋은 삼계죽이라는 게 있다. 하림에 연락해서 공급해줄 것을 요청하니 김홍국 회장이 흔쾌히 자신이 직접 가서 확인하고 다 하겠다고 했고, 그날 바로 조치가 됐다. 제가 또 부탁한 게 뼈를 발라내면서 드시면 불편해서 뼈는 빼고 살만 넣어 달라고 했다. 또 밥솥에 밥을 넣어놨다가 죽이 부족하면 밥을 더 담아드릴 수 있도록 부탁하니 그것도 수락하셨고 바로 그렇게 하게 됐다.

아울러 잠수사분들이 정신적·육체적인 노동을 하는데 삼시세끼 밥만 먹고 하는 것은 체력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열량이 높은 음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서 윤홍근 BBQ 회장님께 협조를 요청하니 흔쾌히 하시겠다고 했다. 하루에 튀김닭 300마리를 계속 공급하면 잠수사와 해경들에게 충당이 되겠더라. 그날부터 바로 차를 보내서 이를 해줬다.

또 이건 성사가 안됐지만 가족들이 있는 체육관에 매트리스와 최소한의 칸막이를 설치해 줄 것을 건의했다. 가족들이 그냥 체육관 바닥에 계시더라. 체육관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족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고 불빛도 강했다. 물론 자식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자고 쉬기도 힘들지만 신체는 리듬이 있다. 바닥에 계시는 것보다는 좀 더 편안히 계셔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 일부 정치인들은 얼굴 알리기 차원에서 내려가 비판을 받았다. 이런 선행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었나.

“처음부터 얼굴을 알리고 이런 진심에서 벗어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갔다. 저는 정치인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진도의 농업계 단체에 생활개선회가 있다. 거기 회장님께 조용히 제가 정치인이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고 자원봉사자로 받아달라고 해서 등록했다. 그 분들하고 회장님만 알지 다른 회원들은 모르게 같이 봉사를 했다”

- 세월호 참사 재발방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전체가 안전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개조할 수 있는, 정말 국가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어릴 적부터 안전교육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 어릴 때 안전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우리 스스로가 안전에 대해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선박안전검사를 담당하는 운항관리자는 13개 안전항목 중 7개를 위반했으나 해운법에는 이에 대한 벌칙조항이 없어 처벌할 수가 없다. 우리 법이 허술한 구석이 너무 많다. 이에 벌칙조항을 신설하고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선원법도 개정안을 제출해 해상 및 항만에서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국가재난시스템의 혁신적인 개조는 정부와 여당의 힘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야당도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통해서 좋은 법안들과 정책들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후반기 국회에서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지망했다. 재선 도전에 유리한 상임위는 아니다

“농업 쪽 직능비례로 국회에 들어왔다. 이번에 보면 공무원 사회도 순환직 보직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 정말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수가 있지 1~2년하고 자리를 바꿔서는 결실을 얻는 게 정말 어렵다. 비례대표는 말 그대로 직능으로 왔기 때문에 전반기 한 번하는 것도 짧은데 그걸 분기마다 나눠서 간다는 것은 원래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아직까지 역량이 부족하다 생각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재선 도전을 위해 2년차에 지역구로 나가게 되면 직능대표에 주어진 역할도 다 할 수 없다고 본다. 좀 더 하는 일에 최선을 하고난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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