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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을 울린 바버의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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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 기자

승인 : 2014. 06. 30. 17:15

[김문관의 클래식산책](121)
“마지막 앙코르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곡으로 준비했습니다.” 수초간의 묵념 후 느리고 슬픈 아다지오 선율이 이어졌다. 10여 분의 연주를 마친 연주자들은 관객의 박수에도 아랑곳 않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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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디토 앙상블(음악감독 리차드 용재 오닐·사진)의 ‘모차르트 페스티벌’ 공연 마지막날, 마지막 순간의 모습이다.

실력도 출중하지만 젊고 ‘잘빠진’ 연주자들의 연주회라 그랬을까. 이날 공연은 넓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입추의 여지가 없었던 완전 매진 속 성황리에 끝났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로 구성된 디토 앙상블은 파커 현악 4중주단과 함께 모차르트의 역작 현악 5중주와 세레나데 노트루나, 현악 3중주를 위한 디베르티멘토를 연주했다.

앙코르는 같은 작곡가의 ‘아이네 나흐트 클라이네 뮤직’과 작곡가가 생전 ‘파파’라 부르며 존경하던 작곡가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세레나데’ 중 귀에 익숙한 악장이 선택됐다.

그러나 이날 공연의 백미는 전술한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아래 동영상>였다.


 

20세기 미국 작곡가 사무엘 바버(1910~1981)가 작곡한 이 곡은 20세기를 풍미한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의 1986년 작품 ‘플래툰(전투소대)’에 삽입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 영화는 이른바 ‘람보류’의 월남전 영웅담이 판치던 시절 월남전을 그 어떤 대의명분도 필요 없는 광기로 풀어냈다. 특히 이 무서운 작품에 삽입된 애수 어린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의 비정함을 극대화 했다.

그로 인해 이 곡은 전쟁과는 무관하게 작곡됐으면서도 현재는 전쟁과 슬픔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 곡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타계한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서거를 알리는 라디오 방송, 괴한의 총탄에 맞아 숨진 케네디(JFK) 미국 대통령의 부고 방송 등 국장의 순간마다 어김없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생명의 넋을 기리기에도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리차드 용재 오닐의 얘기다. ‘검은머리 외국인’인 그의 이름 중 ‘용’은 용기를, ‘재’는 재능을 뜻한다고 한다. 필자는 그간 그에 대해 사실상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고 다소 가볍게 생각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공연의 마지막 앙코르를 통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됐다.

“삶의 순간순간은 모두 선물이며 인연은 가장 큰 축복이다.” 그의 말이다. 음악의 본질은 소리의 꿈틀거림, 다름아닌 생명 그 자체가 아닐까.


앞으로 그의 행보를 주목해보려고 슬쩍 다짐한 이유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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