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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라이앵글’ 김재중 “첫 주연작, 진정한 배우의 의미 깨달았다”

정지희 기자 | 기사승인 2014. 07. 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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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수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연기 활동에 도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유명세를 이용해 쉽게 작품의 중요 배역을 따내는 것만으로도 비난을 받기 십상인데다, 연기력이 부족할 경우 비난의 정도는 더욱 거세진다.

김재중 또한 마찬가지였다. 2011년 ‘보스를 지켜라’로 국내에서 첫 드라마에 도전, 이후 ‘닥터 진’과 영화 ‘자칼이 온다’ 등을 통해 배우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 갔지만 그를 진정한 배우로 인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 때마다 김재중은 “앞으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그리고 최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극본 최완규, 연출 유철용·최정규)을 통해 김재중은 그 약속을 지켰다. 그는 극중 어린 시절 헤어진 형제들과 성인이 된 후 재회해 갈등 관계를 겪게 되는 허영달(장동철) 역을 맡았고, “정말 그 김재중이 맞나” 싶을 정도로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한층 성장한 배우로서의 역량을 뽐냈다.

연기뿐만이 아니었다. 직접 만난 김재중에게서는 과거 작품 인터뷰를 했을 당시보다 한결 여유로움이 느껴졌고, 배우로서 지녀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 등 내면적인 부분 또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여느 때보다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작품…“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 없었다”

‘트라이앵글’은 당초 계획보다 2회가 연장돼 총 26부작으로 마무리됐다. 준비 기간까지 합치면 김재중이 허영달 혹은 장동철로 산 기간은 약 5개월이다.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만큼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쳤을 법 하지만, 김재중은 시원하기보다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는 소감을 밝혔다.

“첫 주연작이다보니 전작들에 비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출연 분량이 너무 많을 경우 스케줄이 조금만 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저는 오히려 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기 때문에 26회로 끝난 게 아쉬워요. 50부작 정도 됐다면 훨씬 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전개됐을 텐데 말이에요. 워낙 등장인물들도 많고 담아내려는 이야기도 많다 보니 조금 성급하게 끝난 느낌이 있어서, 시간이 부족했던 점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아쉬울 뿐이에요.”

아무런 목표도 없이 가볍게 살아가는 건달에서 복수의 칼날을 가는 사나이로,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제대로 다가서지조차 못하는가 하면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갈등으로 오열하는 남자로. 누구보다도 입체적인 인물인 허영달이지만, 의외로 지금까지 맡았던 다른 캐릭터들보다 훨씬 몰입하기 수월했다는 것이 김재중의 설명이다. 그만큼 모든 신경을 ‘트라이앵글’에만 집중시키고 있었던 탓이리라.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 보다 멋지고 세련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재중은 아이돌이란 굴레를 벗어 던지고 망가짐도 불사하지 않는, 그야말로 온몸을 내던지는 열연으로 허영달이란 인물을 그려냈다.

“멋지게 보이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접고 들어갔어요.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각오였죠. 정말 신기할 정도로 이번에는 역할에 몰입이 잘 됐어요. (백)진희와 첫 만남에서 팬티 바람으로 있었는데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을 정도로요. 심지어 촬영 중간에 JYJ 앨범 작업을 하러 갔는데, 멤버들이 ‘완전 허영달이네?’라고 했을 만큼 평소에도 캐릭터에 젖어 있었어요. 온몸의 감각들과 생각들이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요.”

사실 ‘트라이앵글’은 ‘올인’의 최완규 감독과 유철용 작가가 다시 뭉친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후반부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막바지엔 두 자릿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지만 다소 뻔한 소재와 지지부진한 스토리 전개, 어수선한 연출로 인해 한 때 시청률은 5%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시청자들로부터 기대했던 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할 때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재중 또한 주연 배우로서 누구보다 큰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꼈을 터. 하지만 그는 그런 속마음을 감추고 오히려 밝은 모습을 보임으로써 촬영장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김재중이 생각한 주연 배우의 의무였다.

“처음에는 ‘만약 시청률이 잘 안 나온다면 내 탓이다’라는 마음을 갖고 시작했어요. 어깨가 많이 무거웠죠. 그런데 참 고마운 게, 저희 현장에 있던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좋은 분들이셨던 거예요. 제가 혼자 의기소침해지기 전에 먼저 ‘만약 시청률이 안 나와도 그건 절대 네 탓이 아니다’라고 말씀해 주시며 용기를 주셨어요. 그래서 시청률이 조금 떨어졌을 때도 일부러 현장에서 더 많이 웃고 농담도 던졌어요. 주연 배우의 성품이 좋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까, 최대한 인간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네가 지금 웃음이 나오냐?’라는 말을 하는 분이 없었던 게 다행인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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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배우들과의 환상의 케미스트리…“배려와 이해심, 훈훈한 현장 분위기의 원동력”

좋은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한 가지는 출연 배우들 간의 ‘케미스트리’(화학작용)이다. 아무리 좋은 판이 짜여 있어도 배우들끼리의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무대는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트라이앵글’의 경우 삼형제 장동수·허영달(장동철)·윤양하(장동우) 역을 맡은 세 배우 이범수·김재중·임시완의 호흡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이범수와는 이미 전작 ‘닥터 진’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고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이이기에 불편할 것이 없었다. 임시완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시간이 맞을 때마다 함께 술 한 잔을 기울이며 금세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됐다.

“(이)범수 형은 대선배인데도 저희에게 연기에 대해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네가 스스로 해라, 너한테 맡기겠다’라고 해주시는 스타일이에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시는 거죠. (임)시완이는 연기를 무척 잘하는 친구지만, 처음에는 막내인데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인지 조금 어색해하는 것 같았어요. 다행히 저를 비롯한 몇몇 배우들과 굉장히 가까워져서 현장을 편하게 느끼기 시작한 이후로는 연기도 훨씬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고집이 셀 것 같은데 의외로 상대방의 연기에 잘 맞춰줄 줄 아는 친구여서 좋았어요.”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자마자 아이돌 출신이란 꼬리표를 잊게 만들 만큼 훌륭한 연기를 펼쳐 실력을 인정받은 임시완에 대한 경쟁심은 없었는지 묻자, 김재중은 “전혀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경쟁을 한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그만큼 더 좋은 장면이 만들어진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거의 생방송에 가깝게 드라마를 촬영해야 했고, 서로가 얼마나 힘든 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심보다는 측은한 마음이 먼저 생겼던 것 같아요. 상대 배우가 늦게 와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화를 내야 하는데, ‘밤을 새고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라는 생각부터 드는 거예요. 특히나 저와 시완이는 후반부로 갈수록 분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덕분에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러브라인의 상대 백진희와의 호흡 또한 두 말 할 것 없이 좋았다. 지나치게 사이가 좋은 나머지 극중에서도 연인이 아닌 남매 같은 분위기가 나올까봐 걱정될 정도였다는 게 김재중의 설명이다. 그는 시간이 촉박했던 탓에 허영달과 오정희(백진희)의 사랑 이야기가 예상보다 많이 드러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백)진희는 워낙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상대 배우와 어색한 게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더 편하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죠. 사실 드라마에서는 멜로가 빠지면 안 되는 건데, ‘트라이앵글’은 멜로가 너무 약했던 것 같아요. 키스신도 더 많이, 더 예쁘고 절절하게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딱 한 번밖에 안 나왔고요.(웃음) 많은 배우들이 저와 함께 있으면 아무리 바쁘고 힘든 촬영 일정 속에서도 현장 분위기가 밝아진다는 얘기를 자주 해주셨어요. 그럴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고, 더 많이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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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로서의 자세 깨닫게 해준 ‘트라이앵글’…“더 크게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고파”

‘트라이앵글’은 김재중으로 하여금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게 했지만, 배우로서의 내면적인 성장을 이루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이제는 진짜 배우 분위기가 난다”는 말에 김재중은 쑥스러워 하면서도 싫지 않은 내색이었다.

“사실 제 연기를 제가 직접 평가하기는 힘들 것 같고요. 그나마 이번에 정말 잘 한 건, 주연 배우로서 다른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상황을 잘 만들어줬다는 부분인 것 같아요. 다들 같이 고생하는데 저만 힘든 티를 내는 건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고생해도 내가 조금 더 고생하고, 내가 더워도 옆 사람에게 한 번 더 부채질을 해주려고 했죠. 그렇게 아주 사소한 부분들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위주로 행동했어요. 지금까지 작품을 할 때는 항상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란 걸 이번에 깨달은 거예요. 확실히 현장을 보는 시야도 더 넓어졌고, 지금까지의 제가 얼마나 응석받이였는지 알게 됐어요.”

이와 같은 김재중의 마음을 촬영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똑같은 마음으로 돌려줬다. 극중 허영달이 최면요법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장면을 촬영할 때 김재중은 최대의 고비를 겪었다. 며칠 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데다 대본이 늦게 나와 숙지할 시간이 부족했고, 촬영 중 너무 많은 눈물을 쏟아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심하게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날은 너무 힘들어서 웃을 기력조차 없었어요. 그 장면을 마치고 다음 촬영을 위해 일산 스튜디오로 이동했는데, 마침 팬들이 준비해 준 음식과 제 얼굴 사진이 들어간 반창고가 도착해 있더라고요.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현장 스태프들이 저를 웃게 하겠다고 그 반창고를 얼굴이며 뒤통수며 온 사방에 붙여놓고 촬영을 진행했어요. 저 혼자만 발악하는 게 아니라는 것, 제가 힘들 땐 다른 분들로부터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어요. 너무 감동 받아서 눈물이 날 뻔 했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아직 필모그래피는 풍성하지 않지만, 김재중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재밌고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는 모양이었다. 어떤 작품이든 좋으니 당장 차기작에 들어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김재중은 연기를 통해 다양한 삶을 체험하고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행복하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사실 ‘트라이앵글’ 촬영 당시에 잠깐 쉬는 날이 있었는데, 술을 한 잔 하려고 보니까 같이 마실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또 익숙한 상황이어서 ‘그냥 혼자 마시자’ 하고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갑자기 너무 외로워서 눈물이 터졌어요. 눈물이 별로 없는 편인데, 그날은 정말 ‘엉엉’ 소리를 내면서 한참 울었죠.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는데, 막상 다음 날 다시 촬영장에 가서 일을 하니까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그만큼 연기가 제게 큰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죽기 전까지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요. 더 크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더 많은 분들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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