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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깊고 아름다운 어둠의 음악

[인터뷰]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깊고 아름다운 어둠의 음악

기사승인 2014. 08. 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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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결 성숙해진 정규 3집 앨범 'The Lunatic Chapters of Heavenly Creatures'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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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반시장을 록의 불모지라 부르는 이들이 많다. 근 몇 년 사이에 많은 인디밴드들이 언론과 미디어의 조명을 받기 시작해 그나마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밴드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록 음악은 비주류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메탈은 특히나 더 외면당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Dark Mirror Ov Tragedy, 이하 DMOT). 이름에서부터 심상찮은 포스가 느껴지는 이 밴드는 웬만한 음악 팬이 아니고서는 생소하게 느껴질 법한 다크 심포닉 메탈 장르의 곡을 연주한다. 거칠고 공격적인 보컬과 강렬한 기타, 화려한 비트와 클래시컬한 스트링 사운드가 어우러진 DMOT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대개 “한국에도 이런 밴드가 있다니”라며 놀라워한다. 한없이 어두우면서도 서정적인 이들의 음악은 청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는커녕, 소위 음악 좀 듣는다 하는 사람들에게도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이름이지만 DMOT는 이미 결성 11년차를 맞은 베테랑 밴드다. 2003년 보컬 김경선과 기타 정중곤을 중심으로 결성돼 2005년 첫 정규 앨범 ‘다크 미러 오브 트래저디’를 발매했고, 몇 번의 교체를 거쳐 현재의 멤버(보컬 김경선·기타 정중곤·기타 손경호·베이스 송재민·드럼 김승휘·건반 정예슬·바이올린 홍나경) 체제가 구축됐다.

“DMOT 음악의 뿌리는 북유럽의 차가운 블랙 메탈과 비극적이고 처절한 아름다움이 특징적인 고딕 메탈에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 두 가지를 접목시킨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불협 속의 안정, 어둠속의 아름다움과 같은 모순되는 감정을 담아내는 거죠. 익스트림 메탈도 보통 영국·미국·유럽 등으로 기반이 나눠지는데, 저희는 따지고 보면 동유럽 쪽 사운드에 가장 가까운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멤버들 개개인이 좋아하는 음악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통분모가 있어서 함께하게 됐어요. 사실 해외에서도 메탈에 클래식을 접목하는 팀들이 있긴 하지만 많진 않아요. 아시아에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고요.”

최근 DMOT는 정규 3집 앨범 ‘더 루나틱 챕터스 오브 헤븐리 크리에이처스(The Lunatic Chapters Of Heavenly Creatures)’를 발매했다. 앞서 언급했듯 2005년에 첫 정규 앨범이 발매된 이후 2집 앨범은 2009년에 홍콩 메탈 전문 레이블을 통해 발매됐고, 2010년에 EP앨범 ‘언더 어 위더드 브런치(Under a Withered Branch)’가 공개됐으니 국내에서 DMOT의 앨범을 접하는 것은 약 4년 만이다.(2011년에는 일본에서 정규 1집 앨범이 재발매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3집 앨범은 유독 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2집에서 표현하고 싶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못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3집에서는 더 섬세한 감정의 전달이 가능하도록 음악 공부를 많이 했죠. 보다 교향악적인 느낌을 많이 내려는 시도도 있었고요. 그런 부분에서 전작에 비해 많이 업그레이드된 앨범이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연주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멤버들 모두가 스스로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작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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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곡의 연주곡을 포함한 총 아홉 트랙이 수록된 이번 3집 앨범의 모든 곡들은 놀랍게도 홈 레코딩으로 제작됐다. 정식 스튜디오가 아닌 개인 작업실에서 만들어졌다고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완성도 높은 사운드가 탄생하기까지 멤버들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음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김승휘가 수차례에 걸쳐 드럼을 재녹음하며 분에 못 이겨 눈물을 쏟아냈다는 뒷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정도다.

“국내에 헤비메탈 녹음 기술을 보유한 스튜디오가 거의 없다 보니,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해도 결과물이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녹음을 저희가 직접 받고 해외 스튜디오에 믹싱과 마스터링을 맡기기로 했죠. 집에 있는 메탈 시디들을 전부 꺼내서 일일이 레이블 목록을 확인하고 리스트로 만들어 둔 뒤에 약 70여 곳에 컨택 메일을 보냈고, 연락이 온 회사들 중 말이 잘 통하는 곳과 발매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 결과 프레싱은 독일 공장에서, 발매는 이탈리아 레이블에서 이뤄졌어요. 시간과 비용은 배로 들었지만 그만큼 더 만족도는 높은 것 같아요.”

이와 같은 멤버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산물에 해외 메탈 전문 평론가들은 ‘10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며 큰 찬사를 보냈다. 워낙 메탈 시장의 기반 자체가 작은 탓에 국내에서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미미했지만, DMOT의 오랜 팬들은 ‘격한’ 반응을 보이며 그들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DMOT의 음악을 들려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멤버들은 “처음부터 쓸쓸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괜찮다”며 웃음을 지었다.

“사실 DMOT 자체가 해외에서의 반응이 더 좋은 편이에요. 저희도 물론 국내에서 더 자주 공연을 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는 메탈 소비자가 워낙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밴드들이 주로 활동하는 클럽에서 저희 같은 메탈 팀을 세워주는 공연을 기획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요. 예전에 EBS ‘스페이스 공감’에 나간 적은 있었지만, 그 외엔 노출될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왜 그렇게 인기 없는 음악을 하냐’고 물으실 수도 있지만, 저흰 그냥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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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DMOT가 ‘마니악한 음악을 꿋꿋하게 하는 장인 같은 밴드’로 여겨지길 바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속된 말로 ‘안 팔리는’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측은함이나 동정 어린 시선을 받는 것도, 비주류 문화를 소화해내는 진정한 인디밴드라며 거창하게 포장되는 것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비주류니 소수니 그런 수식어를 붙이지 말고, 그냥 다양한 음악을 하는 여러 밴드들 중 하나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열심히 하는 밴드, 국내보다는 해외를 활동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는 밴드 정도로만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대부분의 인디밴드들이 그렇겠지만 당연히 금전적으로 힘든 부분은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저희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고, 그런 저희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을 생각할 때마다 전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간 친분이 깊은 해외 밴드들과 적극적인 음악적 교류를 해왔던 DMOT는 올 가을 일본 메탈 밴드 이씨리얼 신(Ethereal sin)과 스플릿 앨범을 발매한다. 10월 핀란드 메탈 밴드 카타메니아(Catamenia)의 아시아 투어에서 DMOT와 이씨리얼 신이 서포트 밴드를 맡게 돼, 그 기념으로 함께 앨범을 제작하게 된 것. 세 팀은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에서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며 한국에서의 공연은 2일 부산, 3일 서울로 예정돼 있다.

“모든 아티스트는 어느 정도 부채 의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선배가 들려준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으며 자랐으니까, 그만큼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 후배 뮤지션이 될 사람들에게 들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거예요. DMOT의 목표는 세계적인 명반을 만드는 거예요. 수십 년이 흘러도 저희 앨범을 사서 듣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요. 한 시대의 유행에 맞는 음악보다는 길게 남는 음악이 자신에게 내재된 것들을 많이 끌어낸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표한 3집은 정말 자신 있어요. 진짜 헤비해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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