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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우리 금융당국은 구제금융의 종식을 원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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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4. 08. 11. 13:50

김이석 논설위원
2006~2011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낸 베어(Sheila Bair)는 8월 7일자 파이낸셜 타임즈에 "더 이상의 구제금융이 없다는 게 깡통 슬로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다. 2008년 미국발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대형은행들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부실의 청산이 경제전체의 더 큰 불안정성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금융사들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급부상한 경제정책 문제는 이런 사태를 어떻게 미연에 방지할 것인가였다. 

사실 2011년 8월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구제금융의 정당성에 대한 항의로 볼 수 있다. 시위자들은 모기지 대출 관련기관과 투자은행 등 1%의 잘못으로 벌어진 사태에 대해 99%가 낸 세금을 쏟아 부어 해결하는 데 대해 분노했던 것이다. 이들은 은행들은 구제되는데 자신들(의 집)은 팔려나갔다고 항의했다. (박도준, 『시장실패, 정부실패』, 136). 

구제금융을 예상하게 되면, 금융사들은 일반 기업들에 비해 더 공격적으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미국은 2010년 '도드-프랭크 법'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금융안정성감독위원회,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등의 기구들이 설치되었다. 도드-프랭크 법의 핵심은 대형금융사들로 하여금 경제전체를 교란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파산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구제금융을 할 필요가 없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도드-프랭크법 시행 후 4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미국의 연준과 연방보험공사는 11개 대형은행들의 응급계획이 충분하지 않다며 이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베어는 연준이 동시에 너무 심하게 대형은행들을 몰아붙이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해 혼동된 신호를 주고 있다며 비판했다.  

 케인즈와의 논쟁 그리고 사회주의 체제의 실패 예견으로 저명한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시장경제에서 그 구성 요소들에 대해 확실성을 보장하면 경제 전체가 불안정해진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의 금융시장에 잘 적용된다. 대형 금융사의 도산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이들도 다른 기업들처럼 신중하게 그들의 사업을 운영한다. 그 결과 경제의 안정성도 확보된다. 이들의 안정성을 확보해줄수록 경제전체의 불안정성은 오히려 더 높아진다. 은행들을 예금자들에게 약속한 예금을 지불하지 못하게 될 때 대신 갚아줄 예금보험공사가 있다. 더 나악 이들은 부분지불준비금 제도 아래 신용창출 기능이 있다. 대형은행들에 대해 다른 금융사들과 거래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일부 은행의 파산이 은행권 전체의 파산과 같은 큰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들어 이들이 조용히 파산하게 만들겠다는 게 '도드-프랭크법'의 취지다. 

실제로 이런 입법이 대형은행의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더 이상의 구제금융이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규제당국이나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구제금융을 해주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 기울게 되면 만사휴의다. 블레어는 현재 이 점이 확실하지 않다면서 규제자들이 구제금융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직설적으로 묻고 있다. 시장경제는 성공도 허용해야 잘 작동할 수 있지만 동시에 도산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잘 작동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LTV, DTI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가 있었다. 여기에 대해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는 은행부실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은행의 자기 책임을 확보할 수 없다면 은행부실화와 구제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야간 세부적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원도 곧 설립될 예정이다. 이런 제도들을 도입하면서 구제금융의 종식과 같은 근본적인 정책 목표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전 미국예금보험공사 사장 블레어의 질문은 한은과 금융위원회 등 우리의 금융당국에게도 유효하다. 구제금융의 종식을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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