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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수원천 거쳐 광교호숫가 한 바퀴

수원 화성, 수원천 거쳐 광교호숫가 한 바퀴

기사승인 2014. 08. 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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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원의 이야기가 있는 걷기(110) 화성-광교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水原) 화성(華城)은 조선 정조의 역작으로 총 길이 5.7km에 달한다. 1963년 사적 제3호로 지정되었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화성은 한국 성의 구성 요소인 옹성, 성문, 암문, 산대, 체성, 치, 적대, 포대, 봉수대 등을 모두 갖춰 한국 성곽건축 기술을 집대성했다고 평가된다.

공심돈(空心墩), 포루 등 우리나라 성곽에서는 보기 드물게 많은 방어시설을 갖추고 중국과 일본 축성술의 장점까지 수용, 화강암과 벽돌을 함께 사용하고 성벽을 낮지만 가파르게 만들어 방어력을 극대화했다.

그러면서도 동서양의 어느 성보다도 아름답다.

화성-광교길1
수원 화성의 서문인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특히 성의 형태는 물론 성을 쌓는 방법과 재료까지, 축성과정의 모든 것을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라는 자료로 남겼다. 처음부터 성의 유지보수까지 신경을 썼다는 증거다.

덕분에 한국전쟁으로 성의 대부분이 파괴됐어도 원형 그대로 쉽게 복원할 수 있었고, 세계문화유산 심사에서도 이 기록이 큰 도움이 됐다.

한편 광교저수지(光敎貯水池)는 수원시 상광교동 광교산 밑에 있는 대형 인공호수로 수원시민들의 상수원이기도 하다.

오늘은 이 화성과 광교저수지를 잇는 ‘화성-광교길’을 걸어본다.

수도권전철 1호선 화서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대로를 건너 좌회전, 사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간다. GS주유소 건너편에 있는 나지막한 산이 숙지산(熟知山)이다. 길을 건너 오른쪽 길을 따라 조금 가면 숙지공원이 나온다.

공원 입구에 있는 작은 돌비석에 이 산 이름의 내력이 새겨져 있다.

화성성역의궤에 따르면, 이 산이 있는 면 이름은 원래 ‘공석(空石)’으로 예로부터 돌이 없는 땅으로 알려졌는데, 갑자기 숙지산에서 많은 화강암이 나와 화성 축성에 큰 도움이 됐다. 정조는 전교를 내려 “암묵 중에 미리 정함이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라고 기이해 했다고 한다.

실제 숙지산 곳곳에는 화성 축성 당시의 채석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숙지공원 안쪽에 등산로가 있다. 숙지산은 산 바로 밑 고층아파트와 높이가 비슷할 정도로 낮은 산이어서 곧 정상에 이른다. 하지만 작은 아담한 정자가 있는 정상에 서면 수원시내 전체는 물론, 멀리 동탄신도시(東灘新都市)까지 한 눈에 조망된다.

반대쪽으로 내려와 벽산아파트를 통과, 골목길을 계속 내려와 대로를 건너면 수원화성이다.

좌회전해 조금 내려가니 화성의 서문인 화서문(華西門)이 나온다. 보물 제403호 화서문은 단층 누각이 있는 성문을 옹성이 감싸고 있는 구조다.

바로 옆에 보물 제1710호 ‘서북공심돈’이 있다. 벽돌로 5.58m의 성벽을 네모지게 두르고 안은 빈(공심) 구조로서 꼭대기에 포대, 성벽 곳곳에 다수의 포 구멍과 총구멍 및 화살구멍을 내어 적군을 공격하게끔 한 구조물이다.

성벽 위로 올라 성곽 길을 따라 걷는다. 곧 화성의 정문 겸 북문인 장안문(長安門)이 보인다.

화강암으로 쌓은 성벽에 홍예문을 냈고 2층 문루가 있다. 문 앞을 완전히 한 바퀴 두른 벽돌 옹성에도 홍예문과 단층 누각이 있다. 장안문이란 이름은 중국 전한, 수, 당의 수도였던 장안(현재의 시안)에서 따온 것으로 장안처럼 화성도 융성한 도시가 되라는 정조의 뜻이 담겼다.

성문 밑으로 내려와 성벽을 따라 걷는다. 성곽의 아름다움은 역시 밑에서 봐야 제 맛이다.

얼마 안 가 화홍문(華虹門)에 이른다. 화홍문은 화성을 관통하는 수원천 북쪽에 세워진 북수문(北水門)이다.

화성-광교길2
화성의 북수문인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물이 흐를 수 있도록 7개의 홍예문이 있고, 남수문과 달리 위에 5량 팔작지붕의 누각이 있다. 홍예에서 쏟아지는 장쾌한 물보라와 인근 연못인 용연 등 주변 경치와 잘 어우러져서 수원8경의 하나인 ‘화홍관창(華虹觀漲)’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화홍문 바로 위 ‘동북각루’는 보물 제1709호로,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이라고도 한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은 수원 화성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첫 손가락에 꼽힌다.

화홍문에서 화성 성곽과 작별을 고하고 왼쪽 수원천 변 산책로를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길은 수원시가 조성한 ‘8색길’이라는 트래킹 코스 중 1색길인 ‘모수길’의 일부다. 여러 갈래로 뻗은 수원의 하천들을 따라 걷는 길이다.

조금 가니, 돌다리 앞에 시원한 분수가 하늘로 치솟는다. 그 위엔 더 큰 분수도 있다.

어느새 수원의 진산인 광교산(光敎山)이 가까워진다. 수원천 제1교인 ‘경기교’ 밑을 지나 돌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에 광교공원이 있다.

광교공원에는 작은 호수변에 목제 산책로와 팔각정이 있고 분수들이 물을 뿜고 있다. 거란의 침략을 물리친 고려의 명장 강감찬(姜邯贊) 장군 동상이 이 공원의 상징인데, 원래 팔달산 중턱에 있던 것을 2007년 12월 이 곳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조금 올라가니 거대한 제방이 나타난다. 제방 위에 오르면 거대한 호수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바로 광교저수지다.

화성-광교길4
수원 광교저수지
제방 오른쪽 끝에 광교산 주등산로가 있다. 하지만 왼쪽 끝에도 보석 같은 숲길이 있다. 광교저수지 호숫가를 오른쪽으로 끼고 도는 산책로로, 왼쪽은 백운산(白雲山)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다. 바로 ‘광교누리길’이라 명명된 길이다.

수변산책로를 오르락내리락하며 호숫가를 따라 걷는다. 전망대를 지나 얼마 더 가면, 시계가 트이면서 호수 너머로 광교산의 웅장한 자태가 드러난다. 정면엔 영동고속도로가 달려간다.

호수 북쪽 끝 아담한 정자를 지나 예쁜 다리를 건너면 ‘광교쉼터’ 소공원이 있다.

여기부터는 호숫가 반대편에 걷기 좋은 나무데크길이 길게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남쪽으로 간다.

이 길은 8색길 중 2색길인 ‘지게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걸으며 주말 오후를 즐기고, 호수 옆 사각 초가(草家) 정자가 정겹다.

왼쪽 도로 너머 문암골은 또 다른 광교산 등산로 입구다.

반대쪽보다 좀 빨리 제방에 도착했다. 도로 왼쪽 ‘반딧불이화장실’ 옆에 주 등산로가 있고, 조금 더 내려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여기서 13번, 13-3번을 타면 수원역으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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