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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12척의 배가 집어삼킨 ‘1586개’의 스크린…‘큰 영화 독식’

‘명량’ 12척의 배가 집어삼킨 ‘1586개’의 스크린…‘큰 영화 독식’

기사승인 2014. 09. 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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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규모에 영화 흥행 좌우되나?
최고 흥행영화 '명량' 개봉 4일 만에 국내 상영관수 1586개 점유
극장 측은 "예매율과 좌석점유율 등 종합적인 상황 고려해 상영관수 배정한다"고 해명
명량
영화 ‘명량’의 포스터 / 사진=(주)빅스톤픽쳐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아니 495개(8월 31일 기준)의 스크린이 남아있습니다.”

1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제작 (주)빅스톤픽쳐스·배급 씨제이이앤엠(주))에서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은 단 12척의 배로 무려 11배가 넘는 133척의 일본 수군을 격파한다.

절대 상대가 안 될 것 같은 전투 환경 속에서의 승리. 명량은 이처럼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힘과 리더십을 지지해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상품’으로서의 명량은 올해 한국영화계의 ‘최고 강자’다.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를 점하는 중소 규모의 영화들은 애당초 명량과 대등하게 전투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 개봉 시부터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영 환경 때문이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권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척의 배’는 개봉 4일(8월 3일)만에 최고 ‘1586개’(상영관 점유율 39.8%)의 스크린을 장악했다. 참고로 국내 상영관수는 2584개다.

CJ CGV 홍보팀 관계자는 “상영규모는 영화 정보와 관객 반응, 동기간의 다른 작품과의 경쟁현황 등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며 “명량은 개봉일부터 60%가 넘는 예매율을 보였고 개봉 3일 만에 87.9%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상영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량 같은 블록버스터영화가 아무리 많은 상영관수를 잡더라도 영화에 대한 관객 반응이 좋지 않으면 흥행은 실패하기 마련”이라며 “군도의 경우 명량보다 더 많은 상영관을 잡고 개봉했지만 관객 반응이 좋지 않아 1주 만에 상영관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합전산망 통계를 보면, 명량보다 1주 앞서 개봉했던 군도의 개봉일(7월 23일) 상영관수는 1250개로 명량의 1159개보다 91개 많았지만 1주일 뒤 680개(7월 31일)로 줄었다.

극장 측은 이런 결과의 요인으로 군도에 대한 관객의 안 좋은 평가, 흥행 성적 등을 내세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국내 상영관수가 2584개로 한정적인 상황에서 극장이 ‘명량’, ‘해적’, ‘해무’ 등의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를 1주마다 개봉하며 상영관을 바통 넘기듯 배분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더구나 명량 개봉으로 줄어든 군도의 상영관수 680개는 다른 중소규모의 영화와 비교해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

대규모 영화의 시장 독식·독과점은 그간 지겹게 반복된 한국 영화계의 고질병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증세가 심해질 뿐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각계에서 지적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관에 영화를 걸 수밖에 없는 중소배급사들은 극장 측 눈치를 보느라 이러한 영화계 현실을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중소배급사 관계자는 “모든 배급사가 동일한 계약조건·방식으로 영화관과 배급 계약을 맺고 있다”면서도 “영화관 체인을 갖고 있는 CJ와 롯데가 배급하는 영화들, 대자본이 투입된 영화들이 보다 많은 상영관수와 회차를 차지하는 것이 업계의 암묵적인 관행”이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이에 대해 CGV 관계자는 “CJ와 롯데 등 대기업이 자체 제작하고 배급한 영화를 계열사 극장에 몰아주기 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역린’과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표적’이 4월 30일 같은 날 개봉했는데 CGV는 역린에 더 많은 상영관수와 회차를 배정했다”고 말하며 수직계열화는 아니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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