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단독]부동산대리인에 놀아난 정부투자 명품관광사업

[단독]부동산대리인에 놀아난 정부투자 명품관광사업

기사승인 2014. 09. 22.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정부 투자 50억 규모의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명품점 사기 논란
정부가 50억원을 투자해 15년째 이어온 명품관광 사업이 부동산대리인의 농간에 중단될 뻔한 사실이 21일 뒤늦게 드러났다. 사업을 맡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회장 남상만)의 허술한 부동산 거래 때문이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지난해 12월 임대계약이 끝난 기존의 한국관광명품점 사업장을 대신해 인근 건물로 이전하기로 하고, 전세 임대계약을 맺은 뒤 내부시설공사까지 했지만 건물주가 제기한 소송전에 휘말려 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건물주 A씨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자신의 건물에 입주해 있던 B씨와 공모해 경매가 진행 중이던 자신의 부동산을 헐값에 가로채려고 치밀한 작전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원에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실제 B씨는 A씨의 부동산 거래 대리인을 자처하며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접촉한 뒤 ‘가짜 위임장’을 만들어 가계약까지 맺었지만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A씨는 뒤늦게 계약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미 B씨가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내야 할 전세대금 54억원 중 계약금 9억원을 A씨 계좌로 송금하게 한 뒤 자신의 누나를 통해 인출해 간 뒤였다.

또한 관광1번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자리한 A씨의 건물은 감정가 220억원 규모로 당시 매각을 위해 경매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건물에는 거액의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라 전세계약을 위해서는 경매 취소와 함께 전세권 설정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최대 채권자인 시중의 한 저축은행과 사전에 접촉해 지난해 11월 압류 및 경매 취하와 함께 전세권 1순위 설정을 약속받았다. 채권단으로부터도 전세 임대계약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전세계약을 위한 전제조건은 해결됐지만 문제는 건물주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정도로 한국관광협회중앙회·저축은행을 비롯한 채권단·B씨 사이에서만 절차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관광명품점은 정부가 투자한 50억원이 재원이 된 사업으로 사실상 정부정책사업의 성격을 가져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신중하게 운영해야 하는 사업이었다.

1999년 정부가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관광기념품 육성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상품을 엄선해 판매하는 쇼핑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으로 시작했고, 사업을 맡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계자 스스로도 “중국산 짝퉁이 판치는 현실에서 추락한 한국관광상품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 투자액을 초과하는데다 경매절차가 진행 중인 위험도 높은 부동산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건물주 대리인을 자처하는 B씨와만 모든 절차를 진행했다는 설명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계약에 대해 건물주가 항의전화를 걸자 “건물주 본인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을 정도로 건물주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했다.

이와 관련,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계자는 “건물주나 우리나 사기꾼의 농간에 놀아났을 뿐”이라며 “오히려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우리에게 손해를 끼친 건물주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관광협회중앙회로서는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할 수 없이 최대 채권자인 저축은행으로부터 예정에도 없던 채권을 인수했다”며 “전례가 없던 거액이 오가는 결정이라 총회 등 관련 절차까지 거쳐야 했다”고 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건물주가 계약 완료를 거부함에 따라 전세권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자 경매를 중단시키기 위해 이자 부담까지 감수하며 150억원대 규모의 채권을 인수했다. 뿐만 아니라 건물주의 거친 항의로 정상적인 영업에 장애를 받았다. 건물주와의 마찰을 지켜 본 국내외 관광객 등 이미지 추락까지 감안하면 허술한 부동산 거래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는 상당한 정도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최근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모두 승소해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건물주와의 갈등은 여전해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