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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훈의 월드투데이] 美 ‘아시아 재균형 정책’ 아직 유효한가

[윤희훈의 월드투데이] 美 ‘아시아 재균형 정책’ 아직 유효한가

기사승인 2014. 09. 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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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문제로 다시 중동으로 회귀(Pivot to Mid-East)한 미국
미중 간 협력 가능성 제기.. 중국의 선택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은 아직까지 유효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격퇴를 선포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축 편이(偏移)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 축출 이후,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량살상무기만을 통제하겠다던 미국의 ‘비폭력다원주의’ 중동정책은 IS와의 전쟁을 계기로 변곡점을 맞았다.

크림반도 사태가 미국의 시선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옮기게 했다면 IS 사태는 결국 미국의 발걸음을 동북아에서 중동으로 향하게 했다. 중국 견제를 모토로 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자연스럽게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렸다.

이런 가운데, IS 문제를 계기로 미·중 간 협력 공간이 넓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15일 발표한 ‘IS 등장의 함의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주요국제문제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중동 정세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이 자국 대외정책의 중점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겨 중국 견제에 대비하는 기존 전략의 이행 속도는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히려 IS 등 글로벌 이슈들을 다루감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공간이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고위 관리들을 만나 “이라크 내에서 점증하는 IS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중국도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IS 대응과 관련해 중국에 직접적으로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입장은 아직까지 묘연하다.

중국 외교부는 “우리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테러리즘을 타격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제 반(反)테러 투쟁 과정에서 반드시 국제법과 관련국의 주권 독립 및 영토 안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줄곧 고수하고 있다.

이 문제는 결국 오는 11월 예정된 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제안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IS 문제 협력을 계기로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최소화할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을 축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던 미국의 외교전략도 ‘일시정지’ 될 수 밖에 없을뿐더러 중국이 당면한 주변국가와의 영토문제에서 미국이 한 발짝 물러서는 결과도 누릴 수 있다.

내치(內治)로 들어가면 독립 이슬람세력인 위구르족의 테러 위협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중 간 협력이 성사된다면 시진핑 체제가 제시하고 있는 ‘신형 대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하지만 미·중 간 협력이 실제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29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테러리즘에 대한 반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내정불간섭’이라는 기본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현재 중국이 자신들의 외교정책의 기본원칙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국가 이익이 걸린 문제가 중동에서 나타난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테러집단의 신장위구르 지역 유입 등, 국내 안보적 관심은 높을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공동 행동을 취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며 “중국이 IS 대응을 계기로 중동문제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 교수도 “중국이 군사적으로 묶이는 것을 극도록 싫어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1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테러리즘에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명분만 함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 교수는 이어 “신장 위구르에서도 상당수가 IS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 IS 대응 오퍼레이션이 내심 반가웠을 것”이라며 “미·불·영 vs 중·러로 고착화된 P5(UN 안보리 상임이사국) 국면에서 중국이 비토권을 행사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 자체가 미국에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에 IS 대응 관련, 손을 내민 것은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에 중국을 포섭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국정책은 억제라기 보다는 자신들의 체제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게 목적”이라며 “중국에게 IS 협조를 구한 것은 미국의 전쟁 전략과 작전 수행에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일종의 중국을 포섭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관계자나 전문가들을 만나면 현재 미·중 간 ‘신형 대국 관계’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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