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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레서피]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식품, 年 7천억원…잘못 알려진 ‘유통기한’의 의미

[비밀레서피]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식품, 年 7천억원…잘못 알려진 ‘유통기한’의 의미

기사승인 2014. 10.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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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pixabay

유통기한, 꼭 지켜야 할까? 맛은 괜찮지만 유통기한이 지나 음식을 버린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싱크대 하수구로 흘러내리는 우유를 보면 기분이 찜찜하지 않은가? 


식품 구입 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료와 첨가물, 칼로리보다도 유통기한을 먼저 고려한다.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것이니만큼 안정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으면 바로 탈이 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야단법석을 떠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는 사람을 보며 자기 일처럼 기겁하며 말리기도 한다. 

하지만 유통기한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 사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유통기한 꼭 지켜야 하나?’, ‘유통기한을 정하는 기준이 뭐지?’라는 의문조차 가지지 않을 만큼 맹목적이다.



이미지=pixabay

유통기한은 ‘유통업자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기한’이지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식약처에서 여러 실험을 거쳐 식품이 변질되지 않는 기간을 책정하고, 제조사는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 식약처에서 정한 기간의 60~70% 정도를 유통기한으로 정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추후에 있을 분쟁을 피하고자 유통기한을 짧게 잡는 것이다. 

즉, 유통기한은 판매자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지, 소비자의 관점에서 하루 이틀 지난 식품을 가지고 지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식품을 안전하게 먹고 싶다면, 맹목적으로 유통기한만 따질 것이 아니라 보관을 제대로 해야한다.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아 있어도 보관을 잘못하면 금방 상하고 보관을 잘하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냉장보관(0~5도)에서 우유는 최대 50일, 음료는 최대 30일, 치즈는 최대 70일까지 일반세균과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우유뿐 아니라 △계란(냉장보관 시 최대 5주) △시리얼(밀봉 후 최대 3달) △사과(비닐팩에 넣어 냉장보관 시 최대 3주) △가공육(냉장보관 시 최대 2주) △빵(밀봉 후 최대 2주) 등이 유통기한에 상관없이 장기 보관할 수 있다.

흔히 신선식품일 경우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냉장 및 냉동 보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바나나의 경우 냉장고에 넣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변색되는데, 살림에 관심 없는 이들은 변색된 바나나를 보고는 의아해 하기만 한다.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실온에 보관해야 하는 대표적인 식품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이미지=pixabay

꿀 – 냉장보관 시 설탕처럼 결정화되어 딱딱하게 굳어지고 흐르는 성질이 없어진다. 뚜껑을 잘 닫아 실온에 보관한다.

양파 – 냉장보관 시 양파 내 수분이 조직을 물러지게 하고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망에 넣어 서늘한 실온에 보관한다.

감자 – 냉장보관 시 녹말 성분이 당분으로 변한다. 검은 봉지나 종이봉투에 싸서 서늘하고 어두운 실온에 보관한다.

마늘 – 냉장보관 시 싹이 나고 곰팡이가 핀다. 서늘하고 건조한 실온에 보관한다.

무 – 냉장보관 시 뿌리가 썩기 때문에 서늘한 실온에 보관하거나 뿌리 제거 후 냉장보관한다. 
 
생강 – 냉장고에 3일 이상 보관할 경우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씻지 않은 상태에서 비닐로 밀봉해 온도 변화가 없는 흙이나 모래에 보관한다.

토마토 – 냉장보관 시 특유의 맛과 수분이 없어지며 풍미가 사라진다. 먹기 전 30분 정도에 냉장고에 넣어 보관 후 먹는 것이 좋다.

바나나 – 냉장보관 시 까맣게 변색된다. 송이채 통풍이 잘되는 실온에 보관한다.

파인애플 – 냉장보관 시 단맛이 떨어지고 수분이 빠져나간다. 

빵 – 냉장보관 시 수분이 날아가 말라버린다. 오래 보관해야 할 경우 냉동 보관하는 것이 낫다.

마요네즈 – 고온과 저온에 변질되기 쉽다. 고온에 보관하면 상하고 저온에 보관하면 식초 기름 계란 노른자 성분이 분리돼 세균 번식이 쉬워진다. 직사광선이 없는 시원한 곳에 보관한다. 여름일 경우 냉장고 문 칸에 넣어 두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실온 보관을 해야 하는 신선식품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정보화 시대, 식품에 대한 올바른 보관법을 알아보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이 어떨까.



이미지=pixabay

식품 업계에 따르면 유통기한 초과로 인해 버려지는 음식만 연간 7천억원 규모에 이르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제조사에 미리 반품하는 사례까지 합치면 1조원이 넘는 금액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보건복지부는 2012년 7월부터 ‘소비기한’을 병행 표기하고 있다. 소비기한이란 식품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되는 소비 최종시한을 뜻한다. 이로 인해 식품 낭비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일부 품목에만 한정돼 있어 큰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기한, 판매기한, 최상 품질기한, 최소 보존일, 포장일자 등을 다양하게 표기해왔다. 일괄적으로 유통기한만 표기하는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사진=떠리몰 홈페이지 캡처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유통기한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알뜰 소비자들을 위한 식품 판매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상품의 가치를 되살린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떠리몰’이 대표적인 예다. 떠리몰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최상의 상태로 보관한 후 소비자들에게 매우 저렴한 값으로 판매한다. 기자도 유통기한이 한 달가량 남은 과자를 대량 구매해 먹어 본 경험이 있다. 다행히(?) 유통기한 전에 다 먹어 식품의 이상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시중 가격 대비 최대 70%가 넘는 할인가격에 구매해 만족감이 컸다. 떠리몰과 비슷한 사이트로는 임박몰, 푸드오 등이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많은 이들이 유통기한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맹목적으로 버리고 있다. 식품을 버리고 말고는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지만, 의미 없이 사라지고 있는 7천억원의 가치를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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