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기개발 과정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초기 버전을 우선 개발한 뒤 성능이 개선된 후속 버전을 이어서 개발하는 선진국의 ‘진화적’ 무기 개발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의 한 방산전문가는 이번 방사청 개혁 방안에 대해 “군인들이 하는 것을 일반 민간인이나 공무원들이 한다고 해서 방산비리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발상은 정말로 순진하다”면서 “지금 방산 비리와 문제의 구조적인 원인은 사업관리를 하는 방사청의 전문성과 사명감, 책임감 부족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본질적인 부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산전문가는 “방사청이 사업 관리의 투명성과 효율성 부족 때문에 생기는 문제보다도 전문성이 부족해 생기는 구조적인 부실과 막대한 예산 낭비가 훨씬 심각하다”면서 “그나마 군인들은 일선 야전에서 무기를 운용해 본 경험이 있고 군의 소요와 체계를 어느 정도 알고 소통하지만, 군인들의 계급조차도 모르는 일반 민간인 직원들이 무슨 방산 사업 관리를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한 군 출신 방산전문가는 “군인들은 평생 국가에 빚을 졌다는 애국심·사명감이라도 있고 파견된 소속 소요군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부담감을 엄청 갖고 있다”면서 “군인이 아닌 공무원이 한다고 해서 혈연과 지연, 학연으로 얽힐 수 있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용걸 방사청장은 9일 방산비리 근절을 위한 방사청 개혁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에서 “군인을 줄이고 공무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외부 전문인력 채용과 함께 획득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우수한 군인을 신분 전환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산업체에서 활동하는 예비역 군인들과 방사청 내 현역 군인들의 비리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방안 중 하나로 방사청 인적 구조에서 민간인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현재 방사청 직원 수는 1600여 명으로 민간인(공무원)과 현역 군인의 비율은 5대5이다. 방사청은 문민화 계획에 따라 민간인과 군인의 비율을 7대3으로 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인력의 문민화뿐만 아니라 2006년 개청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대수술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방산전문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도 방산업체에 소요군을 잘 아는 군인 출신들이 가 있지 않은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면서 “사업관리의 전문성과 소신, 책임감이 없어 생기는 시스템상의 문제를 너무나 손쉬운 ‘사람’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문가는 “미국의 방산업체들은 군 장성들이 사장도 하고 있으며, 만일 방산관련 근무를 공무원들로 채운다면 공무원들은 퇴직 후 놀아야 한다는 말인가”라면서 “외부 민간인 전문가를 찾는다고 하지만 한국의 방산 연구개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전문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방산전문가들은 무기개발 과정의 부실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나 선진국처럼 ‘진화적 개발’ 방식 도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종결적으로 무기체계를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진화적으로 개발하면 전력화 시기도 맞추고 개발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예산 낭비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방산전문가는 “국내 개발하는 장비나 부품, 무기에 대한 시험평가 과정에서 소요군의 과도하고도 무리한 요구 조건이 결국은 성능 개량으로 이어지고 군의 전력화 지연과 예산 낭비, 소요제기 부실이라는 감사원 감사의 ‘당골’ 지적 사항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도 선진국처럼 일단 기본적인 것은 개발하고 추가적으로 계속 ‘블록 1-2-3’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사실 시험 평가나 개발 중에 무리한 군 운용적합성을 요구하다 보면 과도한 ‘트레이드 오프’(Trade Off·모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