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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달리기’로 그려온 인생 지도 “내가 계속 뛰는 이유는…”

전희진의 기사 더보기▼ | 기사승인 2014. 12. 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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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사)한국달리는의사들 회장이 달리기에 대한 매력을 이야기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사진=송영택 기자
이동윤 (사)한국달리는의사들 회장
아시아투데이 전희진 기자 = “달리기에 대해 정직하게 쓴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정직하게 쓰는 일이기도 하다.”(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 사랑은 유명하다. 마라톤 풀코스를 25회나 완주한 하루키에게 ‘달리기’란 삶의 철학이요, 인생 그 자체다. 자신의 회고록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그는 스스로 육체노동이라고 말하는 소설을 제대로 쓰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외과개업의로 30년 이상 살아온 이동윤(62) 의사의 삶은 60대 나이에도 1년에 한 번 마라톤 풀코스를 뛸 만큼 달리기를 좋아하고 미친 듯 즐긴다는 하루키의 인생과 닮아 있는 듯하다. 이 의사는 달리기에 미쳤다며 스스로를 ‘달리기 애호가’ ‘달리기 중독자’라고 부른다. 마흔 중반에 춘천마라톤 대회를 완주하고 나서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단다. 50대에 들어선 2002년부터는 의사들의 달리기 동호회인 ‘(사)한국 달리는 의사들(이하 달리는 의사들)’을 이끌고 있다.

하루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달리는 날이 있다는 것. 국내 첫 기부하는 마라톤 대회를 열어 주목받아온 그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제 2의 삶 역시 달리는 인생 속에 녹아 있다. 서울 잠원동의 병원에서 달리기가 곧 건강이자 나눔인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회장(이동윤외과의원 원장)을 만났다.

-‘달리는 의사들’ 모임을 소개해 주세요.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지키려는 의사들의 동호회로, 마라톤을 하고 있거나 마라톤대회에서의 완주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는 의사들의 전국적인 모임이에요. 새해가 되면 결성된 지 15년째에 접어드네요. 동호회 회원들은 평균 일주일에 3~4회·하루 한 시간·10㎞ 이상 달려요. 10여명의 의사들로 시작했던 모임이 지금 650여명에 이르는 규모로 커졌습니다. 인터넷에 친숙하지 못한, 연세 드신 분들까지 합하면 1200명 가까이 될 겁니다.”

-여느 동호회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달리기 전도사’의 역할을 자처하지만 ‘달리는 의사들’에게 달리기란, 자신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에요. 다른 동호회들이 주로 친목을 도모한 ‘달리기’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 ‘달리는 의사들’은 달리는 동시에 도로 위에서 ‘의료 활동’을 합니다. 여기엔 마라톤대회의 열악한 안전의식이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지요.”

-어떤 의료 활동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레이스 패트롤을 통한 주로에서의 응급상황 관련 봉사활동이지요. 요즘이야 ‘자전거 패트롤(안전요원)’이 있고 주자들과 함께 달리는 ‘레이스 패트롤’이나 미경험자들의 속도 유지와 유도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등 코스 곳곳에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있지만, 달리기 열풍과 함께 마라톤클럽이 생겨나던 초기만 해도 마라톤대회 참가자의 안전은 참가자 스스로 책임져야 했어요. 그래서 부상을 입은 참가자를 응급처치하고, 대회 조직위원회와 신속한 연락체계를 구축해 안전을 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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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회장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제공=달리는의사들
-기부하는 마라톤 대회 생각은 어떻게 하시게 됐나요.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 사회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게 의미 있지 않나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뛰는’ 마라톤을 ‘남을 위해 뛰는’ 대회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마라톤 대회가 그것이지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거대한 병마와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소아암 돕기 마라톤대회가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길 바라는 취지에서요.

‘달리는 의사들’은 ‘1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는 구호를 내걸고, 2002년부터 매년 5월 ‘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를 열고 있어요.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자 치료에 사용합니다. 참가자 한 사람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금액이 돼 소아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전달되는 셈이지요. 대회 개최 날은 참가자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요. 1Km마다 자동제세동기(AED)를 소지한 심폐소생술 및 응급구조사 등과 앰뷸런스를 배치하고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응급의학·심장내과 전문의와 연계한 대기 협조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안전한 대회 진행을 위해 힘쓰고 있어요.”

-그동안 수억 원의 기부금이 소아암 환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압니다.
“2002년 첫 소아암 돕기 마라톤대회 참가자가 5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4500여명에 달합니다. 기부액도 500만원에서 3000만~6000만원 수준으로 늘었지요. 대회 홍보가 많이 되고 마니아도 상당수 생겨나면서 이뤄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순수 기부성 마라톤’ 형식으로 시작한 이 대회가 2014년까지 11회 치러졌고, 총 3억2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의 소아암 환우들에게 직접 전달했어요.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그리 녹록하진 않았기에 뿌듯하고 자부심도 크네요.”

-달리기 애호가인 만큼 마라톤 실력도 아마추어 선수 급이라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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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뛰는 이동윤 회장/ 제공=달리는의사들
“자세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200여 차례 완주한 것 같아요. 제 최고기록은 3시간 17분대이고요. 지금도 꾸준히 새벽에 한강둔치에서 일주일에 3차례씩 1시간 넘게 정도 달려요. 하루에 뛰는 거리는 10~15㎞쯤 될 거예요.”

-달리기의 매력이 뭔가요.
“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거지요. 통증을 억제하는 일종의 ‘마약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이에요. 엔도르핀은 뇌에 혈액 공급을 활성화시키고 뇌 활동을 안정화시켜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완화해 줍니다. 무엇보다 특별한 장비 없이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내키면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나이 들면 달리기가 무릎과 관절염에 무리를 줘 좋지 않다고 하는데요.
“운동을 전혀 안 하던 사람이 나이 들어서 갑자기 운동하겠다고, 달리기를 하겠다고 무작정 시작하면 부상이 와요. 또 한 번 할 때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준비가 안 된 몸에 무리를 주면 근육통·무릎 부상을 일으킬 수 있어요. 운동을 꾸준히 해온 경우 달리기 운동은 관절이 굳는 것을 방지하고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시켜 줘요. 근육이 강해질수록 관절에 좋고 통증도 줄어들지요. 결국 나이와 관련 없다는 얘기입니다.“

-새해를 맞아 100세 시대 건강관리를 위해 조언한다면.
“일상 속에서 바쁜 시간을 쪼개 달리기만큼의 건강 효과를 얻어내는 운동은 드물어요. 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도 ‘감기에서 암에 이르기까지 모든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운동’이라며 달리기를 적극 권유해요. 달리기는 체력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비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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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mile@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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