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로빈훗’ ‘파리넬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이 새해를 열고, ‘팬텀’ ‘아리랑’ ‘마타하리’ 등 신작들이 봇물 터지듯 공연된다. 클래식음악계도 2008년 영국의 클래식 전문잡지 ‘그라모폰’이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꼽은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내한하는 등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이밖에도 발레리나 강수진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오네긴’, 연극 거장이 연출한 ‘바늘과 아편’ ‘해변의 카프카’ 등 소중한 무대들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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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훗’ ‘파리넬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서양 옛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들이 1월 중 잇달아 개막한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선보인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이 다시 손을 잡고 내놓는 뮤지컬 ‘로빈훗’은 오는 23일부터 3월 29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중세 영국 설화 속 주인공인 로빈훗은 부자들한테서 빼앗은 재물로 가난한 이를 돕고 불의한 권력에 맞선 의적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도 로빈훗이 셔우드 숲을 근거지로 도적들을 모아 세력을 키운다는 설정은 유지된다. 그러나 왕위 찬탈을 시도하는 존 왕자와 노팅엄 영주 길버트 일당에 맞서 왕실의 ‘적통’ 필립 왕세자를 돕는다는 영웅담이 이야기의 초점이다.
권력에 맞서는 로빈훗은 유준상·이건명·엄기준이, 그와 함께 왕위 계승을 위해 분투하는 필립은 박성환·규현·양요섭이 맡았다.
바로크 시대 활약한 카스트라토를 주인공으로 한 ‘파리넬리’도 17~25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1994년 영화로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를 국내 제작진이 새롭게 만들었다.
작곡가인 형의 욕망으로 거세당하고서 그 대가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얻은 카를로 브로스키의 이야기다. 뮤지컬은 ‘파리넬리’로 불린 카스트라토가 아닌 인간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 천상의 목소리 뒤에 숨은 한 인간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영화 속 카스트라토의 노래는 2명의 목소리와 컴퓨터 기계음을 합성한 결과물이지만 뮤지컬에서는 배우의 육성만으로 당대 최고 카스트라토의 공연을 재현한다.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9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2004년 프랑스 파리의 대형 공연장 팔레 데 스포에서 초연된 프랑스판 뮤지컬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첫 공연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십계’ ‘태양왕’ ‘클레오파트라’의 작곡가 제라르 프레스귀르빅, 안무가 카멜 우알리, 프로듀서 도브 아티아·알베르 코헨이 제작했다. 초연 당시 의상 4000여 벌과 50인조 오케스트라가 투입됐다.
영화에서 클라크 게이블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레트 버틀러 역에는 뮤지컬에 데뷔하는 주진모를 비롯해 베테랑급 배우 김법래와 임태경이 캐스팅됐다. 비비언 리가 분한 스칼렛 오하라는 배우 바다와 소녀시대 서현이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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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팬텀의 과거사와 그의 부모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뮤지컬 ‘팬텀’을 비롯해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아리랑’, 1차대전 당시 여성 이중간첩 마타하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마타하리’ 등 다양한 신작들이 관객을 찾아온다.
상반기에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팬들이 반가워할 ‘팬텀’이 한국 초연 무대에 오른다. 토니상 수상자인 극작가 아서 코빗과 작곡가 모리 예스톤 콤비의 작품으로,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을 가장 충실히 살렸다고 평가받는 뮤지컬이다.
1890년대 파리 오페라 극장과 파리의 대표적 거리들을 재현한 무대, 세련된 클래식풍 음악, 매혹적인 정통 발레까지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두루 갖춘 대작이다.
‘엘리자벳’ ‘레베카’ 등을 흥행시킨 로버트 요한슨 연출, 오스트리아 빈 극장협회의 수석 음악감독 쿤 슈츠, ‘레베카’의 안무가 제이미 맥다니엘, 음악감독 장소영 등 손꼽히는 국내외 제작자들이 참여한다. 4월 28일부터 7월 26일까지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조정래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형 뮤지컬 ‘아리랑’은 7월 11일부터 9월 6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박명성 대표가 이끄는 신시컴퍼니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내놓는 창작뮤지컬이다.
원작 소설은 충실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일제 강점기 민족의 저항과 투쟁, 해방의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은 기록화적·회화적 시각요소와 기계장치(오토메이션)를 활용해 한국적이고 역동적인 무대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해 온 고선웅이 극본과 연출을, 국악 작곡가 김대성이 작곡을 맡았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과 무대디자이너 박동우도 참여한다.
유럽 뮤지컬을 국내에 소개해 온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창작뮤지컬 도전작 ‘마타하리’도 11월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초연된다.
‘지킬 앤 하이드’ 등 국내에서 흥행한 다수 뮤지컬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을 비롯해 대본에 아이반 멘첼, 작사 잭 머피, 연출 제프 칼훈 등 인지도 높은 외국 제작자들이 참여한다. 한국 공연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등 각국 순회공연이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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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들이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
지난해 6년 만에 내한해 전국을 돌며 전석 매진사례를 기록한 ‘캣츠’ 오리지널팀이 4월 다시 한국을 찾는다. 2000년 국내 초연돼 꾸준한 인기를 끄는 ‘시카고’도 6~8월 12년 만의 내한공연이 예정됐다.
2012년 국내 초연돼 2013년 재공연까지 인기를 이어간 ‘엘리자벳’도 6월 다시 팬들을 찾아온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실을 무대로 한 ‘엘리자벳’은 그간 옥주현, 김소현, 김준수, 박효신, 류정한, 박은태, 전동석 등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큰 흥행을 거둔 바 있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가장 사랑했다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6~9월), 라이브 밴드의 강력한 연주와 중독성 강한 록음악이 한 편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창작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3~5월)도 2년 만에 팬들을 찾아오는 작품들이다.
영화와 함께 2012년 돌풍을 일으킨 ‘레미제라블’은 올 연말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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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 천재 연출가 로베르 르빠주가 연출한 ‘바늘과 아편’, 일본 연극계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한 ‘해변의 카프카’ 등 연극 걸작들이 올가을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려진다.
고독을 치유하고자 약물에 의존했던 영화감독 장 콕토와 재즈 트럼펫터 마일스 데이비스의 삶을 그린 연극 ‘바늘과 아편’은 9월 17~19일 공연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해변의 카프카’는 11월 24~28일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도 원로배우 박정자가 출연하는 ‘해롤드&모드’(1월 9일~2월 28일),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명작 ‘유리 동물원’(2~3월), 노부부의 삶을 소재로 한 연극 ‘3월의 눈’(3월 13~29일), 서울시극단의 1997년 출판된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4월 4~19일),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8월 22~30일) 등이 연극무대를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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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잇달아 내한공연을 펼친다.
방한 대열의 선두는 독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3월 13일)이다. 폴란드의 명지휘자 마렉 야노프스키의 지휘로 정통 독일 사운드의 진수를 보여줄 이번 공연은 독일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침머만의 협연으로 더욱 빛난다.
이어 같은 달 25∼26일에는 ‘클래식 음악의 미래’로 불리는 베네수엘라 빈민가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을 이끌고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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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이 첫 내한공연(26∼27일)을 한다. 독일 중남부와는 차별화된 선 굵은 사운드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덜 알려져 있지만 유럽에서는 실력을 인정받는 명성 높은 악단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알라벨라 슈타인바허가 협연한다.
6월에는 독일 정통 관현악의 담백함을 보여줄 드레스덴 필하모닉(26∼27일)이 온다. 명지휘자 쿠르트 잔데를링의 아들인 미하엘 잔데를링이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협연한다.
7월에는 러시아의 피아노 거장이자 지휘자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1∼2일)한다.
영국 왕실의 후원을 받으며 유럽을 주무대로 활약해온 실력파 악단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같은 달 첫 내한공연(25일)을 한다. 피터 온지안의 지휘와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라 베네데티의 협연으로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 등을 연주한다.
여름 휴지기를 지나 10월에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009년 이후 6년 만에 내한(10일) 한다.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와 함께 피아노 협연을 겸하는 특별한 무대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과 교향곡 40, 41번을 선사한다.
이어 같은 달 20∼21일에는 영국 BBC 필하모닉이 찾아온다.
11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466년 전통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이 악단의 수석 객원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무대(18∼19일)에 선다.
같은 달 21일에는 독일 명문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이 세 번째 내한공연을 하고 12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3년 연속으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16∼18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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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 등 거장들의 리사이틀은 올해 하반기에 집중됐다.
9월에는 미샤 마이스키와 그의 딸 피아니스트 릴리 마이스키(2일)의 리사이틀에 이어 피아니스트 백건우(22일)가 스크리아빈과 라흐마니노프를 들고 독주회를 한다.
10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7, 9일)가 1997년부터 이끌어온 현악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 오고, 11월에는 이자크 펄만(14∼15일)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젊은 스타 연주자들의 공연도 빼곡하다. 4월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레이 첸의 첫번째 리사이틀(19일)에 이어 6월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첼리스트 지안 왕, 바이올리니스트 카미오 마유코의 트리오 공연(5일)이 열린다. 김선욱은 8월에는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와 국내 첫 듀오 콘서트(29∼30일)를 한다.
12월에는 클래식계의 ‘슈퍼스타’ 랑랑이 피아노 리사이틀(8일)을 하고,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쇼팽의 프렐류드 전곡을 담은 7년 만의 신보를 안고 전국 투어(날짜 미정)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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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관객에게는 낯설지만 유럽에서는 잘 알려진 실력파 실내악단도 한국 관객과 만난다.
영국 합창단 ‘더 식스틴’(3월 13일), 체코의 차세대 현악4중주단 ‘파벨 하스 콰르텟’(6월 16일), 독일의 유명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네 마이어가 이끄는 클라리넷 트리오 ‘디 클라로네’(9월 22일)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데뷔 음반이 그라모폰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프랑스의 현악 4중주단 ‘에벤 콰르텟’도 6년 만에 내한(10월 29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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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진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드라마 발레 ‘오네긴’(11월 7∼8일)을 선보인다. 2016년 강수진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은퇴작으로, 그가 이 발레단과 국내 무대에 오르는 마지막 전막 공연이다.
벨기에를 현대무용의 성지로 만든 안무가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가 이끄는 ‘로사스 무용단’의 10년 만의 내한공연(5월 7, 9, 10일)도 기다린다. 대표작인 ‘로사스 댄스 로사스’와 ‘드러밍’을 공연한다.
대만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린 화이민이 이끄는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은 최신작 ‘라이스’(9월 11~12일)를 선보인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순수한 움직임의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아시아 무용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브라질 출신으로 유럽에서 각광받고 있는 데보라 콜커 무용단은 ‘믹스’(10월 23~24일)로 첫 내한한다. 올리비에 어워드 수상작으로 브라질의 열정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현대무용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