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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스포츠를 말하다] 기업 없이 운영 힘든 프로구단, 무엇이 문제일까?(3)

[기업 스포츠를 말하다] 기업 없이 운영 힘든 프로구단, 무엇이 문제일까?(3)

기사승인 2014. 12. 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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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경산볼파크 본관/사진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국내 프로스포츠를 운영하는 방법은 대부분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프로야구가 기업위주로 관리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서 프로야구구단이 처음 생긴 것은 1921년이다. 이후 1923년 일본 최초의 프로야구리그인 ‘관서4구단연맹’이 결성돼 운영됐다.

1936년에는 지금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인 ‘도쿄 거인군’과 ‘오사카 타이거즈(한신타이거즈)’·‘나고야군(주니치드래곤즈)’이 창설되고 다음해인 1937년 ‘한큐(오릭스 블르웨으브)’가 프로야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최근까지 일본의 프로야구는 현재 국내 프로야구와 같이 철저히 기업에 종속돼 있었다. 적자가 발생해도 기업들이 자금을 지원해 줬고, 장부상에 마이너스 표시가 늘어가도 구단을 운영하는 데에는 큰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기업들이 프로야구를 통해 자사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에 구단이 돈을 벌어들이지 못해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이유는 없었다.

기업입장에서 프로야구는 하나의 비지니스 수단으로 생각됐지만 구단 자체만 놓고 보면 비지니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현상은 10년전까지도 변화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이후 비지니스 마인드가 각 구단들에 중요시 되기 시작했고, 지역연고 시민들에서 수익을 창출해 내는 지역밀착 마케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입장료 수익이 늘어나고 충성도 높은 팬을 확보하면서 서비스와 관련된 부수적인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변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에 의존도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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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인 신축야구장 조감도/사진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우리나라보다 60년 이상 프로야구 시스템을 만들어낸 일본에서 나타났던 이런 현상은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업에 종속돼 있는 구단들은 어떻게든 기업의 지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적자를 내는 것은 이제 이상한 것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1년에 수백억원이 들어가지만 수익을 못내도 큰 질책을 받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한 구단이 1년에 사용한 구단 운영비가 300억원이라고 하면 그 동안 구단 하나를 운영하는데 1조원 가까운 돈이 사용된 셈이다. 금전적으로 크게 남긴 것도 없이 말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스포츠경영이라는 시류가 본격화 됐지만 국내 프로스포츠는 여전히 선진화된 스포츠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기업 입장에서 경영활동의 일부로 인식될 뿐 구단 자체는 경영이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낙후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자체적인 경영능력이 없는 조직이 경영·관리·마케팅의 주체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밀착형 마케팅을 도입하고 시설투자를 늘려 다양한 고객층을 만들어가는 활동은 고무적이지만 이것이 구단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유럽 프로스포츠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았던 시민구단 역시 상황은 다를게 없다. 오히려 더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해 있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 비공개로 유지되던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기도 하지만 좋은 선수를 해외 구단에 먹잇감으로 전락시키는 부작용만 만들어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결국 구단 자체의 경영능력을 키우고 나름의 수익원을 마련하는 것 말고는 획기적인 방안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미 고착화 돼 버린 현재의 구단 운영방식을 한번에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몸에 익숙해져 버린 시스템은 구단 경영의 바이블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일본식 프로구단 운영 방법이 지난 30년 넘게 뿌리내린 상황에서 수익성을 극대화 하는 미국식 구단운영체제로 변화시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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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히어로즈 홈구장인 서울 목동야구장/사진= 넥센히어로즈 홈페이지
국내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최근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의 재계의 큰 축인 삼성전자도 임원들의 연봉을 동결시키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고 있다.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이는 모습이다. 내년 국내기업 2곳중 1곳은 긴축경영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 의지하고 있는 프로구단들은 더욱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구단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기 보다는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다만 이런 극약처방식 활동은 결국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기업들의 지원으로 현재의 위용을 갖추며 성장했다. 하지만 아리러니 하게 이런 지원이 국내 프로스포츠의 능동적 생존능력을 잃게 했다. 외형적으로 프로스포츠는 관람객이 늘어나고 구단이 더 생겼으며 연고제를 통해 한 도시를 대표하는 스포츠로 대변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은 모래 위에 건물을 올리는 것과 같이 여전히 불안하고 아슬아슬하다. 오히려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기업 입장에서 한 계열사나 사업부문이 수년째 자본잠식이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마도 구조조정을 하거나 사업을 철수 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스포츠구단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함을 갖고 있다. ‘수익을 내고 못내고’의 잣대가 아닌 ‘사회에 배푼다’라는 다소 왜곡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아마추어 스포츠가 아니다. 프로스포츠가 전통적인 체육학자들에게 가끔씩 비판을 받는 이유는 아마추어리즘과는 동떨어진 상업화가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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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FC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사진 = FC서울 홈페이지
프로스포츠는 돈으로 움직이고 돈을 만들어 낸다. 프로스포츠를 통해 다른 곳으로 흘러간 돈을 한 곳으로 모은다. 그렇게 수익이 창출되고 이는 다시 프로스포츠를 더욱 상업화 시키고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내게 한다. 철저히 상업화 된 것이 프로스포츠고 그것이 스포츠마케팅·스포츠경영의 핵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구단이 한 시즌 성적이 좋거나 더 나아가 우승을 했을 경우 기업 홍보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적자투성이의 구단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럴 바에야 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인프라와 관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인기종목 육성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맞다.

프로스포츠 구단은 돈을 벌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핵심이다. 기업은 프로스포츠 구단을 하나의 마케팅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국내 프로스포츠의 냉혹한 현실이다. 프로스포츠구단이 스포츠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고 그에 따른 수익창출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이 ‘돈만 지원하면 된다는 식’의 소극적인 관리 시스템은 변해야 한다. 이는 기업들이 프로스포츠를 육성해 온 공로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한 국내프로스포츠 시장에서 구단운영을 여러 사업분야 중 하나로 인식해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노력에 대한 요구가 과도한 것이 아닌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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