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중요한 일 하고 있다고 여기면 상대방도 존중"
조직 내에서 평가받길 원하는 모습으로 행동하고 꾸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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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이 직장 내 수많은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면, 여느 드라마처럼 선남선녀들이 나와 사랑을 나누는 내용이었다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없었을 것이다. 환상 따윈 없는 좌절의 연속, 그 속에서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일련의 관계들이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편으로는 시청자들로부터 ‘앞으로 직장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고민도 하게 만들었다.
최미영 휴먼마인드연구소 대표(37)는 직장뿐 아니라 부부·친구·연인 관계 등 살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관계 속 갈등을 조율하는 방법을 조언해 주고 있다. 어쨌든 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조직 속에서 좀 더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돕는 것이다.
“미생의 한석율과 성대리의 관계가 인상 깊었어요(극 중 성대리는 후배 한석율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선임으로 나온다). 이럴 때는 묵묵히 견디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래 직장을 다닐 수 있는 필수 요소 중 하나도 ‘무던함’입니다.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보다 ‘쟨 참 조용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결국 이기거든요.”
2012년부터 휴먼마인드연구소를 이끌어 온 최 대표도 처음에는 일반 직장인이었다. 그는 모 기업에서 고객 서비스센터를 관리하는 관리자였다. 일반 사원으로 일하다가 중간 관리자로, 그리고 한 센터를 관리하는 센터장 자리까지 올라보니 사원 개개인이 맡고 있는 일이 정말 중요한데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점을 발견했다.
- ‘휴먼마인드연구소’를 아무 지식 없이 접하면 ‘심리 치료하는 곳’이라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개념 자체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곳인가.
“개개인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곳이다. ‘업무 처리 능력도 뛰어난데 성격도 좋은 그 친구’ ‘글 잘 쓰는 데 빨간 색이 잘 어울리는 그 친구’, 바로 ‘그 친구’를 찾아낸다고나 할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을 알고 직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길 원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
- 평범한 직장인의 신분을 벗고 연구소를 차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객센터에서 일할 때 사원들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가치,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알리다가 이 이야기를 외부에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기관이나 기업에서 강연을 했지만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내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꼭 맞는 도음을 줬을 때 훨씬 보람되더라. 그래서 컨설팅쪽으로 비중을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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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이 있는 것도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하더라. 이미지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
“똑같은 커피도 종이컵에 담겨있는 것과 스타벅스 텀블러에 담겨 있다면 맛에 대한 평가는 서로 다르다. 같은 업무를 하고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누가 더 뛰어나 보이고 누군가는 평가절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첫인상이 그 사람의 업무 능력 등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는 ‘초두효과’도 있다. 조직 속에 계속 있고 싶다면, 잡고 싶은 기회가 있다면 이미지 메이킹을 어떻게 하느냐도 무척 중요하다.”
- 직장 내에서 겉모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관계 설정과 이미지 설정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직업이나 위치상 무게감이 있어야 하고 아주 똑똑해 보여야 하는 사람이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하고 짧은 치마를 입고 출근한다고 치자. 업무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관계나 이미지 설정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마인드도 중요하다. 내 이미지가 어떻게 평가받기를 원하는지 고민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그가 강조하는 ‘이미지’의 개념에는 외모 뿐 아니라 태도, 목소리, 눈 마주치는 것, 손 동작이 모두 포함된다. 스펙이나 집안이 아주 좋은 사람도 기본적인 매너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모든 능력은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회식자리에서 갖춰야 할 예의·의전 방법·여직원과 어떻게 소통해야 성희롱 범주에 들어가는지, 안들어가는지 사실 이게 기업 교육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최 대표는 강조한다.
- 그 사실을 우리나라 기업들은 잘 알고 있는 편인가.
“아직은 더디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 사람에 대한 것은 신경을 덜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이 사실은 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직원입장에서는 그것이 바로 복지이며, 우리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애사심이 자연스럽게 생기면 수동적인 태도로 시키는 일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지 않겠는가. 그런 구성원이 많을수록 좋은 조직이 된다.”
최 대표는 공식 홈페이지에 스스로를 ‘마음 디자이너’라고 표현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사례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고 닫힌 마음을 열어 결국 정체성을 찾도록 돕는 역할을 오래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 휴먼마인드연구소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나를 찾아 온 사람들이 스스로 속해있는 곳에서 당당하게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 그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큰 무대에서 강의를 하는 상황보다 진심으로 컨설팅이 필요해 나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몇 명이 모이고, 어떤 무대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가 쓰인다고 하면 그게 더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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