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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뷰’의 역습…제 발등 찍은 ‘北해킹’

영화 ‘인터뷰’의 역습…제 발등 찍은 ‘北해킹’

기사승인 2014. 12. 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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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유입 시간문제
北원색 비난, 오히려 '노이즈마케팅', 정권위협 부메랑
미국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한 편이 북한 정권을 흔들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개봉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온라인을 통해 전격 공개됐고, 개봉저지를 위한 북한의 각종 위협은 오히려 노이즈마케팅이 되면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 인터뷰는 온라인 공개 나흘만인 28일 현재 주요 파일공유·P2P·토렌트 사이트 등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며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중국에서의 불법 다운로드도 급증하고 있어 북한으로의 유입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북한이 영화 인터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신격화에 세뇌당했던 북한 주민들이 현실을 깨닫고 봉기하는 상황이나 김정은이 폭탄에 맞아 화염에 휩싸인 채 죽고, 그 뒤 민주 선거로 새 정부가 들어서는 묘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이 이 영화를 접하게 된다면 이는 신격화된 김정은 리더십에 의문을 갖게 하고, 새 정부에 대한 생각을 불어넣을 수 있다.

탈북자 출신인 김규민 영화감독은 28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절대 권력에 대한 신격화가 무너지고, 정부가 저렇게 뒤집힐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그동안 북한주민들로서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정권을 바꾸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이 생긴다면 당장은 행동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속에서는 이를 늘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도 이날 “이런 영화 내용이 북한 내부에 들어가면 수령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심지어 암살까지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주민들이 하게 되기 때문에 북한정권으로서는 매우 위협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수령 유일지도체제인 북한에서 수령의 권위에 흠집을 가하는 논의가 일어나는 것 자체가 치명적”이라며 “초상화나 상징물도 신처럼 받들어 모시는데 이에 대한 희화화가 벌어지면 북한은 우리 생각 이상으로 흔들리고 심각한 정권불안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현재 영화 인터뷰가 북한으로 유입·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접경지역에서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대책본부를 중국과 가까운 양강도 혜산에 설치하고, 보위부와 인민보안부·국경경비대·외부드라마 단속을 맡은 109 연합상무가 총동원돼 주택과 장마당을 샅샅이 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을 왕래하는 사람들을 통해 반입되는 것까지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휴대가 간편한 USB·DVD·CD 등에 복사해 압록강을 건너면 인터뷰는 삽시간에 북한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탈상 3년을 마치고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선언하며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 개봉된 인터뷰는 북한 정권의 최대 장애물로 떠올랐다.

이에 북한은 영화를 공개비판하고 반기문 UN사무총장에게 항의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원숭이’에 비유하는 등 원색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비난전은 오히려 영화에 대한 관심만 더 키워 북한정권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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