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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덫에 빠진 한국] 기업엔 치명적 루머, 개인엔 인격살인

[찌라시 덫에 빠진 한국] 기업엔 치명적 루머, 개인엔 인격살인

기사승인 2015. 01. 0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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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 부풀리고 거짓 더 보태
정치권 쥐락펴락, 국격 훼손까지
"제작·전달자 처벌수위 더 높아야"
‘카더라 통신’으로 불리는 일명 ‘찌라시’가 무분별한 소문을 양산하면서 정·관계, 재계, 연예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음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허위내용을 마치 청와대에서 만들어진 양 유포되는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극심한 사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찌라시에 대한 폐해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찌라시로 인한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예나 지금이나 수 많은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들이 근거 없는 루머가 담긴 찌라시로 숱한 피해를 보았다. 이 때문에 대대적인 수사기관의 조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찌라시의 전파 속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그만큼 파장도 커지고 있어 찌라시로 인한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이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자살 부르는 ‘위험한 찌라시’
2008년 연기자인 고(故) 최진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의 죽음 중심에 찌라시가 있었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동료 연기자인 안재환씨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최씨 연루설이 담긴 내용의 찌라시가 인터넷망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한 증권사 여직원이 제작했던 당시 찌라시 내용에는 최씨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채업을 하고 있었는데 안씨의 사업자금을 대출해 줬다는 것이다. 안씨는 최씨의 사채를 갚지 못해 부담을 느낀 나머지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최씨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찌라시 때문에 우울증 증세를 보였으며 결국 같은해 10월 2일 욕실에서 압박붕대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야구선수인 임태훈씨와 사귀고 있는 사이임을 밝힌 아나운서 송지선씨가 하루 만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송씨는 임씨가 자신과 헤어진 뒤 모 연예인과 사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찌라시가 유포됐다.

이후 2013년 그룹 지오디(GOD)의 멤버 손호영씨가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서 자신의 카니발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을 기도했으나 시민의 신고로 구조됐다. 사건 발생 전 손씨의 애인이 자동차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이 여성과 동거를 했을 만큼 가까웠으나 최근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 여성이 신변을 비관해 자살한 것 같다’ 등의 내용이 담긴 찌라시가 등장, 손씨의 마음을 괴롭혔다.

◇사생활 침해 원인 제공…‘고통 안겨주는 찌라시’
지극히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도 찌라시로 인해 침해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 농구선수인 서장훈씨와 오정연 전 KBS 아나운서도 결혼 후 가정불화와 관련된 각종 찌라시에 담긴 근거없는 내용으로 고통을 받았다. 물론 이들은 이혼을 합의했지만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치욕스러운 각종 찌라시 때문에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긴 찌라시로 인해 치료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끼친 사례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상 때문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며칠 뒤 이 회장이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긴 찌라시가 유포됐다. 삼성전자는 잘못된 소식에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 이 회장과 가족들 역시 애를 먹기도 했다.

◇정치권조차 막지 못한 ‘무서운 찌라시’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조차도 확인되지 않은 찌라시에 피해를 보아야 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에 근무 중이었음에도 ‘7시간 연락두절’설이 나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산케이 신문은 박 대통령이 마치 7시간을 사적으로 보낸 것처럼 보도해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추태를 보였다. 이것도 찌라시를 기사화해서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락사 당시에도 찌라시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찌라시 내용에는 ‘혈흔이 묻지 않았으며 경호원이 어떻게 30분만에 대통령을 업고 혼자서 차를 몰고 동네병원으로 갔을까’ ‘두 팔 골절상은 저항의 흔적이며 컴퓨터 유서 작성도 법적 효력이 없다’ ‘단 하루만에 투신자살 결론 낸 것 이상하다’ 등 노 전 대통령 죽음과 관련해 타살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차기 유력한 대권후보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아들 병영혜택 의혹에 시달렸다. 박 시장의 아들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다른 사람 것을 제출하고 병역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인터넷 등을 통해 찌라시로 유포되면서 급속하게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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