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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국내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로 거듭난 이유

야구가 국내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로 거듭난 이유

기사승인 2015. 01. 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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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스포츠라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그러던 기자가 늘 고민해오던 주제가 있다. “왜 한국에서는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는가?”

일단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근거를 제시하겠다.

1. 방송노출 빈도가 제일 높다.

프로야구는 하루에 4경기가 펼쳐져 왔다. 올해부터는 제10구단 kt 위즈가 1군에 새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5경기가 열린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같이 경기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4경기 체제에서 MBC 스포츠플러스, KBS N 스포츠, SBS 스포츠, XTM에서 골고루 중계가 이뤄졌다.

5경기 체제에서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인 JTBC가 새로운 중계방송사로 유력한 상황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야구는 방송사들이 중계하고 싶어 안달이 난 종목이라는 것이다.

2. 표 구하지 못해서 ‘발동동’

포스트시즌만 되면 야구계는 축제 분위기다. 가만히 있어도 팬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포털에 ‘포스트시즌 매진’이라고 검색하면 ‘연속 매진 13경기’ ‘한국시리즈 39경기 연속 매진’ 등의 기사 제목이 눈에 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이 매진을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NC 다이노스의 경기다. 이유가 있다. 비가 왔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은 ‘연속 매진’이라는 말을 딱히 본 기억이 없다.

3. 위기라고 해도… 올 사람은 온다

프로야구도 위기가 있었다. 2004년 프로야구 총 관중수는 230만여명에 불과했다. 당시 대형 병역비리사건이 터져 각 팀의 주축 선수들이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야구팬들의 시선도 싸늘했다.

그러나 그해 포스트시즌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구름 관중이 몰아들었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KIA 타이거즈의 경기는 2만2262명의 입장객수를 기록했다. 당시 22세였던 기자는 순간적으로 ‘야구는 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비결은 무엇일까. 마케팅의 성공, 라이벌 구도 형성 등 여러가지 분석이 있다. 그중 기자는 야구라는 종목의 고유한 특성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특성을 열거한다.

1. 좌석마다 보유한 고유 가치

야구장 좌석은 크게 내야석과 외야석으로 나뉜다. 그런데 각 좌석마다 각각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 응원단석
미치도록 응원하고 싶은 팬들이 선호하는 자리다. 응원단장의 구호, 치어리더들의 댄스와 함께 같이 소리지르고 몸을 흔들다보면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 한화 이글스를 제외하고 내야에 자리잡은 응원단석은 경기장을 보는 시야가 나쁜 편도 아니다.

◇ 중앙좌석
잠실구장, 사직구장, 광주구장, 목동구장, 문학구장 등은 테이블석도 있고 일반 좌석도 있다. 이 자리는 그야말로 ‘야구를 보러 온’ 팬들이 선호하는 자리다. 응원단석과 멀찍이 떨어져 있어 관전에 큰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야구를 분석할 수 있다. 또는 각 팀의 응원 장면을 모두 보고 싶은 팬들에게 알맞은 자리기도 하다.

◇ 외야석
가장 싸다. 그러면서 홈런볼을 주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형 거포 선수들의 의미있는 홈런 기록이 임박하면 내야석보다 먼저 자리가 찬다는 특징도 있다.

결국 어떤 자리에 앉더라도 고유한 특성 때문에 다양한 야구팬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공과 함께 추억을
파울볼이든 홈런볼이든 야구공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물론 어른도 파울볼을 가져가게 되면 즐겁다.

기자는 2013년 유럽여행을 떠나면서 대만에 9시간 동안 경유했다. 그 사이에 야구장에 갔다. 기자와 가까운 곳에 파울볼이 떨어졌는데 짐이 많아 한 발자국 차이로 현지 팬에게 기회를 뺏겼다. 기자는 “대만에서 파울볼을 가져갔으면 진짜 자랑거리가 됐을 텐데…”라며 몇 시간을 아쉬워했다. 야구팬에게 파울볼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야구장에서 주은 볼이 홈런볼이라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3. 치맥(치킨+맥주)을 위한 최고의 조건
야구장은 단순히 야구만 보는 곳이 아니다. 팬들은 갖가지 음식을 먹으며 야구장에서만의 즐거움을 찾는다. ‘치맥’은 이제 야구장을 상징하는 대표 음식이 됐다.

물론 다른 종목에서도 음식을 먹을 수는 있다. 근데 문제는 야구만한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축구는 보통 2시간이면 경기가 마무리된다. 또한 하프타임을 제외하면 편안히 음식을 먹을 만한 시간이 없다. 경기 템포가 야구에 비해 빨라 음식에만 집중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야구는 공·수 교대 시간은 물론 투수 교체 시간이 있다. 심지어 경기가 인플레이 상황인 중에도 투수가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는 시간이 있다. 이래저래 먹으면서 보기에는 딱 좋은 스포츠다.

4. 선수 알아보기 제일 좋다
기자는 2008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직접 관전하러 수원월드컵경기장에 갔다. 기자가 축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공을 잡은 선수는 흰색 머리의 수원 삼성 마토, 피부가 검은 FC 서울 아디 정도만 알아볼 수 있었다. 장발의 에두도 뜨문뜨문 확인될 정도였다.

즉 국내 선수는 통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야구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포지션별 위치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투수는 누군지, 타자는 누군지 전광판을 통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수비든 공격이든 자기 자리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 헷갈릴 염려가 없다.

이 글은 야구가 다른 종목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종목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는 법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는 것은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다.

다만 야구만의 고유한 특성이 더 많은 팬들에게 어필한다는 생각이 들어 기자 생각을 여과 없이 소개했다. 다른 종목들도 고유의 특성을 팬들에게 잘 살려 인기 스포츠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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