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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실속은 높이고 비용은 낮춘 ‘골목상권의 반란’

[상권]실속은 높이고 비용은 낮춘 ‘골목상권의 반란’

기사승인 2015. 01. 3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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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상권’ 더 이상 성공만능열쇠 아니다!
상권
#대로변에서 한 블록 떨어진 이면도로에 위치한 한식전문 ‘청국장과 보리밥’. 1층도 아닌 반 지하 매장이지만, 하루 평균 4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곳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유기농 새싹비빔밥’과 ‘유기농 청국장’의 인기 때문. 여기다 후식으로 흔한 믹스커피나 사탕 대신에 고객의 건강을 고려한 미숫가루와 강정을 준비해 놓은 것이 히트를 쳤다. 이 음식점이 입점하기 전까지는 같은 점포에서 30만원의 매출도 올리기 어려웠지만, 경쟁력 있는 아이템으로 위치적 불리함을 극복해 냈다. 더 이상 상권입지와는 무관하게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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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도로 반지하 매장에서 하루 400만원의 매출을 기록중인 ‘청국장과 보리밥’. 건강한 메뉴구성으로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켰다.
왜 골목상권인가?
상권지도가 변하고 있다. 절대적 성공을 약속받던 황금의 법칙도 옛말이 됐다. 변칙적인 환경에 따라,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복합상권내 인구 밀집지역·유동인구가 활발한 대형 상권 등 몇 곳을 빼놓고는 혼돈 양상을 띠고 있다.

오히려 임대료는 절반가까이 저렴해 고정비용을 낮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골목상권이 대세로 떠올랐다. 불리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데다, 재미있는 요소와 개성이 넘치는 매장들이 하나 둘 골목에 둥지를 틀면서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박균우 두레비지니스 소장은 “최근 골목상권이 활성화 된 대표적인 곳은 홍대주변의 상수동·이태원 경리단길·종로부암동&삼청동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 모두 주변경관이 뛰어나거나 다른 매장들과의 어울림이 좋다는 특징을 지녔다”며 “최근 소비자들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만족도를 높여주는 요소가 있다면 찾아다니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골목상권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도 2015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숨은 골목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이제 골목길은 젊은 예술가들의 개성이 다채롭게 구현되는 곳이자, ‘미니 자본’을 활용한 사업전개의 새로운 실험 무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골목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임차료 상승으로 인해 고정비용·초기투자비용 상승과 권리금의 영향도 컸다. 더욱이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자영업의 폐업률과 소비의 위축이 가져온 현상으로 풀이될 수 있다.

상권이 지배하던 창업 시장에서 작은 가게들, B급 상권의 반란이 시작됐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아이템과 틈새전략이라면 골목에 위치해 있더라도 대로변 못지않은 좋은 성적을 거둬들일 수 있다.

아이템의 특수성으로 불리한 환경 뛰어넘어
홍대상권은 상수동 연남동과 긴밀히 연결된 탓에 이면도로의 골목상권이 잘 발달돼 있다. 그중 홍대정문방향 미술학원 거리를 지나는 뒤 편 골목 안쪽에 ‘가시버시’라는 10㎡(3평) 주문반지전문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26년 경력의 귀금속가공산업기사 국가자격증 소유자인 김진복 대표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똑같은 공장 상품이 아닌, 특정한 대상자를 위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반지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일반 주얼리 숍과 차별화됐다.

또한 작은 공간의 활용도도 뛰어나다. 한쪽벽면을 아티스트들의 그림 작품이 새겨진 핸드폰 액세서리로 장식했다. 수익창출은 물론 인테리어 효과까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에 홍대에서 활동하는 젊고 실력 있는 작가들의 그림액자를 판매한다. 소비자는 작가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작가는 새로운 판로로 활용할 수 있는 것. 이러한 특수한 마케팅 전략이 작용해서인지 ‘나만의 특별한 은반지’를 원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가하면 용산 후암동에 위치한 10㎡(3평)규모의 작은 옷가게 ‘더블룸’도 주목을 받고 있다. ‘향기 나는 옷가게’란 이색적인 콘셉트 때문. 옷 가게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눈과 코가 함께 즐거워진다. 향초공예자격증을 소지한 안주인이 캔들을 활용해 매장을 꾸며놓았기 때문. 이 가게만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고, 캔들 판매로 수익구조도 향상시킨 것이다.

“경쟁력 있는 아이템은 소비자를 찾아오게 만든다”
삼청동 골목 안쪽에 위치한 ‘삼청동호떡’은 하루에 2000개가 넘는 호떡을 팔아치우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간판이라고는 돌출간판 뿐이고 흔히 볼 수 있는 튀김호떡이다. 그런데 왜 추운날씨에도 줄을 서서 먹는 호떡집으로 유명해졌을까. 바로 이곳의 ‘잡채호떡’ 덕분이다. 잔칫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잡채를 호떡 속에 넣어 특제 간장소스를 발라 먹도록 했다. 다른 곳에선 맛 볼 수 없는 경쟁력 있는 메뉴로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꿀 호떡에도 다양한 견과류를 넣어 식감을 풍성하게 했다. 각각 1500원, 1000원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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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호떡으로 유명한 ‘삼청동호떡’. 하루 2000개의 호떡을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본식 덮밥인 돈부리는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각종 재료를 올려 먹는 음식이다. 가격대가 저렴하고 먹는 재미가 있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홍대돈부리 본점은 골목 안쪽에 있어 찾아가기 까다롭지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외식의 메카로 불리는 대형 상권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꾸준한 입소문에 힘입어 대표 맛집으로 불리고 있다.

돈부리는 배가 불러야 한다는 것이 ‘홍대돈부리’의 캐치프레이즈다. 돈부리가 짜면 밥을, 싱거우면 소스를 더 첨가해 조절하면 된다. 또한 돈부리에 얹어 나오는 토핑도 추가해 먹을 수 있다. 돈부리를 취급하는 곳에서 일반적으로 나오는 ‘가쓰동’과 ‘규동’ 외에도 신선한 연어가 올라가 있는 ‘사케동’도 유명하다. 노르웨이산 생연어와 생와사비가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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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골목안쪽에 위치한 ‘홍대돈부리’ 본점. 대기하는 사람들을 목격하는 일은 흔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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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대표는 “입지의 불리함은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맛있는 음식과 즐거움을 서비스할 수 있는 친화력은 기본이고,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나만의 것’이 있어야 상권 의존도에서 벗어나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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