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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직원복지에도 TPO가 있다면

[취재뒷담화] 직원복지에도 TPO가 있다면

기사승인 2015. 02.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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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선물
백화점과 온라인몰에 쭉 진열된 책가방을 보고 비로소 신학기 기간임을 실감했습니다. 주변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분들에게 ‘요즘은 책가방이 얼마나 하느냐’고 묻자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생 가방이 중학생 가방보다 비싸 10만원은 훌쩍 넘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모 온라인몰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일명 ‘골드 키즈’를 위한 10만원 이상 고가 제품의 판매가 늘고 있었습니다. 고가 책가방은 부모가 직접 구매하기도 하지만 경제력을 갖춘 조부모·고모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부담이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관련 내용을 취재하던 중 독특한 사례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3년째 입학철마다 초등학교에 새로 입학하는 임직원 자녀에게 책가방 세트와 대표가 직접 쓴 편지를 전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직원들은 은근히 걱정됐던 신학기 경제적 부담을 한결 덜게 되는 셈입니다.

꼭 직원들에게만 좋은 혜택은 아닙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업 이미지 조기교육’을 시키는 격입니다. 생애 첫 책가방은 잘 잊히지 않는 추억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자 그간 들어온 기업의 직원복지 또는 사회공헌 활동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김장철에는 김치를 담그고, 연말에는 연탄을 배달하고, 새해에는 떡국을 끓입니다. 오후 6시가 되면 소등해 직원들의 정시 퇴근을 장려하기도 하지만 마치 찍어낸 듯 비슷한 활동이 많았습니다.

이베이코리아의 사례가 달리 보였던 것은 직원복지에도 ‘T·P·O’(Time·Place·Occasion)를 갖췄기 때문일 것입니다. 패션에만 시간·장소·상황의 요건을 갖춘 것이 아니라 이 시점에서 어떤 직원에게 어떤 혜택을 부여해야 효과적인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이베이코리아에서 책가방 혜택을 받은 박 모씨(43)는 “아이가 대표가 써준 편지를 읽을 때 처음으로 회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고 전했습니다.

긴 경기침체와 치열해진 경쟁으로 직장인들의 피로가 나날이 쌓여가는 가운데 어차피 해야 할 직원 복지라면 철저히 직원의 입장에서 나온 제도야말로 그 효과는 배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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