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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1984년 방일때 일왕 과거사 ‘첫 언급’ 이유는

전두환 1984년 방일때 일왕 과거사 ‘첫 언급’ 이유는

기사승인 2015. 03. 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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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서 공개] 식민지배 상징적 존재 히로히토 일왕 "양국간 불행한 역사 진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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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처음으로 이뤄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방일 때 일본에서도 일황의 과거사 언급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했던 것으로 30일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서 확인됐다. /사진=동아일보 캡쳐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1984년 처음으로 이뤄진 우리 정상의 국빈 방일 때 당시 일본에서도 일왕(日王)의 과거사 언급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가 30일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1984년 1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일본 총리의 전년도 공식 방한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무궁화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우리 정상의 첫 국빈 일본 방문의 의제를 놓고 양측은 본격 교섭에 들어갔다. 첫 국빈 방문인 만큼 일왕의 과거사 언급 문제가 주요 관심사가 됐다.

정부는 ‘무궁화 계획 대일교섭 지침’에서 일왕의 과거사 반성 문제에 대해 “방일의 대전제이며 한·일관계 미래상 정립의 전제이므로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국민감정 등을 감안, 최대한 강한 어조로 반성을 확보해야 방일 자체에 대한 국민의 납득을 구할 수 있다”고 입장을 정했다.

구체적으로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과거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 솔직한 인정 △유감 표명 및 깊은 반성 내지 통감 △금후의 겸허한 자세 등으로, 발언 형식으로는 △공식 발언 문서화 △최소한 만찬사에 포함을 각각 입장으로 정했다.

외무부는 이후 작성된 ‘무궁화 계획 참고사항’ 문서에서 일왕의 반성에 대해 “식민지 시대 울분 청산”이란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일 관계 특수성과 민족감정을 고려할 때 유감 표현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 일본도 “천왕(일왕)에 의한 과거사 언급은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고 우리 정부는 파악했다. 다만 일본은 일왕 발언을 외교적 교섭 사항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취했으며 언급 내용과 방법도 품위를 유지하는 선에서 행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후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반성은 틀림없이 적절히 처리할 것임을 표명하였으므로 더이상 거론할 필요는 없다”며 “과거사 문제가 교섭 쟁점이 된 것 같은 인상을 줘선 안된다”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반성이 우리 측에 대한 일본의 양보나 선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상의 방일이 가까워지면서 일왕의 과거사 발언과 관련해 일본 언론에서는 일왕이 ‘시이나’ 선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언론을 통해 여론의 반응을 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이나선이란 시이나 에쓰사부로(椎名悅三郞) 일본 외무상이 1965년 2월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기본 조약에 가서명한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과거관계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며 깊이 반성한다”고 언급한 것을 뜻한다.

우리 측은 일본이 방일을 1주일 정도 앞둔 시점에서도 일왕이 어느 자리에서 어떤 수준의 과거사 언급을 할지 일본이 확인하지 않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국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며 비공식으로 조속히 발언 내용을 통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은 우리 정상의 국빈 방문 일정(1984년 9월6~8일)이 시작되기 전날 일왕의 만찬사 등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

히로히토(裕仁) 일왕은 9월 6일 만찬에서 “금세기의 한시기에 있어 양국간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며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식민 지배의 상징적 존재인 일왕이 우리나라와 관련한 과거사 발언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당국자 논평을 통해 “천왕이 우리 국가 원수를 대면해서 과거에 대한 반성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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