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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현지 이명희 임은정 대학생 인턴기자 = “변호사님 덕에 속이 뻥 뚫린 것 같아요.”
이선민 씨(47·가명)는 층간소음 문제로 서울시 중랑구의 마을 변호사 상담을 받은 후 이같이 말했다.
층간소음 문제와 같은 법률적 문제가 아닌 부분은 매뉴얼이 있어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의뢰인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변호사가 자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김병영 변호사(중랑구 상봉1동)는 중랑구 주민들을 위한 무료법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공익활동 변호사를 동별로 2명 배치하는 ‘마을 변호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마을 변호사 제도의 성과로 기존 무료법률상담에서 소외됐던 소액 사건들을 다루게 된 것을 꼽았다. 하지만 마을 변호사 제도로 다루게 되는 문제들의 특성상 소송까지 진행하기는 어려워 실질적인 해결을 하지 못하는 것을 한계로 지적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어떻게 중랑구 상봉1동과 인연이 닿았나.
“서울시에서 공익변호사단을 모집했을 때 현재 살고 있는 동네와 가장 가까운 중랑구로 신청했다. 대체로 마을 변호사는 해당 마을에 사무실을 두고 있거나 살고 있으며, 유년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는 등 그 마을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 배치된다.”
- 마을 변호사로서 어떤 업무를 하는가.
“현재 상봉1동에 배정된 변호사는 2명이다. 한 달씩 돌아가면서 당번제로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 중 급한 업무는 전화로 진행하고, 대면 상담은 30분 정도 진행된다. 상담범위는 민·형사 등 구분 없이 모두 다루어진다. 최대한 상담 자리에서 해결해 드리려고 하고, 전문 정보가 필요한 부분은 리서치를 따로 해서 연락드린다. 소송 등 직접적인 법률 구조가 필요한 사건은 법률구조공단이나 법원의 소송구조 등 다른 쪽으로 넘기기도 한다.”
- 마을 변호사 제도를 이용한 의뢰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중랑구 지역주민의 생활은 극과 극으로 나누어진다고 볼 수 있다. 부유층도 있지만 영세민, 몸이 불편하신 분, 노령의 분들도 많다. 평소 변호사와 상담하고 싶지만 부담스러워 하지 못했던 분들은 전문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좋아하신다. 또한 여러 정보 가운데 혼동이 일어나 힘들어 오시는 분들은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어 만족해하신다. 물론 명쾌하게 답 드리기 힘든 경우도 있다. 법률적 문제가 아닌 부분들, 이를테면 층간소음 문제의 경우 해결해드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하다”고 하신다. 법률적인 조언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매뉴얼은 있지만 적용이 안 되는 부분도 있는데 모두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크다고 한다.“
- 마을 변호사 제도에 따른 법률 서비스 시장의 변화가 있는가.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수임료를 받는 시장과 마을 변호사는 구분되는 영역이라고 본다. 마을 변호사는 주로 대상이 노령의 분들 혹은 혼자 살면서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곧 사회적 약자가 법률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의 문턱을 낮추자는 이 제도의 취지이기도 하다.“
- 현재 마을 변호사 제도의 운영 상황이 도입 취지와 잘 부합하는가.
“생활 밀착형 서비스라는 취지에서 비교적 잘 부합하는 것 같다.”
- 마을 변호사 제도의 성과는.
“무료법률상담과 관련해 국선변호사 제도, 소송법원에서 하는 소송구조, 법률구조공단 등이 있다. 그런데 마을 변호사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그런 기관에 의뢰를 해도 사건이 너무 소액이라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한번은 청각장애 어르신이 도어락 고장 사건과 관련해 법률구조공단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너무 소액이라 주의 깊게 안 듣더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기관에서는 아무래도 효율적인 상담을 해야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액 사건들은 현실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기가 어렵고 여러 법률적 구조 제도가 구비돼 있어도 다뤄지지 못하기도 한다. 마을 변호사 제도의 성과라면 그러한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마을 변호사 제도의 한계도 있을텐데.
“소송이 필요한 문제들은 단순 상담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승소 가능성이 크면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기준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소송까지 진행하기엔 어려운 작은 문제들일 경우가 많다. 그분들께 이렇게 하라고 안내는 해드리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을 드리지 못해 아쉬움을 느낀다.”
- 마을 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사업하시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채무를 많이 맡게 된 소년소녀의 가장이야기가 생각난다. 동생 2명을 둔 갓 성년 이된 여성분이 의뢰한 사건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6살 된 남동생 명의로 핸드폰을 해주셨다. 90만원 정도 됐는데 아이 명의로 개통된 것이다 보니 통신사에서 채권추심업체에 넘겨 압박전화가 오고 통신채무불이행에 등재된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상의를 했는데 계약서에서 책임져야할 문제가 아님을 찾고 청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