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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잇는 화가’…베이징 ‘유리창(琉璃廠)’에서 만난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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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승인 : 2015. 04. 30. 14:24

王桂堂 아들 '王文锋', 손수 녹차 권하며 환대
齊白石 제자 부친 영향, '배추·말' 그림 탁월
중국 베이징의 리우리창에서 만난 '대 잇는' 화가 왕원펑씨. 친절만큼 그림도 돋보였다. /사진=박영주 기자
 중국 베이징 허핑먼(和平門)에 위치한 리우리창(琉璃廠) 거리는 한국의 인사동 같은 곳이다. 현대식 건물이 빽빽한 베이징 중심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옛 것 그대로의' 이 곳은 천안문 광장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마오저뚱(毛泽东)을 신격화하는 구시대의 체취가 고택이나, 유물, 고물, 고풍의 화폭·서체 등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 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의 안쪽으로 들어가다보면 오른쪽 '翰墨斋'를 만날 수 있다. '王桂堂'이란 이름과 함께 큼지막한 인물 사진이 건물 앞쪽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보다 먼저 친절을 만났다. 이 곳을 작업실로 하고 있는 화가 왕원펑(王文锋)은 우리 일행에게 늘 만난 사이처럼 녹차를 권했다. 실내에는 배추와 말 등 품격 있는 그림들이 벽면 가득했다. 더 안쪽에는 작업 중인 말 그림이 놓인 작업대가 놓였다. 사람 좋은 그와 더 사람 좋아보이는 아내가 함께 우리를 환대했다.

왕원펑은 배추를 주로 그린 유명화가 왕구이탕(王桂堂)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홍콩봉황TV와 중화위성TV에서 취재를 해갈 정도로 중화권에서 유명한 화가다. 그의 스승이 바로 유명 근·현대화가인 치바이스(齊白石)

치바이스(1860~1957)는 중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크게 이름을 떨친 중국의 화가다. 꽃과 새, 곤충과 물고기, 산수, 인물을 주로 그렸으며, "중국 현대 꽃, 새 그림의 최고봉을 이루었다" "새우 그림은 경지에 이르렀다" 등등의 평가를 받는다. 1963년 세계 10대 문화 유명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도 배추를 그린다. 배추는 중국인들에게 생활친화적인 먹거리의 하나로서, 이를 섬세하게 정밀묘사하는 그림 실력은 아버지 못지 않은 듯 보였다. 왕원펑은 또 말그림에도 일가견이 있다. 특히 오른쪽 벽면을 채운 '8마리의 말' 그림은 금방이라도 뛰처나올 듯한 생동감에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3000위안(약 52만원)의 가격대는 물론 그림 값어치에 비하면 비싼 건 아니다.

이 곳은 그의 작업장이기도 하다. 완성을 기다리는 말 그림이 작업대 위에 놓여있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리우리창에서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이 곳에서 그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리우리창 거리 곳곳에는 각기 다른 대상을 그리며 중국 최고 화가를 꿈꾸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왕원펑 역시 아버지를 뛰어넘는 화풍과 화력(畫歷)을 통해 당대의 화가로서 거듭나기를 꿈꾸는 지도 모른다. 이미 그런 재기(才氣)는 그의 그림 속에 충분해 보였다.

거푸 그는 녹차를 권했다. 사람이 반가운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매한가지. 그런 심성을 담아 그리는 그의 그림이 늘 일취월장하길 빌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아쉽긴 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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