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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동국대 총장 인선 반대 교수 학생 생생 인터뷰

[현장취재] 동국대 총장 인선 반대 교수 학생 생생 인터뷰

기사승인 2015. 04. 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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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 스님 선출 반대해 교수는 단식, 학생은 고공농성 중 "정당한 절차 통해 총장 뽑아야"
학교 측 "학교 안정화가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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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선출에 반대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국대 대학원생 최장훈 씨가 휴대용 확성기로 말을 하고 있다./사진=이현호 대학생 인턴기자

총장 선출를 둘러싼 동국대 측과 교수·학생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9일 총장 선거에 반대하는 교수협의회와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스님들의 법회로 장소를 옮겨야하는 등 충돌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국대 팔정도에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장소를 옮겨 고공농성장에서 진행됐다.

이와 관련,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고공농성의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식품공학과 김태현 씨(27)는 “너무 어이가 없고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미리 공고를 해 장소를 잡은 것인데 스님들이 갑자기 팔정도에서 법회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이사장실을 점거했을 때 보광 스님 측에 있던 스님들 대부분이 이번 법회
에 참가하고 있었다”며 “고의적으로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위한 술수”라고 했다.

김 씨는 이어 고공농성을 시작하게 된 경위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고, 그 결과 학년과 과가 다른 학생 30여명이 모였다”며 “편의상‘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동국대 총장은 공석이다. 총장 후보들이 연이어 사퇴했고, 보광 스님이 총장 단일후보로 나온 것에 대해 종단 개입 의혹이 붉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초 보광 스님의 표절 논문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은 사퇴와 재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우선 단일후보인 보광 스님이 총장이 돼 학교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이에 교수협의회는 지난 20일 ‘릴레이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다음달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최장훈 씨(30) 등 30여명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30일 현재 단식투쟁은 11일째, 고공농성은 10일째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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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팔정도에 설치 된 교수협의회의 단식투쟁 천막/사진=이현호 대학생 인턴기자

동국대 교수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권승구 교수(식품산업관리학)은 이날 단식투쟁 천막에서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학문을 배우고 연구하는 대학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 또한 릴레이 단식 투쟁이라는 다소 과격한 방법을 좋아서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했다.

권 교수는 “학교 측에서 최소한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행동을 취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교육과 인재양성이 주된 목적인 대학에서 연구 분위기를 위협하는 비상식적인 행태에 대항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표를 어느 정도 조율해 가며 당번을 서기는 하지만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을 하고 연구를 하는 것이 힘에 부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권 교수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과의 사전교감 의혹에 대해 “학생들이 고공농성을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그런 위험한 일을 하지 못하게 말리고 설득했을 것”이라고 했다.

고공농성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최장훈 씨는 “음식 등 필요한 물품을 밧줄을 이용해 올려주고 있으며, 위에서 생기는 잡다한 쓰레기나 배변 등도 이런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밤에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밑에서도 계속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공 생활 자체보다 주위에서 시비를 거시는 분들 때문에 많이 힘들다”며 “일부 교수들이 오셔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시고, 또 이미 보광 스님이 총장으로 확정 된 것이라고 비아냥거리시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고공농성을 하는 것은 단지 때를 쓰거나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오직 정당한 절차를 통한 총장 선거라는 당연한 것을 원하는 것뿐이다. 그분들이 말하는 불교의 ‘정법’에 맞게 행동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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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이용해 고공농성장에 물품을 조달한다./사진=이현호 대학생 인턴기자

한편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예정됐던 이사회와의 협의·결정 사안은 호텔 측의 대관 불허로 연기돼 다음달 2일 동대문구 은석초등학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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