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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강제징용시설 문화유산 등재…‘문화외교’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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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승인 : 2015. 05. 05. 14:44

정부 WHC 회원국들에 등재저지 총력 외교전…‘부(負)의 유산’ 등재 방안도 고려해야
하시마
일본 나가사키 현에 위치한 하시마 섬 /사진=KBS 캡쳐
일제시대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를 가진 일본 산업시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 외교전에 나섰지만 실제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라 ‘한국의 문화외교’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메이지(明治) 시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23곳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도록 유네스코에 권고했다고 교도(共同)통신과 NHK 등이 4일 보도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1월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의 야하타(八幡)제철소, 나가사키(長崎)현의 나가사키 조선소(미쓰비시 중공업) 등 현재 가동 중인 시설과 미쓰비시 해저 탄광이 있던 하시마(端島) 등 총 23개 시설을 산업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 중 7개 시설에 5만7900명의 조선인이 강제징용됐다. 다카시마 탄광에 4만명, 미이케 탄광과 미이케 항에 9200명, 나가사키 조선소에 4만7000명 등이다.

특히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징용된 조선인 중에는 1945년 8월 핵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었고, 하시마 섬은 ‘죽기 전에는 나오지 못한다’고 해 ‘지옥섬’으로 불렸던 곳이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은 일본 패전 때까지 굶주림과 중노동, 가혹 행위에 시달렸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어두운 과거는 감쪽같이 감추고 일본 근대화를 상징하는 탄광으로 포장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최종 결정은 오는 6월말~7월초에 독일에서 열리는 제39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WHC·World Heritage Committee)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ICOMOS 권고는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WHC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외교부는 일본이 등록을 신청한 시설들에서 강제 노동이 자행됐다는 사실은 무시한 채 산업혁명 시설로만 미화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은 세계유산 협약의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의 정당한 우려가 반영될 수 있도록 WHC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19개국을 상대로 강제 징용 문제를 강력히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정부는 세계유산 위원국들에 대해 우리 입장을 전방위적으로 강하게 설득해 나가는 한편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지난 10년 동안 ICOMOS의 등재 권고가 WHC에서 통과되지 않은 경우는 이스라엘-아랍국가 간 영토 문제에 따른 단 1건이 유일했다. 이는 WHC가 ICOMOS의 결정을 크게 존중한다는 것으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위원국들은 ICOMOS의 권고 사항과 한국인 강제 노동 문제 등을 인식하고 있으나 한국과 일본 모두와 우방이고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이라서 (선택에) 어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해당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 시설을 ‘부(負)의 유산(Negative heritage)’ 개념으로 등재하기 위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의 유산은 기억하기 싫은 역사라도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뜻의 ‘반면교사’의 상징물이다. 수십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던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일본은 메이지 시대 산업화의 유산이라는 점만 꼽아 서류를 냈고 기술적 측면만 평가돼 등재 권고가 이뤄졌다”며 “WHC 회원국들에게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낱낱이 고발하기 위한 부의 유산으로 이들 시설이 등재돼야 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표> 일본 세계유산 등재 추진 강제동원 시설

장소 시설명 한국인 강제동원자 동원중 사망 동원중 행방불명
나가사키 조선소 제3드라이독 4700명 1명 ·
대형크레인
목형장
다카시마 탄광 4만명 15명 ·
하시마 탄광 600명 28명 1명
미이케 탄광 및 미이케 항 9200명 32명 ·
야하타 제철소 3400명 18명 4명
합계 5만7900명 94명 5명
최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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