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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 ‘나도 장애인될 수 있다’ 인식전환부터 출발해야

특수교육, ‘나도 장애인될 수 있다’ 인식전환부터 출발해야

기사승인 2015. 05. 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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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양 박사 인터뷰] "영화 드라마 주인공, 장애인 역할주면 인식전환 효과적"
"초중고 교육 후 다시 집에 고립...국가차원서 자립시스템 재정비해야"
김영양 박사
김경양 엘 아동연구소 소장 특수교육학 박사
최근 3년 장애학생들의 특수학교로의 배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많은 수의 학령기의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가 제공하는 통합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특수학교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김경양 엘 아동연구소 소장을 18일 인터뷰했다.

-장애학생의 특수학교로의 배치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일부는 특수학교를 필요로 하는 학생이 있기 때문에 특수학교를 가는 것이고 일반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은 잘 적응하기에 남아있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근 3년간 통계만으로 단정 지어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통합을 하는 비율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통합의 성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은 결과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일반 초등학교로 통합을 진행하고도 중학교 특수학교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초등 고학년 때 전학을 가거나 하는 사례를 종종 봤다. 일반 초등학교에서의 통합 경험이 성공적이었다면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지 않을까? 이러한 현상은 교육현장에서 통합이 잘 운영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 원인은 무엇인가.

“장애학생을 일반학생이 공부하는 학급에 단순히 배치만 하기 때문이다. 배치만으로 완전한 통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통합은 물리적 또는 시간적으로 일반학급에 배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학생이 일반 교육과정이나 학습 내용에 참여해 수업을 받고,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간 교우관계를 맺는 등의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학교의 대다수 비장애학생·교사·행정가·부모가 장애학생과의 통합을 왜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서로 간 통합의 필요성과 성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배치하는 ‘양적팽창’이 이뤄졌다. 양적팽창만 고려한 통합은 미흡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그로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학생의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최대한 상처를 받지 않고 더욱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특수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다.”

-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어떻게 알게 되나.

“병원은 영유아 검진을 통해 선별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발견한 예후나 징조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해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경우가 더 많다. 보통 장애진단은 사설 기관이 아니라 재활의학·소아정신과 등과 같은 의료 분야에서 내린다. 학령기 때 특수교육대상자로의 선정은 교사 또는 부모가 장애진단을 의뢰해 시·도교육청 산하 특수교육센터가 장애여부를 검사, 판단한다.”

- 연구소에서 많은 장애학생의 사례를 보면서 알게 된 장애학생과 가족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장애학생을 둔 많은 부모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겪는 생각은 ‘내 아이가 왜 장애아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탄식이다. 장애가 유전으로 인해 생기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단 이 사실 자체를 가족 입장에서 수용한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 시간이 많이 지나도 ‘내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라는 사실을 객관화하지 못하는 가족들도 많다.

수용을 한다고 해도 ‘그래서 얘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부딪힌다. 부모로서 앞으로 장애가 있는 자식을 어떤 방법으로 양육하고 삶을 살아가게 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많은 부모들이 장애인 복지관이나 특수교육센터 등을 다니며 교육을 들어도 이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지원체계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성격에 따라 이를 이용하지 많고 개인 차원에서 혼자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은 장애학생 부모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보와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 일반학교가 장애 학생 교육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먼저 일반학교에 있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해서는 긍정적 행동지원 프로그램이 실행돼야 할 것이다. 일반학교에서 통합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장애학생의 문제행동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하고 도와줄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긍정적 행동지원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행동을 단순히 장애학생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공동체 의식을 통해 학교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공공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울러 통합 상황에서 장애 학생들과 비장애학생의 사회성을 함께 증진시키려는 사회성 훈련 프로그램이 학교 차원에서 적용되면 지적장애 학생 또는 자폐범주성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비장애학생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운동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지체장애 학생을 위해서 휠체어 이외에도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 스위치 등과 같은 다양한 보조기기가 지원될 수 있으면 한다. 장애학생의 부모가 보조기기에 대한 비용을 사적으로 부담하기는 어렵다. 보조공학센터나 시·도교육청의 특수교육지원센터 등이 다양한 보조공학 기기를 대여하는 역할을 더욱 확대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EYE GAZE’를 사용할 수 있는 학생들이 필요한 도구를 국내에서 대여 받거나 찾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개인 또는 민간 차원에서의 구입이나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 비록 아직 이러한 다양한 기기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지만 지체장애 학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적정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현재 우리나라 특수교육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와 외국의 특수교육을 소개해 달라.

“모든 부분에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먼저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합에 대한 프로그램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비장애인인 우리가 ‘주류’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아직도 장애는 익숙지 않고 이상한 것이고 왜 나와 함께 같이 있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외국과 한국을 비교하는 것은 시스템이나 역사적 통합의 배경이 달라서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도 장애에 대한 차별이 있었지만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게 된 계기가 역사적 배경이 있다. 한국은 특정한 인식을 그저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해 장애 문제에 대한 공론화나 공감대를 이끌어 나갈만한 문화를 형성하지 못했다. 통합교육이 장애학생들만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를 통해 비장애학생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은 장애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한국은 아직도 ‘ 이 아이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안 왔으면 좋겠어요’와 같이 장애에 대해 거부 반응이 강하다. 이처럼 통합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선행돼야 많은 문제들의 근본적 해결을 찾을 수 있다.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10년 전에도 이 같은 질문에 인식개선을 언급한 적이다. 여전히 변화가 필요하다.”

- 연구소 등 특수교육시설이 더 많이 확충돼야 하는지.

“시설, 특히 사설 시설의 확충은 문제해결에 있어서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시설의 확충도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장애학생이 성인기에 할 수 있고 갈 수 있는 곳이 만들어져야 한다. 즉 직업이 필요하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좋은 능력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이 많다. 하지만만 기업이 고용을 꺼린다. 그들이 갖고 있는 좋은 기술과 능력이 사장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 고용법이 규정한 고용률 50%만 제대로 지켜줘도 많은 장애학생들이 성인이 돼 부모의 도움을 덜 받고 독립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보강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국가보다 민간지원이 훨씬 많은 실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부모들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서 지원하고 있다.”

- 장애의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적 방법이외에 매스컴을 이용한 지속적인 캠페인을 국가 차원에서 진행했으면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장애인인 설정이나 역할을 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 ‘뽀로로’에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하나 들어가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는 이와 관련된 할당제가 있어서 이러한 역할이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러한 변화 하나가 앉아서 교육을 받는 것보다 자연스레 장애에 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장애 인식개선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하는 것 또 다른 문제는 법 시행이다. 장애학생이 일정 교육이 끝나면 다시 집에 고립되는 생활을 하는 악순환의 문제가 심각하다. ‘발달장애인법’이 통과됐는데 장애학생이 성인기에도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이 법이 통과되기까지 많은 부모들의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법을 시행하면서 예산 책정 등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장애인들을 초·중·고까지 열심히 교육시키고도 집에서만 지내게 한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립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

- 일반인이 장애와 관련해 꼭 알아야 할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불쌍하거나 재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과하지 않아야 할 사실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장애아이의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를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계획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았지만 장애와 관련될 수 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현장에 있는 교사는 장애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는데 스스로 해결할 수 없고 대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잠깐 떨어져서 ‘내가 저 아이의 엄마라면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 해결책이 보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동생이 의료사고로 인해 장애를 가지게 됐다. 동생을 통해 스스로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봤다. 동생을 도우는 과정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만남이 정말 소중하다. 좀 더 열린 시각으로 보면 많은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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