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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은 진심을 숨긴 형사(김남길)와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전도연), 두 남녀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린 작품이다.
정재곤(김남길)은 범인을 잡기 위해선 정의와 불의를 가리는 않는, 목표 중독의 유능하고 비정한 형사다. 그는 살인용의자 박준길(박성웅)을 잡기 위해 준길의 감방 동기 이영준의 이름으로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그의 여자 김혜경(전도연)에게 접근한다.
김혜경은 박준길이 자신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후 선금을 당겨 도주해버리자, 사랑이라 믿었던 그를 기다리며 변두리 단란주점 마담으로 일한다. 그는 힘들고 지친 일이 있을 때마다 옆에 있어주는 이영준에게 또 다른 감정을 느낀다. 그의 정체도 모른 채 말이다. 그러면서도 박준길을 배신하지 않고 그를 믿고 기다린다.
‘무뢰한’은 밑바닥까지 몰린 술집 여자, 범인을 잡는 목표 외에 어떤 감정도 가져본 적 없는 형사 남자의 모습을 ‘하드보일드’ 장르답게 무겁고 건조하게 그려낸다. 두 사람의 처절한 삶을 통해 ‘과연 그들에게도 새로운 사랑과 희망이 찾아올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들의 처절한 삶에서도 사랑은 존재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스며들지만, 오히려 그 감정이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 극중 “상처 위에 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또 더러운 기억”이라고 말하는 김혜경의 대사가 와닿는 이유다.
무엇보다 정재곤의 알 듯 말 듯한 감정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재곤은 김혜경과의 만남으로 인해 임무와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자기가 먼저 김혜경에게 “같이 도망갈까”라는 제안을 하지만, 이내 곧 “농담이야”라고 말하는 식이다. 김남길은 정재곤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그러나 일부 관객들은 감정을 철저하게 숨기는 정재곤을 보며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런 답답함 속에서 전도연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다른 이들에게는 강하지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한 없이 순수한 모습을 지닌 김혜경을 연기한 전도연. 그의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극의 몰입도과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를 높인다. 술집 여자의 노련함을 뒤편으로 사랑에 대한 순수함을 지닌 김혜경을 보면, 처절한 상황에 처한 그녀와 정재곤을 더욱 더 안타깝게 만든다.
영화 ‘킬리만자로’의 오승욱 감독이 15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27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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