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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은 파티다

웨딩은 파티다

기사승인 2015. 05. 2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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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진 대표 "예식장서 벗어나 야외, 레스토랑, 펜션서 결혼하는 신랑신부 늘어...나눔과 기부 겸하는 가치소비 혼례문화 보람"
혼례문화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기업뿐 아니라 언론사까지 이 같은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돼 ‘전통’이 된 혼례문화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이에 일회성 캠페인보다 대안을 제시하면서 지속적으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연진 ‘웨딩파티’ 대표는 예비 신랑·신부들의 변화하는 의식에 맞게 다양한 결혼식 ‘대안’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혼례문화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를 27일 ‘웨딩파티’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연진 대표
이연진 웨딩파티 대표
-현재 혼례문화의 문제점은.

“현재 혼례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혼례와 개화기 이후 선교사들에 의해 서양문물과 유입된 문화,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남긴 것 등이 혼합된 혼례 형식으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혼례(婚禮)는 ‘혼인을 치르다’는 ‘혼인식’의 줄임말로 먼저 용어 정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의 혼례를 이야기 한다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유지돼 익숙해진 것을 단시간에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한국 혼례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예식장의 상업화된 혼례 형태가 정답인 것처럼 맹신하고 따르는 것보다 좋은 풍습은 유지하면서 그 뜻과 의미를 알고 혼례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웨딩파티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혼례 문화는.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과 빚을 지고서라도 남들 하는 만큼 해야 한다는 생각, 하객으로서 타인의 결혼식에 참석해 진심어린 축하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먼저 평가하는 성숙하지 못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연을 생각하는 재생용지를 활용한 청첩장 등 친환경 웨딩도 좋고,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건강 음식으로 하객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혼인 당사자의 가용 예산 범위를 넘는 비용이 지출된다면 합리적인 소비라고 보기 어렵다.

무조건 ‘아끼고 검소하게’라는 단발성 캠페인보다 수준에 맞게 비용을 쓰되 이왕이면 그 소비가 나눔과 기부에 쓰이는 가치 소비의 혼례문화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한다.”

- 바람직한 혼례 문화가 확산되려면 개인과 사회의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혼례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제안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행하는 형태가 바람직한 혼례 문화일 것이다.

초·중·고 교육과정 중 어떤 교과목에도 혼인·부부생활·가정에 관한 내용은 없다. 취업과 사회생활을 위한 스펙 위주의 교육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사회와 국가의 기본이 되는 가족·가정에 대한 중요성은 잊혀진지 오래다. 지식 축적을 위한 교육만을 권장하는 것보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인성·감성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혼인을 하기 전에 부부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은 기본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가 가족 형성에 관한 주기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

관공서·공공기관·기업 등이 휴면 공간을 개방해 혼례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상업시설에 비해 시설집기가 구비돼 있지 않다는 단점을 보완한다면 혼례 장소로 이용하려는 예비부부가 많아질 것이다.”

-작은 결혼식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과 성과는.

“간직하고 유지됐으면 하는 전통 혼례의 여러 가지 모습을 예비부부에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다. 전문예식장소에서 시간에 쫒기며 틀에 짜여진 똑같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예비부부의 가족구성원과 가정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계신 경우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것들도 누군가에겐 한쪽 부모님만 계셔서 고민하는 혼주석,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신부의 모습이 보편적이지만 손을 잡아줄 아버지가 없는 딸, 이들에게 역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도 큰 숙제다.

그러나 신랑·신부가 함께 입장해도 좋고, 굳이 혼주석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소 알지도 못하는 주례 선생님을 사서 모시지 않아도 된다. 주례가 없으면 양가 부모님이 덕담을 할 수도 있고, 참석한 하객이 함께 성혼선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이 없는 결혼식을 꿈 많은 예비부부와 다양하게 만들어 갈 수 있어 좋다. 그동안 진행했던 결혼식 모두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 최근 쌀 화환을 받은 신랑·신부로부터 결혼식 당일 ‘대표님께서 아는 곳 있으면 기부 부탁합니다’는 요청을 받고 이를 신랑·신부의 이름으로 ‘새생명복지재단’에 기부한 것이 기억에 뚜렷하다.”

-우리나라의 혼례 문화가 과거에 비해 개선된 점, 달라지고 있는 점은.

“하객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재혼과 국제결혼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경험이 많은 성인 남녀는 기존 전문예식장의 결혼식 형태를 기피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파티처럼 적은 수의 하객과 함께 즐기며 축하 받기를 원하는 커플도 많아졌다. 일정 수의 하객이 오지 않아도 식비를 결재해야 하는 조건인 ‘지불보증인원’을 두고 있는 전문 예식장의 이용이 어려워 야외공원·레스토랑·팬션 등 다양한 장소를 선택하는 커플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의식이 자유로운 만큼 혼례·예식에 대한 생각도 자유로운 신세대 예비부부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회적 대안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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