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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외식시장에 입문하는 창업자들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관련 업종과 무관한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정통 외식인 즉 셰프 출신을 찾기가 힘들다. 대부분 개인 식당을 오픈하거나 호텔 혹은 대형 유명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셰프들이 지닌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스타일에 대비되는 운영 시스템이 걸림돌로 작용해서다. 그런데 이러한 보편성을 거스른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압구정 봉구비어 불광점을 운영 중인 정인호(40) 가맹점주다. 강남일대를 주름잡던 프렌치레스토랑을 운영한 경력에다 호주에서 활동했던 셰프가 스몰비어의 사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서래마을의 잘 나가던 프렌치레스토랑 사장에서 봉구비어 점주로
“남들이 의아해 할 정도로 예상을 빗겨간 선택이긴 했죠. 다양한 외식분야에서 일한 경험은 많지만 프랜차이즈란 분야에 대해 아는 것도 전혀 없었고, 맥주 전문점도 처음이었거든요. 응대하는 고객층도 다르고 운영방식도 달라서 어리둥절했어요. 하지만 고객서비스나 매장관리에 관한한 오랜 경험치가 있었기 때문에 적응은 빨랐던 것 같아요. 초짜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는데 1년 9개월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베테랑이 다 됐네요.”
원래 영문학도였던 정 점주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연수를 떠났다가 외식업에 입문한 케이스다. 아르바이트생에서 스시트레인 헤드 셰프에 오를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아 경영에 참여하는 기회까지 얻었다. 학업과 비자문제 등에 부딪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한식·양식 등 외식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이후 화려한 이력이 말해주듯 다양한 업종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백화점 내 식품코너에 자리한 글로벌 브랜드를 관리하는 일도 그 중 하나였다. 이어 일식집 미타니야에서 조리실장을 역임·삿포로 이자카야 운영·친구들과 함께 창업했던 프렌치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굴곡 없었던 그의 인생그래프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 일이 생겼으니 동업자 친구 중 한명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서래마을에 제법 큰 규모로 프렌치레스토랑을 창업하게 되면서 동업을 하게 된 것인데 투자금 모두를 잃게 된다. 하지만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으니 지금의 봉구비어를 통해서다.
정 점주와 압구정 봉구비어의 인연도 드라마틱하다. 스몰비어의 존재도 모르던 시절, 서울에 거주하던 그가 친구들을 만나러 고향인 부산을 찾았다가 우연히 봉구비어를 방문해 강렬한 깨달음을 얻고 곧바로 가맹점 준비에 돌입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세계를 만나 눈이 번쩍 띄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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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고 매장이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는 것을 보고 이게 뭔가 싶었죠. 당시만해도 서울엔 매장이 거의 없던 때라서 크림생맥주와 감자튀김을 저렴하게 즐기는 콘셉트 자체가 신선했고, 시장 비전도 밝다는 판단이 들어 망설이지 않았어요. 친구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창업할 수 있었죠. 소자본이면서도 아이템의 차별화가 확실했기 때문에 두 번 망설이지 않았어요.”
그렇게 비교적 저렴한 상권입지의 불광동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외식 수요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위치였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인해 젊은 층 유동인구를 기대해 볼만하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처음엔 브랜드 인지도도 없고 감자박스가 놓여있다보니 식당이나 채소가게인줄 알고 잘못 찾아온 동네 어르신들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여러 번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문이 나면서 빠른 시간에 대박 맥주집으로 안착하게 됐다.
현재 46㎡(약 14평) 규모에서 월 평균 3000만~37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동선이 짧은데다 조리시간이 짧고 과정도 복잡하거나 어려운 메뉴들이 없어 정 점주와 종업원 한 명으로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높은 수익을 발생시키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해보니 개인점포를 경영할 때와 달리 편리한 점이 많더라고요. 예전에는 직접 메뉴개발부터 식자재 관리·서비스·마케팅·인테리어 모든 부분을 혼자서 감당해야 했지만, 지금은 본사 매뉴얼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고 물품공급부터 매장관리 지원까지 알아서 해주니 손님들한테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작은 평수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는 이곳만의 성공비결에는 정 점주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고객 접근 방식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봉구비어란 브랜드가 혼자서도 부담 없이 들려 맛있는 맥주를 마시는 공간을 표방하다 보니 혼자 오는 손님들의 비율이 꽤 많은 편. 그런 고객들에게 심심하거나 어색해 하지 않도록 친근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등 말동무가 되어주는데 주력했다. 불광점에 유달리 충성고객층과 여성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작은 차이가 가게의 수준을 좌우한다고 믿는 정 점주는 맥주 기계를 청소하는 일이나 식재료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가 가진 요리 실력이 말해주듯 똑같은 감자튀김이라도 이곳에선 훨씬 맛있다고 느껴진다.
“정해진 조리 매뉴얼이 있어도 경험과 센스가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외식업이죠. 감자가 더 바삭해지는 요령·맥주온도를 맞추는 스킬·식자재 코스트 단가를 맞추는 일까지 남들보다는 유리한 게 사실이죠. 주인 역시 음식에 대해 잘 알고 활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이러한 부분 때문이죠. 단골고객에겐 가끔 스페셜 한 메뉴로 매력발산을 하기도 하는데 팬을 늘리는데 꽤 효과가 있어요(웃음).”
정인호 사장의 친근함과 셰프 출신의 탁월한 요리 감각이 빛을 발하며 불황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중인 불광점은 서울 250개 곳 중 교육매장으로 선정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