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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수상한 부동산거래 연루 구설수

농협은행, 수상한 부동산거래 연루 구설수

기사승인 2015. 12. 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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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농협자산관리가 채권 매각한 청담동 디자인크럽 부동산 소유
농협은행, 디자인크럽 담보로 타 금융권에서 총 480억원 빌려
농협은행 "골드브릿지자산운용과 신타계약에 따른 수탁자의 지위만 가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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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담동에 위치한 디자이너크럽 외관./사진=박규석
농협은행이 수상한 부동산 매매에 연루되면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철 디자인크럽 대표는 단위농협 6곳으로부터 빌린 610억원의 대출연장을 이끌어내지 못해 감정평가액 1205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한 순간에 날리게 됐다.

서 대표가 소유했던 서울시 청담동 85-4의 토지 2454㎡와 지하 4층 지상 6층 규모(연면적 1만4771㎡)의 건물은 대출채권 공개매각과 신탁부동산 공매 형태를 거쳐 최종 농협은행(골든브릿지자산운영의 골든브릿지사모부동산투자신탁 19호 신탁계약)의 소유로 넘어갔다.

이번 논란은 2010년 4월 서 대표가 6개 단위농협(남서울·송파·일산·안동·김천·순천)으로부터 610억원의 대출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서 대표에 따르면 당시 6개 단위농협으로 구성된 대주단이 지정한 (주)생보부동산신탁(이하 생보신탁)과의 신탁계약으로 우선수익권을 발행, 우선수익권자를 단위농협 대주단으로 지정해 61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수상한 부동산 공매 절차와 매끄럽지 못한 채권 매각

이후 서 대표는 △2011년 4월 △2012년 4월 △2013년 4월 30일에 3차례 대출만기를 연장했지만 2014년 2월에 단위농협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대출만기연장 불가’를 통보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주단을 단위농협 13개로 늘려서 대출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가 됐지만 성사되지 못하고 대주단의 요청으로 부동산 공매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공매 절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대출금 변제 기간을 놓쳤다는 게 서 대표의 주장이다.

부동산 공매는 남서울농협 등 단위농협 대주단과 신탁계약을 맺은 생보부동산신탁이 진행했다. 청담동 디자이너크럽 부동산 공매는 2014년 6월 17일 1·2차 공매(최저입찰금액 1300억원)를 시작으로 19일에 3·4회차, 24일 5·6회차 26일 7·8회차 등 서둘러 10일만에 8차 공매(최저입찰금액 700억원)까지 진행됐지만 끝내 유찰됐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생보부동산신탁이 부동산 입찰금액 규모에 비해 너무 빠르게 공매를 진행했다”며 “공매가 개시된 후에는 다른 금융권에 의한 대출이나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남서울농협을 비롯한 단위농협 대주단은 8차 공매 실시 하루전인 6월 25일 대출채권(610억원)을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자산관리에 넘겼다.

이후 농협자산관리회사는 2014년 11월 14일 담보신탁우선수익권이 포함된 대출채권(채권 잔액 610억원)에 대한 공매를 진행했다. 이 채권은 단독으로 응찰한 조세회피 대표지역인 버진아일랜드에 소재한 페이퍼컴퍼니 SC INTERNATIONAL OPPORTUNITY Ⅲ LIMITED(이하 SC)가 2014년 12월 24일 채권 매입을 완료하면서 사실상 디자인크럽 부동산의 소유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사항이 발생한다. 남서울농협 등 단위농협 6곳이 대출채권을 농협자산관리에 넘긴 시점은 6월 25일인데 최초 공매가 실시된 시점은 11월 14일이다. 채권을 한시라도 빨리 회수해야 할 단위농협을 감안할 때 농협자산관리의 공매 절차는 상당히 더디게 진행됐다.

등기부등본
디자이너크럽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실제 부동산 매매가 이뤄진 2015년 2월 13일에 근저당이 설정돼 480억원의 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위농협 대주단이 생보부동산신탁으로부터 우선수익권 양도에 대한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않고 채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단위농협 대주단은 뭐가 급해서 우선수익권 양도에 대한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매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채권을 농협자산관리에 넘겼느냐는 의문이 발생한다. 말 못할 속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농협자산관리와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 SC와 채권 매매계약이 완료되기 이틀전인 2014년 12월 22일 농협은행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골든브릿지사모부동산투자신탁19호’에 대한 신탁계약서를 체결한 점이다.

이 신탁계약서에 따르면 추가신탁 설정과 관련, ‘이 투자신탁 설정 당시 취득할 것으로 예정된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5-4 디자이너크럽을 취득하고자 하는 때’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서 대표는 “공매절차도 문제지만 단위농협은 신탁계약서의 사전 동의 규정을 위반하고 채권을 농협자산관리에 양도했다”며 “이는 농협이라는 기관이 신탁계약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에 농협자산관리 측은 “법적으로 사후동의도 사전동의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인정 받았다”며 “공매 중 발생한 채권 이전 문제는 법적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거래”라고 해명했다. 또 SC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SC는 유효한 법인으로 절차상 문제 될 것이 없다”며 “국부유출 가능성도 지적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디자이너클럽_2
피와 땀으로 일궈온 디자이너크럽을 거대한 기획부동산 업자에게 빼앗기게 됐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는 서철 디자이너클럽 대표.

농협과 페이퍼컴퍼니 SC의 거래는 금융실명제 위반?
서 대표는 SC가 조세회피처로 잘 알려진 버진아일랜드 소재의 페이퍼컴퍼니며, 농협은행이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SC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를 개설해 주고 이 회사와 금융거래를 한 것은 금융실명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기관은 실명으로 거래해야 하는데, 페이퍼컴퍼니와의 거래는 실명 거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서 대표 법률 대리인 관계자는 “SC 명의로 거래한 것 자체가 실명 거래로 볼 수 없다”면서 “실체가 없는 사람의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페이퍼컴퍼니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SC가 페이퍼컴퍼니인 이유에 관해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팩스·직원 등의 유무를 조사 한다”며 “확인결과 SC의 대표법인은 ‘PASS’이며 PASS 역시 버진아일랜드 우체국 사서함 2208에 소재를 두고 있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라고 밝혔다. PASS의 소유주는 홍콩에 거주하는 미국인과 영국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토종은행이라고 하는 농협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에 가로 15㎝×세로 5㎝의 사서함에 주소를 둔 페이퍼컴퍼니와 채권 거래와 금융거래를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보부동산신탁과 농협은행 간의 부동산매매계약

농협은행은 골든브릿지자산운용과 신탁계약에 따라 수탁자의 지위로 생보부동산신탁과 2015년 2월 13일 디자이너크럽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행이 페이퍼컴퍼니인 SC에게 농협 계좌를 개설해 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 회사가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매매대금 700억원 중 생보부동산신탁이 가져가는 10억원(일종의 수수료)을 제외한 690억원을 부동산담보신탁계약상의 제1순위 우선수익자인 SC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에 지정한 날짜(2월 16일)까지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또 SC 명의 계좌에 대한 690억원의 현금 납부는 매매대금 지급으로 본다는 조항을 게재했다.

거액의 부동산 매매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계약금이나 중도금 및 잔금에 대한 옵션조항 없이 일시불로 지급한다고 명시한 점도 통상의 거래와는 다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부동산 매매대금 조성 과정에서도 의문점이 보인다. 디자이너크럽 부동산 매매계약이 이뤄진 2월 13일자로 이 부동산은 농협은행을 채무자로하는 근저당설정이 이뤄졌다. 채권최고액 360억원은 한국지방재정공제회, 현대증권, 하나은행이 근저당권자로 되어 있고, 채권최고액 120억원은 한국지방재정공제회와 현대대증권이 근저당권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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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3일 생보부동산신탁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부동산 매매계약서.
골든브릿지사모부동산투자신탁19호는 약 390억원의 투자금을 조성한 뒤 디자이너크럽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대금을 조성 지급하고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 대표는 “농협은행, 농협자산관리,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등을 움직이는 사전 모의 세력이 배후에 존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사전 모의 없이는 700억원이라는 거액의 자금 조성과 대출, 소유권 이전 등의 절차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렇게 빨리 진행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디자이너크럽 부동산의 소유권이 골든브릿지자산운용으로 곧바로 넘어가지 않고 SC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채권을 매입한 것은 실제적으로 조세를 포탈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SC가 550억~580억원에 채권을 매입했다면 석달도 안돼 최소 110억원에서 최대 140억원의 수익을 챙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 농협자산관리 관계자는 “채권에 대한 매수자가 나타났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어찌 됐든 외국자본이 국내로 들어왔으니 외국자본을 국내로 유입시킨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우연하게 농협은행이 신탁계약상 수탁자로서의 지위를 갖게돼 등기부등본상에 소유주로 됐을 뿐 실제 소유주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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