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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디지털 시대의 ‘엄친딸’ 김윤이 대표… “취재 기자와 편집 디자이너 동등한 관계 돼야”

[인터뷰]디지털 시대의 ‘엄친딸’ 김윤이 대표… “취재 기자와 편집 디자이너 동등한 관계 돼야”

기사승인 2015. 05.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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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영국 가디언 등
짧은 시간에 독자 이목 집중시켜
종이신문 침체 극복 대안 급부상
정보핵심 그림으로 활용했을 땐
주목도 높고, 클릭수 유도 한몫
취재·편집 디자니어 소통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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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32)는 21일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인포그래픽을 비롯한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독자들은 더 이상 장문의 기사를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짧은 시간에 인포그래픽으로 기사의 주제를 독자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제공 = 뉴로어소시에이츠.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32)가 이달 14일자 본지에 기고한 칼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오르자 적지 않은 반응이 일었다. 28일 현재 ‘빅데이터를 와닿게 하라’라는 제목의 칼럼에 217명이 ‘좋아요’ 표시를 했고 67명이 ‘공유’를 했다.

빅데이터가 아직 대중에 생소한 용어 또는 분야인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반응은 이례적이다. 무엇 때문일까? 어느 페이스북 사용자는 “김 대표의 글도 외모도 치명적인 매력”이라는 내용의 댓글을 칼럼 게시물에 달았다. 이 사용자는 글은 물론 칼럼에 실린 김 대표의 인물 사진이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21일 오후 12시께 서울 상수동 한 식당에서 김 대표를 만나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데이터 저널리즘·빅데이터 등 소통 프로젝트를 다루는 컨설팅회사 대표직을 맡고 카이스트·하버드 대학 대학원 등에서 공부한 이력을 보면 소위 ‘엄친딸’ 느낌이었지만, 그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소녀처럼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어떤 주제이든 전문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 인터뷰에 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칼럼에 쓴 빅데이터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듣게거니 싶었지만 김 대표의 주전공인 ‘인포그래픽(Infographics·정보와 그래픽의 합성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인포그래픽은 요리, 빅데이터는 재료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포그래픽이 완성됩니다. 인포그래픽에 흥미를 느끼다 빅데이터로 관심사가 자연스레 이동한 것이죠.”

인포그래픽이란 한마디로 기사와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예쁘게 꾸며주는 재료다. 인물을 삽입하든 그림을 넣은 그래픽이든 기사와 데이터의 주제가 잘 나타나게 하는 게 목적이다. “기사가 시시각각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에는 인포그래픽이 언론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김 대표의 주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자들도 인정해야 합니다. 독자는 더 이상 장문의 기사를 읽을 시간이 없어요. 짧은 시간 안에 시각화된 자료로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주제를 각인시켜야 합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포그래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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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인포그래픽을 통해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영국 정부 부처 지출 현황을 나타내고 있다./제공 = 가디언.
실제 미국 뉴욕타임스나 영국 가디언 등 선진국 언론은 다채로운 인포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언론도 종이 매체를 중심으로 시장 정체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인포그래픽에 주목하고 있다. 인포그래픽은 화질 등의 한계가 있는 온라인이 아닌 종이(신문)에서 더욱 생생하게 전달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본지를 비롯해 중앙 일간지들이 기사 없이 한 면을 인포그래픽으로 채우기도 한다. 업계는 인포그래픽에 대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지만, 국내 언론은 후발주자라는 한계로 인한 질적 수준을 지적받기도 한다.

“인포그래픽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는 부분에서 국내와 해외 언론은 차이를 보여요.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의 인포그래픽을 보면 기사의 주제가 국내 언론에 비해 더욱 선명하게 새겨지죠. 선진국 기자들은 인포그래픽에 신경을 많이 쓰고, 그러다보니 이해도와 감각이 뛰어나요. 기자가 단순히 ‘기사만 잘 쓰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기사를 꾸미는 시각자료도 챙겨야 하는 시대입니다.”

국내 언론 시장에서 인포그래픽 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국내 모 주요 언론사에서 몇 년 전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탐사 보도를 대대적으로 추진했지만 비용 문제로 보도를 접은 바 있다.

“현실적인 문제는 늘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사의 운영 방안과 방향을 결정하는 오너나 경영진에게도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지요. 인포그래픽을 제작하는 편집 기자와 디자이너의 역할에 더욱 무게중심을 둬야 해요. 뉴욕타임스 등의 탐사보도를 보면 편집 기자와 디자이너의 이름도 바이라인(기자명)에 올라와 있지요. 예전에는 편집기자나 디자이너가 기자의 조력자 역할이었다면 이제 동등한 위치에서 그들을 대우해야 합니다.”

이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기사의 질은 함량미달이지만 삽입된 그래픽이 화려해 대중의 주목을 받는, 소위 ‘클릭 수’가 많이 나오는 기사를 목도하곤 한다. 이때 그래픽을 담당하는 편집기자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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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이 대표가 이달 초 뉴로어소시에이츠의 ‘꿈꾸는 데이터 디자이너’ 교육 과정에서 빅데이터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제공 = 뉴로어소시에이츠.
다만 저널리즘의 본질인 새로운 소식(뉴스)의 의미는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현실이다. 여러 차례 반복된 기사 내용이라도 이를 잘 꾸며주는 그래픽만 있으면 된다는 것인가. 특종과 단독 기사는 그래픽에 상관없이 주목받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죠.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니고, 기자들도 ‘디지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마인드란 독자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할 때의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감각이에요. 요즘 뉴스 플랫폼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가령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 길지 않은 문단도 스마트폰으로 보면 길게 느껴져 지루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기사를 작성해야 하고, 또 효과적 전달 수단인 그래픽거리를 챙겨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위해 인근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신발을 벗어야 출입할 수 있는, 가정식으로 개조한 사무실에는 9명의 직원이 모니터 앞에 앉아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그의 집무실 책장에는 정보기술(IT)·서양사·뇌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이 빼곡이 꽂혀 있었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의대 진학을 할 수 있었지만 일찌감치 진로가 정해지는 게 싫어 뇌공학으로 전공을 선택했다”며 “그러다 학보사 기자 등을 하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돼 대학원에서 사회정책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사회적 소통을 추구하기 위해 데이터 저널리즘관 빅데이터 분야에 둥지를 틀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에서 흔히 데이터를 단순히 어떤 주장이나 경영지침 등을 뒷받침하는 근거 재료로 쓰는데 데이터 자체로 대중과 소통하는 주재료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며 뉴로어소시에이츠 설립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인포그래픽을 비롯한 ‘데이터 대중화’를 어떤 식으로 이룰지 주목된다. “딸린 식구(직원)들이 적지 않아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고 김 대표는 털어놨다. 나오는 길에 ‘꿈을 꾸는 사람만이 방법을 찾는다’란 문구가 적힌 사무실 벽걸이가 눈에 띄었다.

▷She is…
2005. 카이스트(KAIST) 뇌공학 학사
2007. 하버드대학 케네디 스쿨 사회정책학 석사
2013. 뉴로어소시에이츠 설립
2014. 문화체육부 문화기술 자문위원
2014. ‘빅픽처 2015 : 지각변동의 시작’ 출간(공저자)
2015. 서울시 재정, 물가, 역사, 대기 실시간 인포그래픽 프로젝트
2015. 삼성언론재단 논설위원포럼, 건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등 강연
2015.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겸임교수(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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