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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서울아산, 초대형병원 메르스에 뚫리다

삼성서울·서울아산, 초대형병원 메르스에 뚫리다

기사승인 2015. 06. 0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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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환자 쏠림 방지책 필요
공공의료체계 강화 계기 돼야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대학병원들이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의료 한국의 근간인 대형·대학병원 마저 메르스에 유린되면서 국제 망신을 초래했다는 지적과 함께 의료영리화에 묻힌 공공의료체계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이른바 ‘전국구’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의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의 환자집중 현상 완화를 위한 지역거점병원 육성 목소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서울아산·삼성서울…메르스 오명

9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이 메르스 발생 병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추가된 92번 환자는 지난달 26일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6번 환자(1일 사망)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아산병원은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전국에서 환자들이 집결하는 국내 최대 병원 중 하나다. 때문에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나온 만큼 이를 통한 추가 감염자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삼성서울병원은 3명의 발생환자가 늘어, 이날 현재 37명의 메르스 환자를 양산하면서 최다 발생 병원이 됐다. 이전까지 평택성모병원이 35명의 메르스 환자로, 최다 발생 병원이었다.

수도권 대형병원도 추가로 메르스 발생 병원에 등재됐다. 6번 환자와 여의도성모병원 같은 병실에 머물던 6번 환자의 사위도 확진 판정을 받았고, 16번 환자가 거쳐간 건양대병원에서도 환자가 나왔다. 건양대병원 발 환자는 8명으로 늘었다. 또 15번 확진자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같은 병실에 입원했거나 체류한 각각 64세 여성과 71세 남성도 감염자로 확인됐다.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이 늘어남과 동시에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대형병원도 늘고 있다.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응급실,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 등이 속속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들 경유 병원 체류 환자에 대해 추적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 대해서는 발생 병동을 의료진 등과 함께 폐쇄해 운영하는 코호트 격리를 시행 중이다.

◇ 공공의료체계 강화 계기

메르스 후폭풍에 국내 공공의료체계 강화 필요성이 또 다시 힘 받고 있다.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는 유사시 정부 주도 하에 일사분란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전체 병상 다수가 민간병상인 상황에서 정부 통제력이 강하게 작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공공병상수는 1.19병상으로 비교 대상 24개국 가운데 가장 적었다. 24개국 평균 1000명당 공공병상수 3.25병상의 절반도 안됐다.

하지만 민간병상을 포함한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9.56병상으로, OECD 조사대상 31개국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다. 전체 병상의 12%만이 공공병상으로, 인구 대비 병상수가 감소 추세인 OECD 다른 회원국과 달리 전체 병상 수는 늘어나면서도 공공병상 수준은 정체상태다.

삼성서울병원이 2차 메르스 유행의 진원지가 되고 서울아산병원에서도 환자가 발생하면서 3차 진원지로 부상할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민간병상 의존도가 높은 현실 때문이다.  


◇ 전국구 병원 환자 쏠림 방지 대책


아울러 서울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강력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전국구 병원에는 하루평균 8000~1만명 가량의 내원환자가 방문한다.

이는 서울의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에 가야 낫고 살 수 있다는 환자와 가족의 맹목적 믿음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서울과 지방의 의료격차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수년간 동네의원 외래 진료비 증가율이 상급종합병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형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 완화정책의 현황과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진료비는 2005년 1조 2000억원에서 2012년 2조9000억원으로 7년간 140.4% 증가했다. 이 기간 동네의원 증가율은 55.2%에 그쳤다.

외래 진료비의 병원 종별 점유율도 상급종합병원이 2001년 9.9%에서 2012년 17.7%로 7.8%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동네병원의 점유율은 74.6%에서 56.4%로 18.2%포인트 낮아졌다.

때문에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메르스 등 각종 전염병이 방역망을 뚫고 확산될 경우 지역사회로의 전파는 물론 3차·4차 전파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크고,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단체들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난적 감염질환 등 공중의료 위기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전체 병상 중 공공병원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민간병원의 공공성을 높이는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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