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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장섭 교수 “이재용 부회장이 난세의 영웅인지 시험대에 오른 것”

[인터뷰]신장섭 교수 “이재용 부회장이 난세의 영웅인지 시험대에 오른 것”

기사승인 2015. 06.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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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소식에 주가 20%
소액주주 피해 주장 어불성설
가족경영, 단기 실적 연연않고
중장기 투자 가능해 성장성 커
반재벌 여론, 파동 확산에 한몫
사회공헌통해 이미지 환기해야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06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53)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 1층 커피숍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엘리엇 파동’과 ‘미래의 삼성’,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사진 = 이병화 기자photolbh@
“나는 우리 기업 제품이라고 무조건 사고 지지하는 국수주의를 반대한다. 하지만 엘리엇 파동은 무엇이 우리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국익적 차원에서 봐야 하는 사안이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53)는 ‘가족경영’으로 요약되는 국내 재벌에 우호적인 경제학자다. 기업 경영을 국가 경제 발전과 연결하는 그의 논리를 보면 민족주의자 같은 면모를 풍겼다. 엘리엇 파동, 미래의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을 논하는 과정에서 이런 면이 두드러졌다.

지난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 1층 커피숍에서 신 교수를 만나 1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최대 변수로 꼽히는 엘리엇 사태와 관련해 전날 ‘국익적 차원에서 국민연금이 삼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터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는 이달 초 삼성물산의 지분을 추가 취득해 3대 주주(7.12%)에 오른 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의 무산을 목적으로 주주총회 소집 통지 및 결의금지 등의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다음달 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두고 주주들의 ‘표 대결’이 예정된 가운데,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0.15%)인 국민연금이 어느 쪽에 표를 던지냐에 따라 합병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된다.

신 교수는 엘리엇에 대해 ‘투기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한편, 삼성과 관련해선 ‘이재용 부회장 지배구조 강화가 목적이라도 이번 합병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제지 기자 출신의 신 교수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 지난달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싱가포르와 한국-다른 모델, 비슷한 성공,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내용은 어느 정도 공개됐고, 사장들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굉장히 관심을 보였다. 메모도 성실히 하고 질문도 많이 하셨다. 당시 나는 삼성에 대해 강의한 게 아니다. 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국제적 관점에서 싱가포르 사례와 한국 사례를 비교한 강의였다. 삼성은 다국적 기업 아닌가. 다국적 경영을 하는 삼성 사장 입장에서는 세계 상황, 특정 지역(싱가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최근 ‘엘리엇 사태’에 대해 국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앞에 붙은 ‘국민’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국익을 해치는 정도로까지 투자를 해서 연금의 수익을 올리는 것은 국민연금이 하기 어렵다. 투자행위에 대해 국민의 감시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해외도 연기금이 사업 목적이 불순한 기업에 투자할 경우 엄청난 비난과 항의를 받는다. 국민연금이 벌처펀드(vulture fund·부실기업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자금)의 선구자로 불리는 엘리엇과 같은 입장이 돼선 안 되는 이유다.

- 신 교수의 최근 저서 ‘김우중과의 대화’에서 “한국 고기에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고, 미국고기에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국적과 관계없이 맛있는 고기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금 말씀하신 내용과 좀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맥락에서 주장한 것이다. 그 주장은 국수주의를 반대한다는 의미다. 한우면 무조건 좋고 미국 고기는 나쁘다, 이건 잘못됐다. 국내 기업 제품이라도 나쁘면 사질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엘리엇 파동은 국수주의가 아니라 ‘국익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 국민연금이 이번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엘리엇의 입장을 지지해 합병이 무산되면 연기금이 벌처펀드를 도왔다며 국제적 비난에 휩싸일 것이다.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도 당했는데 엘리엇 같은 해외 벌처펀드가 다른 국내 기업에도 달려들 것이다. 사람들도 돈(연금)을 내는 국민연금이 이런 식으로 엘리엇을 지지하는 걸 원하지 않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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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대 0.35다. 합병 비율이 발표될 때부터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인터넷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카페는 양사의 합병 부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번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 승계를 염두에 두고 지배구조 강화 차원이라는 시각이 많아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얘기가 있다.

“삼성물산 소액 주주들이 왜 피해를 본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번 합병결의로 삼성물산 주가가 곧바로 20% 정도 오르지 않았나? 삼성물산이 하는 건설업 경기가 어려운 상태에서 이 같은 주가 상승은 합병 결의가 아니면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법인이 사실상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지주회사 프리미엄에 따라 주가가 오른 것이다. 이익을 챙겼으면 챙겼지, 왜 소액주주들이 피해자인가?

-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합병을 추진해 말들이 더 많은 것 아닌가.

“지금 엘리엇 같은 투기꾼이 승계 정당성을 위해 합병 반대를 외치고 있는가. 그들의 목표는 이익이다. 그들의 삼성물산 지분 취득이나 합병 반대에는 다른 목적이 있지 않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비율을 기존 0.35에서 1.6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이득을 취하고 싶은 것인가. 그런데 소액 주주들이 엘리엇의 주장에 부화뇌동하고 있다. 그들이 ‘양식’에 따라 행동하길 바란다.

언론도 이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 승계, 즉 삼성의 3세 승계에 인정한다고 해놓고 이번 사태가 터지자 갑자기 가족 승계에 문제 있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전 삼성 계열사 임원과 얘기를 나눈 적 있는데 이번 엘리엇 파동이 확산되는 데는 반(反) 삼성 여론이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삼성이 그간 사회 공헌에 인색하다는 인상을 시민 사회에 남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 반 삼성 여론은 어떻게 보는가.

“ 반삼성이 아닌 반재벌이라고 하자. 어느 나라든 힘이 세고 권력 있는 집단에 반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일본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다. 더구나 국내 여건상 삼성이 재단을 통해 사회 공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삼성이 천문학적 금액을 사회 공헌에 쓰면 삼성 주주들이 가만히 있나.

외국처럼 재단을 통한 승계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대한민국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 다음으로 2번째로 높다. 내가 한국이 가족 경영에 가장 적대적인 나라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차라리 재단 승계를 통해 상속세 자금을 공익 재단에 들어가게 해 사회 공헌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 삼성의 3세 승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은 너무 이상화된 기업관에 사로잡혀 있다. 전문경영인(CEO) 체제가 옳다고 하지만 가족 경영의 경우 단기에 실적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를 한다. 국제 기업들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가족 경영이 전문 경영보다 성장성과 이익성 면에서 평균적으로 좋다.

미국 다국적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세계적인 화학 회사 듀폰, 루이비통의 모기업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가 대표적으로 가족 경영을 하고 있고 아시아 기업들은 거의 가족 경영 체제다.

가족 경영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제도가 아닌 기업이 자체적으로 자연스럽게 가족 경영에서 (필요에 따라) 전문 경영 체제로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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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5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songuijoo@
신 교수는 이 부회장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아직 후계자 신분”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승계 후 글로벌 삼성의 초석이 된 신경영을 선언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따라서 이 부회장도 승계 후 경영을 본격화하기 전까지 그의 리더십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게 신 교수의 견해였다. 다만 이 부회장이 현 ‘비상경영체제’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는 후에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신 교수는 내다봤다.

-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회 회장 지병 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의 리더십을 어떻게 보는가.

“중요한 건 이 부회장 승계가 아직 안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리더십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고 검증하는 건 부적절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후계자 시절 검증을 받아 나중에 그렇게 잘했나. 이 회장이 두각을 나타낸 건 회장 되고 몇 년 지난 뒤였다. 아직 후계자 신분인 이 부회장에 대한 검증이 부질없는 이유다.”

- 앞서 말씀하셨듯 삼성은 다국적 기업이다. 예전의 삼성과 다르다. 이런 삼성을 이끌 후계자이기에 이 부회장에 대해 더욱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지 않나.

“현재 삼성은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해 집단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부회장 혼자서 지휘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가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현 비상경영체제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가 중요한 건 맞다.

원래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 이 부회장이 엘리엇 파동, 총수 부재, 메르스 사태 등의 위기 해결 여부에 따라 그가 난세의 영웅인지 아닌지 판가름될 것이다. 이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면 된다.”

신 교수는 인터뷰 내내 삼성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를 ‘친재벌 학자’라고 쉽게 규정할 수 없었던 건 그간 공 들여 기업 경영과 총수 리더십 문제에 천착한 배경 때문이다. 그는 ‘조지 소로스 쇼트포지션’이나 ‘브래디 플랜(Brady Plan)’ 등의 사례를 통해 헤지펀드의 위험성을 줄줄 꿰고 있었고 한국 기업 규제 제도에 영향을 미친 일본 상법에 대해서도 해박했다. 김우중 전 대우회장과 오랜 기간 인터뷰해 서술한 대담집도 지난해 낸 바 있다.

그는 “삼성이 인텔과 대등한 기업으로 성장할 줄 과거 어느 누가 예상했느냐”며 “나 자신부터 삼성을 보며 배운다”고 했다. “기업을 알수록 좋은 점이 더 보인다”고도 했다. 그의 주장과 논리가 어디에 배경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He is…

1986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6년 매일경제 입사
1995년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경제학(박사 과정) 졸업
1999년 매일경제 논설위원 퇴사
1999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2009년 저서 ‘금융 전쟁, 한국경제의 기회와 위험 - 잘못된 5대 금융상식과 5대 금융명제’ 출간
2014년 대담집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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