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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콤 교수 “미래 한국경제 견인 기업, 삼성 아닌 다른 기업 될 수 있다”

홀콤 교수 “미래 한국경제 견인 기업, 삼성 아닌 다른 기업 될 수 있다”

기사승인 2015. 0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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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선택론과 기업가 정신' 좌담회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 좌담회-20
아시아투데이 이병화 기자 =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 교수(왼쪽부터)와 랜들 홀콤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김이석 아시아투데이 논설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아시아투데이 본사에서 ‘공공선택론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하고 있다./이병화 기자photolbh@
정부가 경기 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풀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시장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부의 이런 모습이 적절한지는 재계의 논란거리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24일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랜들 홀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경제학과 교수(65)를 초빙해 아시아투데이 본사에서 관련 좌담회를 열었다. 홀콤 교수 외에도 황수연 경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가 참여해 ‘공공선택론과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사회는 김이석 아시아투데이 논설실장이 맡았다.

공공선택이론은 경제학적 방법론으로 정부 및 공공 분야를 분석하는 이론이다. 특히 시장 실패에 따른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비판적인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 이럴 경우 규제를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공공선택론은 현정부 초기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적극 개입했던 기업 정책에 대치되고 최근 규제개혁에 힘쓰는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홀콤 교수는 “정부는 규제를 없애 기업가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이석 논설실장(이하 김): 랜들 홀콤 교수는 평소 ‘경제 성장(economic growth)과 경제 진보(progress)’를 구분했는데 이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랜들 홀콤 교수(이하 홀콤): 일단 경제 진보 없는 경제 성장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경제 진보란 전화기(모바일) 등 혁신 상품을 소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과거 전자렌지, 전화기 등이 등장했을 때 굉장히 혁신적이었고 초기에 소유한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는 모든 가정이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상품이나 제품을 소비하면서 소득 증가가 이뤄진다. 특히 대한민국은 이 같은 ‘소득 증가’의 괄목할 만한 예다. 개인 소득이 19세기와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경제 진보, 새로운 소비의 증대를 실현하는 혁신 상품·제품(goods)의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바로 기업가의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단순히 ‘경제 성장 측면’만 보면, 이 성장의 토대인 경제 진보 과정을 외면하게 된다. 경제 진보 관점에서 접근해야 경제 성장을 불러오는 기업가의 영향력을 볼 수 있다.

김: 교수님이 말하는 경제성장 이론은 기존 성장이론과 다르다. 최근 신제도경제학파 학자들은 경제 성장을 노동, 자본, 생산성 증가 등의 요소로 나눠 분석하기보다는 제도(institution)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신은 제도 자체보다는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홀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무조건 제도의 중요성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과거 구소련은 투자 자본과 교육만을 강조했다. 지금 소비에트 연방의 상황을 봐라. 기업가의 활동을 촉진하는 제도나 정책적 지원이 없다. 제도란 기업가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김 : 한국이 괄목할 만한 소득 증대를 이룬 나라라고 했는데, 한국의 산업정책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홀콤 : 1960년대 정부의 산업지원정책이 한국의 고속 성장을 견인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삼성 등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회사들을 전적으로 지원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개발도상국은 산업정책을 통해 낮은 인건비와 타국의 기술력을 흡수해 고성장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발전을 이루게 되면서 인건비와 기술 흡수 측면에서의 경쟁력은 점차 상실하게 된다. 한국은 과거 정부 주도하 산업정책 덕분에 성장했던 경험 때문에 지금도 정부가 무엇인가 계획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도 정부 주도 하에 산업정책을 시작해 초기에는 성공했으나 90년대에는 소비위축과 경제성장 정체를 경험했다.

김: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정부에 바람직한 정책은?

홀콤: 향후 미래를 본다면 삼성이 아닌 다른 기업이 한국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 과거 50년 전에만 해도 미국에서 대기업이라면 IBM과 제너럴 모터스(GM), 제너럴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제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기업은 무엇인가? 바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다. 앞으로 20~30년 전이 지났을 때 삼성이 지금처럼 한국 경제를 견인할 거란 보장이 없다. 한국도 미래의 글로벌 대표기업이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의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이 맘껏 발휘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김: 공공선택이론이 주는 대표적인 교훈은 무엇인가?

홀콤 : 경제학자들은 시장을 연구분석한 것을 기반으로 정부에 정책을 제안한다. 우리가 정부의 정책결정을 분석하는 데도 시장을 분석할 때와 동일한 기법을 사용 하면 정부의 정책도 완벽하지는 않으며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위한 것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김: 황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는지?

황수연 경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이하 황) : 나는 같은 맥락에서 공공선택 이론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국민들이 공공선택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포퓰리즘에 휘둘려 우리 모두에게 해가 되는 정책을 펴는 정치가에게 투표를 할 수 있다. 정치가들은 유권자들의 그릇되고 낭만적 생각을 파고든 것이다. 공공선택이론은 이를 올바로 보게 하는 힘이 있다. 훌륭한 선택(투표)을 하는 시민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웃음).

김 : 황 교수님은 그간 공공선택을 포함해 다수의 경제학 서적을 번역해 오셨다.

황 : 학자가 저서를 내 자기 이론을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의 훌륭한 학자들의 아이디어와 이론을 국내 학자들과 학생들에게 소개시켜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전자는 다른 학자에게 맡기고 후자의 길을 가고 있다. 특히 외국 학자·저자 중 홀콤 교수님의 글과 강의를 좋아한다. 홀콤 교수님은 아시는 게 많아서 그런지 ‘명쾌하게’ 글을 쓰시고 강의하신다. 홀콤 교수는 지난 2000∼2006년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의 경제자문역을 맡기도 했는데 부시가 대통령이 되면 재무부장관 정도는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홀콤: 그건 그렇지 않을 것이다(웃음).

김: 이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홀콤: 그리스 디폴트 사태가 근시안적인 정부 정책으로 악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예다.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20년 후 등 장기적인 상황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스가 전형적인 경우다. 그리스 정치인들은 선거 당선을 위해 낮은 세금과 공공기관 일자리, 공적연금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중장기적 안목이라곤 없었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리스는 2010년 독일 등을 비롯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해결했어야 했다.

김: 황 교수님은?

황: 오래 지켜본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홀콤 교수님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과거에 대기업과 재벌의 경우 정부의 지원과 특혜가 대기업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지원의 무게중심이 중소기업과 노동자에게로 이동했다. 지금은 눈에 띄게 특혜를 받는 대기업은 없다. 그러나 지원의 중심을 이동하는 것보다는 여러 규제들을 해소해야 기업가의 활동이 살아나고 한국도 경제적 발전을 이룰 것이다. 말 그대로 규제를 없애 경쟁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성기업이든 신참기업이든 기업가가 혁신을 발휘할 수 있다.

정리·번역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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