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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뭐볼까] ‘협녀, 칼의 기억’ 세 검객의 애증, 검을 타고 흐르다

[영화뭐볼까] ‘협녀, 칼의 기억’ 세 검객의 애증, 검을 타고 흐르다

기사승인 2015. 08. 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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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칼의 기억' 포스터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이 한국형 무협액션의 새 장을 열었다.

후반 작업, 배우의 스캔들 등의 이유로 1년여 동안 개봉이 미뤄진 '협녀, 칼의 기억'은 전도연과 이병헌이 17년만에 두 번째 호흡을 맞췄고 충무로 기대주 김고은이 합류했다. 또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무협액션 장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협녀, 칼의 기억'은 모든 칼이 권력을 향하고 천민도 왕이 될 수 있었던 혼돈의 고려시대 말, 왕을 꿈꿨던 한 남자의 배신 그리고 18년 후 그를 겨눈 두 개의 칼.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무협보다 멜로와 드라마의 색이 짙다. 한때 설랑(전도연, 월소)과 덕기(이병헌, 유백)는 세상을 바꾸고자 대의를 꿈꾸며 민란의 선봉에 선 '풍진삼협'의 일원으로 사랑하던 사이였으나, 덕기의 배신으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설랑은 "피로 지은 죄, 피로 씻을 것이다. 잊지마라. 우리는 홍이 손에 죽는다"는 말을 남긴 채 풍진삼협의 수장 풍천(배수빈)의 아이 홍이(김고은)를 데리고 사라지고 다시 18년 만에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은 여전히 밀도 높고 애증이 교차된 사랑의 눈빛을 주고받으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멜로를 강조한 영화는 배우들의 역량으로 완성해냈다. 이병헌이 맡은 유백은 권력을 얻기 위해 배신을 택한 야심가로 천출의 신분에도 탁월한 검술과 지략으로 왕을 쥐락펴락하는 인물. 이병헌 특유의 눈빛과 무게감 있는 연기로 사랑 앞에 흔들리는 야망가 유백을 완성했다. 비밀을 쥔 인물인 월소를 맡은 전도연은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 연기가 처음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연했다. 절제된 눈빛을 통해 그 속에 유백을 향한 원망과 사랑, 홍이를 향한 모성애까지 담아내 역시나 하는 감탄을 자아냈다. 

'협녀, 칼의 기억'은 액션에도 감정을 담아내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총 12번의 액션이 펼쳐지는 동안 검을 타고 흐르는 감정과 유려한 검술의 조합은 객석을 압도할 만하다. 절도 있는 이병헌과 선을 강조한 전도연, 김고은의 액션이 볼거리를 더한다. 특히 김고은은 95% 이상 와이어 액션을 직접 맡아 고난도 검술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검과 하나 된 인상깊은 액션을 보여줬다. 

'협녀, 칼의 기억'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고은의 성장이다. 극중 부모의 원수를 갚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아이 홍이 역을 맡은 그는 극 초반 누구보다 발랄한 아이였으나 월소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고 감당하기 힘든 성장통을 겪으면서 진정한 '협녀'로 거듭나는 모습이 놀랍다. 유백을 베기 위한 마지막 결투에서 이병헌에 대적하는 그의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협녀, 칼의 기억'의 8할은 배우들의 열연에 기대고 있다. 거기에 수려한 영상미, 전통 무협영화들보다 한층 세련되고 수려해진 검술 액션이 인상적이다. 15세 관람가로 13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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