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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저작권단체와 지상파 방송사 사이에 발생했던 저작권 요율 분쟁에 대해 법원은 지상파 방송이 음악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 국민 전체의 공공복리가 훼손된다고 봤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는 저작권자와 협의가 되지 않았더라도 계속해 신탁단체의 음악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고, 사후에 이용료를 정산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음악저작권단체와 지상파 방송 간의 논쟁과 유사한 사례가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방송사의 재송신료 문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TV 보급과 함께 본격화된 방송 사업이 1980년대 들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지형적으로 산악이 많아 지상파 방송사 스스로 방송 신호를 제공하지 못하는 난시청 지역 문제를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많이 해결해 주었기에 방송서비스는 발전할 수 있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 덕분에 막대한 난시청 해소 투자 대신 프로그램 제작 투자에 집중할 수 있었다. 유료방송사업자들 역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무료로 동시 중계방송 하면서 시청자들은 편리하게 질 좋은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이 성장하자 방송콘텐츠에 대한 저작권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1년 10월 서울고등법원은 KBS2, MBC, SBS 채널이 의무 재송신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케이블 사업자들의 디지털 방송 동시 재송신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지상파 3사는 유료 방송 사업자들에게 동시 중계 방송료로 각 가구당 280원씩을 징수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각 가구당 400원씩으로 인상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지상파 방송 사업자, 지역민방 등이 유료 방송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십 개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송신계약이 만료됐다며 케이블TV 방송 사업자를 상대로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저작권자인 콘텐츠 제작자가 저작권료를 요구하면 지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상파방송 사업자들은 400원이라는 가격이 왜 합리적인지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들도 이러한 산정기준에 대해 끊임없이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에서 무료로 주파수를 할당받아 이용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는 합리적인 논거를 제출하지 않고 저작권료 인상을 요구하고, 재송신계약이 만료되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방송사들이 음악저작물의 저작권자에 대해서는 계약조건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논리적일까?
지상파 방송사들이 창작한 영상저작물을 일반 국민이 향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복리이므로 방송사 간 갈등으로 시청자들에게 저작권료가 전부 전가되거나, 방송저작물을 시청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지상파 방송사들이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를 통해 동시 중계방송을 통하여 얻는 이익과 손해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 방송 신호를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중계방송하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저작권료, 이와 함께 동시 중계방송을 통한 시청 가구 증가로 인해 얻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익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러한 비용산정이 가능하다면 비교 형량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합리적인 저작권 요율 결정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