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프랑스 등지에서 수입한 최고급 가죽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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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골목을 걷다보면 시간이 멈춰버린 듯 호젓하고 멋스러운 골목길 한 켠에 김진아 가죽공예가의 공방 ‘지나뜰리에’가 있다.
한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건축 디자인에 마련된 공방에 들어서자 가죽의 냄새와 나무향이 적절히 섞인 편안한 분위기가 김진아 대표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듯 했다.
“소품 하나하나 발품을 팔아 직접 꾸몄어요. 힘이 들긴 했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소중한 공간이에요”
김 대표는 대부분의 시간을 공방에서 보내는 만큼 이 곳에선 개인작업을 비롯해 정규 클래스, 원데이 클래스 등의 수업도 진행된다.
최근엔 가죽공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공예를 배우는 직장인들로 기업 출강을 다니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공연예술학과 언론학을 공부한 후 가죽공예가로 변신하기까지의 독특한 이력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우연’이라는 단어가 필연처럼 다가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학진학과 대학원, 그리고 가죽공예를 선택하기까지 정말 ‘우연’이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우연’이 마치 지금의 나를 만들기 위해 밟아왔던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죽공방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듣게 된 ‘우연’을 계기로 몇 년 동안 전문가 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 대표는 자신의 다양한 경험이 공예작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연기라는 것은 새로운 인물을 관찰하고 분석해 재창조하는 활동이고, 가죽공예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죠. 창의력과 관찰력은 훈련이 돼왔기 때문에 가죽공예가로써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덕분에 가죽 거래처들을 다닐 때나 수강생들과 함께 작업할 때 등 ‘소통’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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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광범위하게 들릴 수 있지만 색채 감각에서부터 전체적으로 타고난 ‘감각’이 뛰어난 분들이 있어요. 그 분들은 작은 소품하나를 만들면서도 본인의 색이 잘 드러나더라구요. 또 100% 핸드메이드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작업해야 할 부분이 많아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의 경우 플러스 요소가 되죠.”
비싼 명품을 선호하는 시대에서 요즘은 ‘세상에 하나 뿐만 나만의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인지 의사, 변호사, 고위직 공무원 등 과거 명품관을 찾던 전문직 종사자들이 가죽공방으로 몰리고 있다.
‘프리미엄 가죽 공방’이라는 콘셉트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는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최고급 가죽을 수입해 제작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방엔 김 대표가 직접 만든 가방과 소품 등을 찾는 구매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홍콩과 일본인 몇 분이 공방을 찾아 제가 제작한 가방을 구매하셨어요. 공방이 문을 연지 5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나뜰리에’가 해외까지 알려지게 돼서 신기하고 많이 놀랐죠.”
가죽공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손재주가 없어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김 대표는 이들에게 우선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가죽공예라는 분야가 최근 많이 알려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생소한 부분이고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없어요. 하지만 관심과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 쉽게 도전해보고 시작해 볼 수 있는 분야죠. 가죽공예는 수공예 작업이라 ‘빠르다’라는 단어 보다는 ‘느긋함’ ‘여유로움’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만큼 빨리 무언가를 완성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가죽공예를 널리 알려 이 분야의 영역을 넓히고 싶다며, 가죽공예 전문가들을 많이 배출해 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가죽공예 열풍이 한시적으로 끝나는 게 아닌 오랜 기간 동안 지속돼 한국 가죽공예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