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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의 그때그시절 IT] “LG가 내 뒤” 팬택 전성시대

[박영주의 그때그시절 IT] “LG가 내 뒤” 팬택 전성시대

기사승인 2015. 10. 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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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SK텔레콤 앞에서 연 팬택 관계자들 집회 모습 동영상 캡처
 [진화는 역사를 먹고 산다. 이 당위가 맞다는 전제 아래 새로 '박영주의 그때그시절 IT'를 시작합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부침이 많은 한국 IT/모바일 역사입니다. 오늘 없는 어제 서비스도 많습니다. '모토로라로 시작해 아이폰으로 귀결된' 휴대폰 '오늘'도 내일이면 어제가 됩니다. 들여다보면 '역사'에서 재미만큼 배울 것도 많습니다. '그때그시절'을 통해 우리 IT/모바일의 내일을 만나보자는 역설도 담고 있습니다.]

뭘로 시작할까? 생각이 많았는데 '팬택'으로 정했습니다. 지금은 기사회생 애쓰는 처지이지만, 그 팬택의 전성기,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던 '그때그시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침 팬택을 새로 인수키로 한 옵티스-쏠리드 컨소시엄의 인수대금 납부 기일(8일)을 이틀 남겨둔 때이기도 하네요. 컨소시엄은 제조설비나 AS센터의 추가인수를 이유로 납부기한을 지난달 4일에서 이달 8일로 연기한 바 있습니다.

팬택이 스마트폰 돌풍에 힘입어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른 건 지난 2010년이었습니다. 이 해 중순부터 'LG와 팬택, 박빙의 2위 싸움'이란 기사가 본격 등장하면서 LG전자 자존심을 긁어놓았습니다.(실제 팬택은 2010년 11월, 국내 휴대폰 2위인 LG전자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1% 포인트 대로 줄이면서 ‘2위 등극’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대응이 늦은 까닭이었고, 이듬해인 2011년에도 LG전자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팬택 뒤에 있었으리란 게 업계의 추산입니다. 이 결과, 2011년 전체 휴대폰 시장 점유율에서 LG전자는 가까스로 2위 자리를 가져갑니다.

(물론, 이 당시 개별 업체 발표에 따른 판매량 집계라 LG와 팬택은 서로 자기들이 '2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LG전자는 2011년 초부터 매달 공개하던 판매량과 시장전망치를 내놓지 않아 기자들 불만을 샀습니다.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만 발표를 계속했습니다. LG와 팬택 의견이 갈려 오히려 매달 '객관적이다 싶은' 삼성 자료로 2, 3위를 추산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2011년 11월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68.1%를 기록해 정점을 찍었습니다.(당시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 60%를 넘어선 것은 월 판매량 공개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입니다) 결국 남은 30~40%의 시장을 LG전자와 팬택이 비슷한 규모로 가져갔던 셈입니다.

'무서운 것 없던' 팬택의 이러한 성장세는 당연 '스마트폰 올인' 때문입니다. 삼성 '블랙잭' '옴니아'가 스마트폰의 전부인 줄 알았던 암흑기를 지나 마침내 2009년 11월 28일,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됩니다. 총대를 멘 건 KT였죠. 이후 국내 휴대폰 시장이 '아이폰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특히 스마트폰 대중화가 이뤄집니다. 2010, 2011년 팬택은 스마트폰 전문업체로 변신해 스마트폰 2위 업체로 자리매김합니다. 프리미엄 제품군인 베가(VEGA) 시리즈 활약에 힘입은 덕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2012년 1월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팬택은 LG전자 앞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2012년 상반기 국내 LTE폰 판매량에서도 팬택은 근소한 차이로 삼성에 이어 2위를 유지했습니다.

앞서 팬택이 LG전자를 제치고 업계 2위를 차지한 적도 있긴 합니다. 지난 2005년 5월 스카이(SK텔레텍)를 인수했을 때인데요. 합병과 동시에 양사 점유율 합산(15%+8%)으로 LG전자(20%)를 3위로 밀어낸 것이지요. 이후 6개월 동안 2위는 팬택 몫이었답니다. 팬택과 LG전자는 이미 팬택이 현대에서 떨어져나온 큐리텔을 인수한 지난 2003년에도 한차례 '2위 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LG전자는 이 당시 '휴대폰 사업 매각' 등 루머에도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물론 회사측은 부인했죠. 피처폰(일반폰)에 안주, 스마트폰 대응이 뒤처진 게 이유입니다. 앞서 전세계 2000만대 이상 팔렸다는 이 회사 '초콜릿폰'의 영광에 취해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구요. 이후 업계에서는 2012년 6월 LG전자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팬택을 제치고 국내 스마트폰 2위를 차지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2년여만의 ‘탈환’인 셈인데요, 원칩 LTE폰 '옵티머스 LTE2' 의 출시가 주효한 덕이라는 분석이었죠.)

2013년 출시한 팬택의 ‘베가 시크릿 업’
아쉽게도 팬택은 올들어 지난 5월 26일 법정관리 포기를 선언합니다.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스카이 인수로 숙원이었던 '점유율 2위'를 달성한 지 꼭 10년만이네요. 다행히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지난 7월 인수합병 본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현재는 기사회생한 상태입니다. 컨소시엄은 약 460억원의 인수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납부한 80억원의 나머지를 이달 8일까지 내야합니다.

곁가지. 잘 나갈 때였던 지난 2011년 3월 29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팬택은 "2015년 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놓았습니다. 자신감의 발로였는데요. 오랫동안 팬택을 취재해왔던 기자의 입장에서 그래서 2015년 오늘 만나는 팬택의 '현재'는 더더욱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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