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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난민에게 인색한 나라?”…난민제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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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난민에게 인색한 나라?”…난민제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지희 기자 | 기사승인 2015. 10. 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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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의 피난처가 되어주세요!
국내 거주 시리아 난민들이 지난 9월 13일 서울 국가인권위 앞에서 시리아 난민에 도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일(현지시각), 터키 남서부 물라주(州) 보드룸의 해안에서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 에이란 쿠르디(3)의 시신이 발견됐다. 쿠르디는 보드룸을 떠나 그리스 코스섬으로 향하던 중 에게해에서 배가 침몰해 물에 빠져 숨졌다.

이 작은 난민의 죽음은 전 세계인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다. 많은 이들이 다시금 시리아 내전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난민 수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던 유럽 각국의 태도도 바뀌기 시작했다.

국내 상황 역시 다르지 않았다. 보다 적극적으로 돌아갈 곳을 잃은 난민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우리나라의 난민인정률 수치 등을 들어 “난민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여야 구분할 것 없이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난민법에 대한 다양한 개정안도 발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듯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법무부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난민의 법률적 정의와 심사 과정 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통계자료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열린 ‘난민제도 간담회’에서 법무부는 난민의 정확한 개념과 우리나라 난민 정책의 실태, 그리고 정부의 난민 정책 운영상의 애로 사항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자리에는 김영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송소영 난민과장, 김형록 검사(법무부 부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내전 피해 타국으로 떠난 시리아인, ‘난민’으로 볼 수 없어

난민이란 UN난민협약 및 우리 난민법에 따른 난민인정사유가 있어 조국에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내에서 법적지위가 부여되고 체류를 허용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난민인정사유로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전쟁난민’ ‘기아난민’ ‘환경난민’ 등의 단어들이 곧잘 쓰이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전쟁난민이나 경제적이주민(더 나은 경제 여건을 추구해 다른 나라에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은 난민협약이나 우리 난민법상 난민에 해당되지 않는다. 시리아 내전 피난민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난민인정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서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전쟁터로 피난민을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대부분 나라에서 난민제도에 의해서는 보호받을 수 없는 사람을 인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인도적 체류허가’라는 보완적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는 엄연히 다른 신분으로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난민인정률 수치만으로 난민보호정책 평가해서는 안 돼

이날 법무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1994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한국 정부에 난민으로서의 보호를 신청해 심사절차를 거친 이들은 총 7735명이었고, 이중 522명(6.7%)이 난민으로 인정됐다.

일각에서는 이 수치가 UN난민기구에서 집계한 지난 2010년 세계 난민인정률 3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시리아에서 건너와 난민 심사를 받은 705명 중 단 3명만이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도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난민인정률 수치만으로 난민보호정책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UN난민기구는 난민 심사가 완결된 사람 중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비율을 ‘난민인정률’이라 하고, 여기에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사람의 비율을 합해 ‘난민보호율’로 산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879명(11.4%)에게 인도적 체류허가를 했다. 전체 난민보호율은 18.1%로 집계되는 셈이다.

특히 2014년에는 총 1778명이 난민 심사를 받았고, 그 중 94명(5.3%)이 난민 인정을, 539명(30.3%)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았다. 난민보호율은 35.6%이며, 이는 OECD 국가 중 12위에 해당되는 수치다.

시리아인의 경우에도, 난민신청을 자진 철회한 73명을 제외한 632명 중 난민인정자는 3명이지만 인도적 체류자는 621명이다. 시리아인 난민신청자의 98.7%를 국내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난민인정률 낮은 이유, 지리적 여건과 난민신청 유형 따져봐야

한국의 난민보호율은 높지만 난민인정률은 높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지리적 여건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중동, 아프리카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선박이나 육로 등을 통한 대규모 난민 유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과 비자, 비행기 값 등이 있는 이들에 한해 개별적으로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한국의 사정을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다.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즉, 난민 신청의 진정성과 주장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도 난민인정률이 낮은 이유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실제 난민보다 국내에 장기 불법 체류를 하다가 난민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 난민 신청을 하는 이들이 더 많다. 이미 난민이나 인도적 체류자 신분으로 국내에 머물고 있는 친척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만약 난민 신청에서 기각되더라도 신청자는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법무부 난민 위원회에서 난민 인정 여부를 재차 심의해 결정한다. 이의신청마저 기각되면 신청자는 다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다툴 수 있다.

지난해 제기된 난민소송 분석 결과, 원고가 승소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난민 인정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난민제도를 악용할 의도로 난민 신청을 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인도적 체류자의 생활, 난민인정자만큼 보장해줄 의무 없어

인도적 체류자도 난민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이들의 인권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생계비 등의 생계지원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과 달리 인도적인 차원에서 임시체류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 본국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조선족에게 3개월분의 보험료만 내면 국내에서 건강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하자, 많은 조선인들이 수술 및 치료만을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와 같은 사례를 제시하며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도와주는 건 인도적인 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예산 등의 수많은 주변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국민의 정서와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인도적 체류자들의 복지나 생활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모두 해결해준다면, 국내 노숙자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지 정부로서는 생각 안할 수가 없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탈북자에 대한 지원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인도적 체류자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기가 더욱 힘들다”고 덧붙였다.

◇난민 신청자들의 인권, 공항 내에서 충분히 보호해주고 있어

법무부는 난민 신청자대기실, 출국대기실 등에 머무는 외국인들에 대한 처우가 좋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답답하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공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한 이들은 신청자대기실에 머물며 난민 회부심사를 받게 된다. 회부결정된 사람은 난민신청자 자격이 인정돼 입국이 허가되고, 불회부결정된 사람은 출발국가로 송환 지시를 받고 출국대기실에 머무르게 된다.

신청자대기실은 남성대기자실, 여성대기자실, 가족실 등으로 구분돼 있고 신청자들에게는 매끼 식사가 제공되며 변호인 접견도 허용된다.

과거에는 출국대기실의 문이 잠겨 있었지만, 불법 감금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지난해 10월부터는 개방형 시설로 바뀌었다. 불회부결정된 사람들은 공항환승구역을 자유롭게 머물 수 있으며 자비 식사도 가능하다.

또 법무부는 “난민 심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국내에서 난민 신청을 하고 인정을 받기까지는 약 1~2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김 본부장은 “인천공항을 개항할 때 연간 출입국자가 1700만명이었고, 지금은 4700만명이다. 올해는 5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본다”며 “연간 출입국자는 2.6배 증가했지만, 출입국 심사관들은 개항 당시보다 20명 증가한 320명뿐이다. 10%도 채 늘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한국 난민제도 바람직하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도 한국 난민제도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본국으로 돌아갈 시 그의 생명이나 자유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신청자에게 인도적 체류 신분을 허가하는 대한민국의 난민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인도적 체류 허가는 국제적인 보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올바른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도적 체류자가 아직까지 난민인정자와 동일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유엔난민기구는 국제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권을 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도적 체류자에게도 각종 사회정치적인 권리와 주거, 취업, 의료, 교육, 가족결합 등 기본적인 경제적인 권리가 보장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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