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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김진향 교수가 몇 달 전부터 통일강연을 하고 있다. 강연 기사와 영상, 김 교수가 기획총괄한 [개성공단 사람들]이라는 책을 훑어보니 3가지 문제가 눈에 띈다.
첫째, 김 교수가 전하는 북한 실상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외국의 대학생들이 북한을 여행하면서 평양의 김일성 주석 동상 앞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추며 인증 샷을 자신들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에 마음껏 올리고 있는데 오직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만 북한을 가보지 못한다. 북한이 방문을 막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일체의 접촉을 가로막고 있다.”([개성공단 사람들] 김진향 기획총괄, 28~29쪽.)
늘 팩트를 강조하는 김교수가 마치,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마음대로 여행하고 있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여행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체의 접촉을 가로막고 있어 한국 주민들만 북한을 못간다는 식이다.
2014년 해외여행을 한 한국인은 1600만명이었다. 2013년 해외여행을 한 북한주민은 20만명 정도였다. 대부분 중국방문이었고, 50%는 해외파견 노동자였다. 자유로운 여행을 목적으로 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대략 1400만명 정도였다. 2013년 북한을 방문환 외국인 수는 1만명을 조금 넘었다. 얼마 전 캐나다의 한 금융회사는 ‘북한의 여행자유 수준은 전체 유엔 회원국의 하위 10% 수준’이며, 한국은 독일, 프랑스와 함께 공동 2위라고 발표했다. 이것이 상식이다.
남북 주민 사이의 자유로운 상호여행이 어려운 것은 남한 당국이 일방적으로 여행을 가로막아서가 아니라 70년 분단과 체제경쟁의 결과다.
둘째, 북한 사회를 잘못 진단하고 있다.
김교수는 관악구민회관 강연에서 ‘북한의 경제는 군수경제와 민수경제가 9대 1인데, 이런 경제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수출경제가 아니고, 자립경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자립경제라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1990년대 초중반 북한경제가 급격하게 붕괴되고 대량아사사태가 벌어진 것은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하면서 북한 경제가 의존하고 있던 사회주의국제분업경제체제가 해체됐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북한 경제는 중국과의 대외무역이 없이 운영되기 어렵다.
사상적 정치적 측면에서 살펴봐도 북한은 사회주의로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정권은 하층 인민들이 굶고 있는 순간에도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유럽에서 호화보트와 양주를 수입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정신은 독재자 김정은에 대한 맹목적 충성섬이 가장 귀하다는 가치관이다. 북한 당국이 앞세우는 도덕은 수령을 위해 총이 되고 폭탄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인간답고 올바른 삶이라는 것이다.
셋째, 비현실적인 평화 통일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식 질서인 자본주의 경제질서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질서를 추구하고, 북측은 북측대로 사회주의 경제와 인민민주주의의 사회발전 논리들을 추구해 가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사회주의 혁명의 목표와 전략은 미제국주의를 몰아내고 남한 자본가계급을 타도하여 김정은을 수령으로 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로 남북을 통일하자는 것이다. 다만 역량이 없어 실현하지 못할 뿐이다.
북한 정권이 내세우는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것도 껍데기일뿐, 북한사회는 극단적인 개인군사독재체제다. 2500만 북한 주민이 자유를 박탈당한 채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십만명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가 변하지 않은 조건에서 북측을 존중하자는 것은 극단적 개인독재를 존중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김 교수의 인식은 과거 386학생운동권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대북정책 업무를 맡았다. 이후 개성공단에서 4년 동안 대북협상을 담당하던 북한전문가라고 들었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선행조건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방식이 아니면 생존이 어려운 북한체제와 정권을 바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