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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회생 앞둔 대우조선해양, 실패 넘어 ‘재도약’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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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5. 10.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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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사옥.
“지난 1년간 대우조선해양은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일 겁니다. 지난해 이맘때쯤만 해도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수주 목표량을 달성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더니 불과 1년만에 대규모 적자에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는 부실기업이 됐으니 말이죠. 이달 말 채권단의 구체적 회생방안이 마련된다면 실패를 딛고 내년 다시 도약할 수 있길 응원합니다.”

상반기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본 대우조선해양이 이달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골자로 한 회생 처방을 받게 됩니다. 이를 바라보는 조선업계 관계자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면서 그 비결에 업계가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2분기 3조원대 해양플랜트 적자 폭탄이 터지자 순식간에 대우조선해양은 부실기업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채권단은 즉각 부실 파악을 위한 실사에 나섰고 그 사이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회사의 부실 문제는 연일 정치권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런 대우조선해양이 3분기에도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게 된다고 합니다. 회생을 위한 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니 채권단의 고민도 많아졌습니다.

회사 나름대로 비주력사업을 청산하고 유휴부지를 매각하는 한편 고강도 인력감원 계획까지 내놨지만 회생에 필요한 4조 단위 자금에 비하면 그저 자구 노력에 힘쓰고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결국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에 기존 2조원에서 추가로 2조원을 더한 총 4조원을 지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어난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회생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번 사태가 비단 대우조선해양 하나가 아닌 조선업계가 공동으로 앓고 있는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이미 1~2차례씩 조단위 손실을 장부에 반영한 바 있습니다. 해양플랜트 산업이 안고 있는 특수성 때문입니다.

현재 심해 해양플랜트 건조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곳은 세계를 뒤져봐도 국내 조선 빅3 밖엔 없습니다. 세계 유일의 수주경험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인 까닭에 설계 변경 및 공사 지연 등 반복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번 대규모 부실을 만들어 냈습니다.

국제 표준이 없어 발주처와 프로젝트별로 요구 자재와 사양·설계가 모두 달랐고 각종 관리 절차도 상이했습니다. 효과적인 자재조달과 관리가 어려웠고 공사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문 조선 3사는 다시 일어나기 위한 자구 노력이 한창입니다. 지난 14일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 표준화를 내년 상반기까지 공동 추진키로 한 게 대표적입니다.

심해 해양플랜트는 첨단 기술력이 요구되는 탓에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야기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다른 국가 회사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만 현명하게 극복하면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블루오션을 국내 조선업계가 선점해 다시 30년 세계 1위 기록을 이어갈 힘을 확보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채권단은 이번 주 실사 결과를 발표하고 늦어도 이달 말에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안을 담은 회생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고비를 넘기고 다시 기적같은 흑자행진을 이어갈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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